창작에 관하여

by 안삐딱

글쓰기라는 행위에 돌연 관여함에, 문득 창작의 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들어 개인적인 생각들을 짚어보고자 한다.


완전한 창작은 존재할 수 있는가.


글을 쓸 때면 내가 써 내려간 것들은 마치 언젠가 내가 읽었던, 봤던, 들었던 것들의 조합으로 느껴진다. 내가 읽는 것들도 어디선가 본 듯하다. 생소하거나 낯선, 무언가 창작이라고 할 법한 개념과는 거리가 있어 보이기도 하다. 어딘가 있을 법한 것들을 살짝은 다른 조합으로 엮어, 엇비슷하지만 조금은 다른 느낌들을 자아내는 듯도 하다.


나의 사유는 온전한 나만의 것이라 할 수 있는가.


내가 생각하는 것이 나를 이룬다고들 하지만 그것이 온전히 나만의 것이라 단언할 수 있겠는가. 그 언젠가 봤던 글, 친구와의 대화, 대중의 유행. 이런 것들과 완전히 다른 독립적인 것이라 치부될 수 있겠는가. 스스로의 무의식이 어떤지 그 무의식에 어떠한 영향을 받는지 정확히 아는 이가 하나라도 있을까. 수많은 정보들 속에서 적당한 것들을 마음에 들여놓는다고 해서 나의 무의식까지 그것에 자리를 내어주리란 보장도 없다.


존재는 독립적일 수 있는가.


존재의 출발부터가 다른 이의 몸을 빌어 시작되어 세대를 거쳐 진화를 거듭하고 있는데 그 연속성에서, 어느 부분까지를 새로운 것이라, 어디까지를 독립적인 것이라 봐야 할 것인가. 외형적인 특성이 조금은 다르더라도 그 근본이 결국에는 차용임을 모르는 이는 이제 없을 듯도 싶다. 가지고 태어난 특성, 어린 시절의 경험, 놓여 있던 환경. 수많은 결합 속에 당도하는 순간의 나열에 어디까지를 개인과 다른 개인이라 나눌 수 있겠는가.


창작이 조합이고, 사유가 영향이며, 존재가 연속이라 여길 수 있다면, 독창성과 창작이라는 개념 또한, 인간이 내린 정의 안에서의 탁상공론에 불과하지 않을까.


결국에는 인간의 행위인 것이다.


이 모든 것은 결국 인간이 정의하고, 인간이 나누고, 인간이 분류해서, 인간이 잘잘못을 논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어디에 다르다, 틀리다 구분이 있겠는가. 모든 것은 인간이 만든 관념일 뿐.


그저, 그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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