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오스트리아만의 달콤한 매력
비엔나 커피하우스와 커피가 유명하다는 말을 많이 들어서 빈에 가서는 유명 커피하우스라는 곳에는 전부 들어가본 것 같다. 과연 빈의 커피하우스는 다른 곳에서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함이 있어 여태껏 기억에 남는다. 그래서 이번에는 그 커피하우스에서 파는 디저트를 소개하기로 한다.
오스트리아는 독일에 붙어 있지만 오스트리아 제국이라는 강대국으로서 오랫동안 유럽 역사의 중심에 있어왔던 역사 덕에 독일과 달리 화려한 궁정 문화와 독특한 디저트가 발달했다. 그래서 오늘 소개할 오스트리아 빈 고유의 디저트도 저마다 독특한 역사와 이야기가 있다.
자허토르테(Sachertorte)는 나폴레옹 전쟁이 끝나고 1814년에 오스트리아 제국의 수도 빈에서 전후 체제에 대해 논의하기 위한 빈 회의가 개최되며 유럽 각국에서 모여든 귀빈들의 숙소로 지정된 자허 호텔이 이들을 대접하기 위해 개발한 디저트라는 설이 널리 퍼져 있다.
자허토르테는 초코시트 안에 살구잼을 샌드한 케이크인데 함께 서빙되는 생크림에 찍어 먹는다. 단 것에 대한 역치가 낮은 나에게는 엄청나게 단데 같이 먹은 엄마나 친구들의 말에 따르면 생각만큼 달지 않다고들 한다. 우리나라의 카페에서도 자허토르테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초코케이크가 많이 보이지만 오스트리아의 카페 자허가 자허토르테의 특허권을 가지고 있어 우리나라에서는 자허 토르테와 완전히 똑같은 케이크를 판매할 수 없다.
호프부르크 광장 등 관광지가 몰려 있는 중심가에서는 조금 떨어져 있지만 아돌프 히틀러가 빈에서 미술대학 입시를 준비할 때 살았던 동네에 있고 영화 비포 선라이즈에 등장하기도 한 카페 슈페를(Café Sperl)은 원래 초코케잌인 초코슈니트로 유명하다고 한다. 하지만 그걸 모르고 가서 친구는 자허토르테를 주문했고 나는 서빙하시는 분이 추천한 자두 케잌을 먹었다. 여기서 파는 자허토르테도 특허 때문에 카페 자허의 자허토르테와 다른 맛이 난다.
카페 자허에서는 끊임없이 자허 토르테의 원조는 자허라서 오리지널 자허 토르테는 오직 자허에서만 맛볼 수 있음을 강조하는데 사실 빈 회의 이후 자허 호텔에 경영난이 닥쳐 원래 황제의 파티셰였지만 궁정을 떠나 호프부르크 궁 앞에 가게를 낸 카페 데멜에 자허토르테의 레시피를 사용할 권리를 판매해 경영난을 극복했다고 한다. 그래서 현재 카페 데멜에서 판매하는 자허토르테도 오리지널이라고들 하지만 데멜에서는 자허토르테를 자주 만들지 않고 대신 자기들만의 레시피로 거대 초코 케잌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엄청 달다
압펠슈트루델(Apfelstrudel)도 오스트리아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디저트로 압펠(Apfel)은 독일어로 사과를 뜻한다. 압펠슈트루델은 내 손바닥만한 커다란 애플파이를 따뜻하게 데운 슈크림과 버무려 먹는 음식이다. 카페자허나 벨베데레에서처럼 슈크림 안에 애플파이를 넣어 서빙되는 것이 원칙이지만 그러면 빨리 눅눅해져서 나는 오베를라에서처럼 슈크림 소스를 따로 받아 조금씩 부어먹는 쪽이 더 좋다. 부먹vs찍먹
아래 영상에 따르면 압펠슈트루델은 오스트리아 제국의 마지막 황후(의 바로 전 황후)로 유명한 씨씨가 카페 데멜에서 배달받아 즐겨 먹던 디저트라고 한다. 영상에는 카페 데멜에서 압펠슈트루델을 만드는 과정이 담겨 있다.
오스트리아 제국의 황제(Kaiser; 카이저)가 사랑한 음식이라 카이저슈만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하는데 사진이 하나밖에 없는 걸 보니 그렇게까지 맛있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맛있었다면 먹고 또 먹어서 여러 곳에서 찍은 사진이 남아 있을 테니 말이다. 첫 비엔나 여행을 앞두고 썼던 7년 전의 일기를 들쳐 보니 신문에서 카페 무제움의 카이저슈만이 빈에서 제일 맛있다는 기사를 읽었다는 이야기가 쓰여 있던데, 그걸 보고는 다음에 빈에 가더라도 다른 카페에서 카이저슈만을 다시 시도해볼 필요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에게는 카이저슈만이 조금 독특한 모양의 팬케잌 같았다.
아래 영상에 따르면 카이저슈만은 1854년에 쇤브룬 궁에서 씨씨 황후를 위해 처음 만들어졌다고 한다. 그런데 씨씨 황후는 몸매 관리를 하느라 디저트를 남편인 프란츠 요제프 황제에게 줬고 황제는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Schmarrn)야!”라고 했다고 한다. 이 일화에서 이 디저트의 이름이 탄생했는데, 직역하면 “황제의 말도 안 되는 소리”라는 뜻이다. 이 때 프란츠 요제프 황제가 이 디저트를 좋아했기 때문에 그 이후로도 계속 황제의 식탁에 올랐다고 한다.
이 글을 쓰면서 새삼 느끼는 것이지만 오스트리아의 디저트가 독일의 케이크 못지않게 달아서 계속 저기에 살았다가는 당뇨병이 왔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