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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로이 Dec 20. 2022

스트라스부르에서 메리크리스마스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의 크리스마스 거리

내가 살던 독일의 슈투트가르트는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와 매우 가까워 주말이면 계획 없이 스트라스부르로 훌쩍 떠나 당일치기 또는 주말 여행을 하고는 했다. 그래서 스트라스부르의 크리스마스 마켓에도 매년 갔는데 12월이 되니 그때의 예뻤던 스트라스부르에 대한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클레베 광장의 아이스링크

유럽 어느 도시에서나 그렇듯 스트라스부르에도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거대한 아이스링크가 설치되는데 여기서 스케이트를 대여해서 탈 수 있다. 아이스링크를 지나칠 때마다 나도 스케이트를 타고 싶었지만 어릴 때 학교에서 단체로 실내 아이스링크에 갈 때마다 바깥쪽의 손잡이를 붙잡고 간신히 걸어다니거나 구석에 앉아서 친구들과 핫초콜릿을 마시던 나였기에 십여 년이 지난 지금이라고 한들 갑자기 스케이트를 탈 줄 알 것 같지 않아서 시도조차 해보지 않았다. 다음에 언젠가 또다시 유럽에 지내러 가게 된다면 꼭 스케이트를 배워서 갈 생각이다.


아이스링크가 없을 때의 클레베 광장

위 사진의 반대쪽에서 찍은 사진인데 이 광장은 좋아하는 대형 서점, 스타벅스, 애플스토어가 모여 있어 마음 속에서 특별하게 소중히 여기는 곳이다. 하지만 판데믹 통에 사진 속 스타벅스 옆 외국 서적 전문 서점은 문을 닫았다는 소식을 듣고 약간 울적해졌다. 맞은편에 있는 프랑스 책 전문 대형 서점마저 폐업하는 일이 없기만을 바랄 뿐이다.


2017년 클레베 광장의 크리스마스 트리

스트라스부르에 너무 자주 갔던 나머지 저 트리가 설치되는 장면도 매년 봤다. 사진을 다시 보니 트리를 매년 약간씩 다른 오너먼트로 장식하는 모양인데 스트라스부르 시청에는 크리스마스 담당 부서가 있어 매년 트리 장식을 새로 정하는 것인지 문득 궁금해진다.


2018년 크리스마스 트리

2018년에는 심지어 트리 옆에 거대한 선물상자까지 놓여 있어서 다른 해보다 더 예뻤다.


« 3, 2, 1! Allumons le sapin! »

(투아, 두, 엉! 알뤼몽 르 사빵!)

대학교에서 프랑스어 수업을 들을 때 듣기 대본에 나왔던 대사다. 이 대본은 이야기 속 인물들이 다 함께 모여 크리스마스를 기념하며 자정이 될 때를 기다려 크리스마스 트리에 불을 밝힌다는 내용이라 크리스마스와 전혀 관련이 없는 학기중이었는데도 프랑스의 크리스마스를 상상하며 괜히 설렜던 기억이 있다. 대사 속 ‘사빵(sapin)’이 바로 크리스마스 트리를 뜻하는 프랑스어다.


크리스마스 마켓

트리가 있는 클레베 광장을 중심으로 스트라스부르 구시가 전역에 걸쳐 다섯 곳에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린다. 여기서도 과일과 향신료를 가득 넣어 달달하게 데운 따뜻한 와인인 뱅쇼를 잔뜩 마셨다. 여기서도 컵 보증금을 받았는데 집에 가져갈 생각조차 안 드는 플라스틱 컵이라 너무 못생겨서 사진을 찍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이 글을 쓰려고 아이폰을 뒤져보니 남는 것은 결국 사진밖에 없어 못생긴 컵이라도 좀 많이 찍어올 걸 하는 후회가 든다.


사진 속 트리 오른쪽에 보이는 붉은 색 장식이 있는 길로 걸어가면 허공에 매달린 생강빵맨과 거리를 빽빽하게 채운 사람들이 반겨준다.


바디샵과 록시땅이 있어 구경하는 재미가 있는 골목

어쩐지 엄마와 함께했던 이 날은 길바닥에 깔린 돌이 보일 정도로 사람이 적은 편인데 보통은 크리스마스 시즌이 아닐 때조차 저녁이면 꽉 막혀서 정신을 붙들어매지 않으면 사람들에게 떠밀려서 길 반대쪽에 도착해 있다.


골목길의 샹들리에

위 사진과 다른 해 같은 장소에서 찍은 샹들리에인데 저 때는 사람들 속에 끼어 옴짝달싹 못 하고 길이 뚫리기만을 기다리며 저 사진을 찍었다. 프랑스인 친구와 함께 크리스마스 마켓에 갔는데, 마켓에서 파는 음식으로 저녁식사를 때우고 싶었던 나와 달리 친구는 제대로 된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싶어 해서 식당을 스무 곳은 넘게 돌아다녔지만 그 모든 곳에서 자리가 다 차서 예약손님이 아니라면 식사할 수 없다는 말을 들었다. 그런 식으로 근처 식당을 모두 돌아다니다 보니 이 골목에 갇히게 되었다.

그래서 이듬해에 엄마와 함께 스트라스부르에 크리스마스를 보내러 갔을 때는 어느 식당에서도 식사를 못 할 수 있으니 반드시 식당에 예약을 해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지만 어쩐 일인지 엄마와는 즉흥적으로 들어갔던 모든 곳에서 예약 없이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저 사진을 보니 친구의 식당 순례길에 끌려 다니느라 춥고 배고프고 지치고 짜증났던 기억과 엄마와 플람쿠헨과 따뜻한 양파수프를 먹었던 기억이 동시에 떠올랐다. 여하튼 크리스마스 시즌인 12월에 굳이 스트라스부르에서 식당에 가야겠다면 예약을 해 두는 것을 추천한다.


위에 나온 골목에서 한 블럭 아래에 있는 길인데 아직 건물에 본격적인 장식을 달기 전이다. 가게들이 아직 문을 열지 않은 이른 아침이라 길에 사람이 없다.


스트라스부르에서는 크리스마스 시즌만 되면 건물 창가에 귀여운 곰인형이 주렁주렁 열린다. 연말연시가 아닐 때는 저 많은 곰인형을 어디다 어떻게 보관하는 거며 세탁은 하는지 궁금해졌다.


예쁜 곰인형 장식


스트라스부르 꺄헤도흐 크리스마스 마켓

저 길을 통과해서 조금 더 걸으면 꺄헤도흐(Carré d’or; 황금 사각형) 지구에 있는 사진 속 마켓이 나온다. 이 마켓은 이름에 걸맞지 않게 거대한 황금빛 별이 입구에서부터 환하게 빛나며 맛있는 것을 많이 파는 곳이었다. 여기서 시금치 크림 치즈 크레페를 글뤼바인에 곁들여 먹었는데 기온이 영하로 떨어져서 음식을 먹는 동안 주머니 속에 넣어뒀던 아이폰이 죽어 버리면서 크레페 사진까지 같이 날려버린 탓에 사진이 남아있지 않은 것이 아쉽다. 크레페 이름은 시금치 크림 치즈인데 노랗고 숙성이 많이 된 듯한 다른 치즈가 추가로 들어가서 한 입 베어물 때마다 치즈가 쭉쭉 늘어났다.


놀랍게도 오후 4시 반의 스트라스부르


좋아하는 살롱드떼 앞 크리스마스 마켓
크리스마스 마켓의 플람베 오 프로마쥬(flambée au fromage)

사진은 스트라스부르의 유명 살롱드떼(salon de thé; 직역하면 찻집)로 맛있는 빵과 케이크, 디저트를 판매하고 가게 안쪽에 따로 분리된 공간이 있어 앞에서 샀던 것에 이 살롱드떼에서만 마실 수 있는 블렌딩티나 커피를 곁들여 먹을 수 있다. 지금 찾아보니 부럽게도 프랑스 내에서는 케잌 배송까지 되는 모양이다.


아직 주문한 차와 커피가 나오지 않았다

마지막은 엄마와 같이 갔던 살롱드떼 사진으로 마무리!


스트라스부르의 크리스마스를 담은 사진이 너무 많아서 여기서 끊고 다음에 나눠 올릴 예정이다.


Joyeux Noël !

(주아이유 노엘; 프랑스어로 메리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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