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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로이 Dec 27. 2022

스트라스부르의 크리스마스

저번 글에 이어 쓰는 Noël à Strasbourg

아름다운 스트라스부르 대성당

크리스마스를 스트라스부르에서 기념하기 위해 유럽 전역에서 사람이 정말 많이 몰려들어서 ‘크리스마스 수도 스트라스부르’의 위명을 실감했다. 말할 것도 없이 스트라스부르는 크리스마스 마켓의 발상지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는데 독일인들은 크리스마스 마켓은 독일에서 비롯되었다고 주장해 이것조차 두 나라 국민 간 소소한 갈등의 이유가 되고는 한다. 독일인들은 독일 전역에서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리는 데다 독일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모든 국가에서 크리스마스 마켓을 찾아볼 수 있지만 프랑스에서는 일부 지역에서만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리고 프랑스와 국경을 맞댄 스페인과 이탈리아에는 크리스마스 마켓이 없다는 이유로 크리스마스 마켓의 원조가 독일임을 내세운다.


눈이 펑펑 내리던 12월의 스트라스부르

그렇잖아도 크리스마스 직전에 남프랑스의 니스에 갔지만 크리스마스 마켓이 없어 조금 당황했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스트라스부르는 겨울에 정말 추워서 와인을 좀 데워 마셔서라도 몸을 덥힐 필요를 느꼈지만 니스는 한겨울에도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지 않아 따뜻해서 눈도 거의 내리지 않는다. 그런 날씨에 굳이 시간과 수고를 들여 와인을 데워 마시는 것도 좀 이상하지 않나 싶다.


스트라스부르 대성당 앞 낮 풍경


눈 오는 스트라스부르

여기서 펑펑 쏟아지는 눈을 맞으며 뜨거운 글뤼바인에 입천장을 데어 가며 아침식사로 따뜻하게 녹인 치즈를 엄청나게 많이 붓고 햄과 달걀을 넣고 싼 알자스식 크레페를 먹었다. 이 때는 나름대로 어릴 때라 아침부터 술도 마시고 그렇게 기름지고 배부른 식사를 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럴 수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스트라스부르 미술관 앞 마켓

여기서도 맛있는 음식을 많이 팔았는데 누가 프랑스 아니랄까봐 이 지역에서만 나는 종류의 치즈를 파는 부스도 한가득 있었고 푸아그라를 파는 부스도 몇 군데나 있었다. 나에게 푸아그라는 좋은 옷을 입고 고급 와인을 곁들여 먹는 곳에서나 먹을 수 있는 비싸고 흔치 않은 음식인데 이렇게 누구나 지나가다 멈춰 서서 사갈 수 있는, 길에 있는 마켓에서 판매하고 있어 문화충격을 심하게 받았다. 온갖 맛을 첨가한 푸아그라가 150그램에 20유로 정도였는데 시식을 한 덕분에 맛볼 수 있었다. 푸아그라가 불쌍한 거위를 학대해 비인도적으로 만들어진 음식이라 이렇게 말하는 것이 옳지 않다는 생각은 들지만 빵에 발라 먹으니 정말 맛있어서 한 통 사 올까 하고 짧은 시간 동안 진지하게 고민할 정도였다.


예쁜 장식을 매달아둔 전통 식당

사진 속 식당은 플람쿠헨과 알자스 지방 특유의 고기 요리, 달팽이 요리 등을 파는 전통 음식점인데 매년 이렇게 예쁜 장식을 매달아둬 이 레스토랑에 가 본 적도 없으면서 크리스마스 장식 사진만 내 아이폰에 수십 장이 저장되어 있을 정도다. 무려 3천 명이 넘는 사람들이 구글맵에 이 식당에 대한 별점을 매겼지만 별점이 4점도 되지 않아 아마 앞으로도 가 보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


사진 속 레스토랑은 플람쿠헨 맛집으로 유명하다
이 기념품샵에 의외로 괜찮은 걸 많이 판다

나는 여행지의 기념품샵을 좋아하지 않고 기념품샵의 존재 자체가 여행객의 들뜬 마음을 자극해 뭐라도 팔려는 상술이라 생각해 평소에 발도 들여놓지 않았지만 엄마가 기념품샵 구경을 좋아해 따라다니다 보니 조금 생각이 바뀌었다. 엄마가 위 사진 속 대성당 앞 기념품샵을 특히 좋아해 두어 번 들어갔는데 아무 생각 없이 물건을 구경하다 나와 보니 엄마가 저기서 산 스트라스부르의 상징 왜가리가 박힌 수건을 내 손에 쥐여줘서 지금까지 잘 쓰고 있다.


스칸디나비아 부스에서 엄마가 사 온 연어

위 사진의 크리스마스 마켓은 넓은 광장에서 열려서 각종 테마로 개성있는 부스가 많이 설치되었다. 특히 그 중 몇몇 부스는 아예 오두막까지 설치해 부스 앞에서 수많은 사람들 틈에 끼어 음식을 먹는 대신 아늑한 오두막 안에서 벽난로의 온기를 쬐며 편히 앉아 먹을 수 있도록 되어 있어서 좋았다. 엄마가 크리스마스 축제 기준으로 거금인 만 원이나 주고 프랑스 음식도 아닌 연어를 스칸디나비아 부스에서 사 와서 나는 기겁했지만 그 스칸디나비아 부스의 오두막에서 따뜻한 벽난로 앞에 앉으니 엄마가 옳았다는 쪽으로 생각이 바뀌었다. 근거는 없지만 어차피 연어도 유럽산이니까 거기서 먹는 게 조금 더 신선할지도 모른다.


클레베 광장


노을 지는 풍경이 너무 예뻤다
사진 속 다리를 건넜다 다시 돌아오려면 가방 수색을 받아야 한다
스트라스부르 구시가를 감싸며 흐르는 일 강(L’Ill)에서의 야경

테러 위협 때문에 강을 건넜다 크리스마스 마켓이 있는 구시가로 돌아올 때마다 가방 속의 내용물을 경찰에게 보여주고 총기 및 폭발물 소지 여부를 검사받아야 했지만 그런 번거로움을 감수할 가치가 있는 황홀한 야경이었다.




한낮의 대성당 앞 예쁜 장식들과 그만큼 많은 사람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오직 크리스마스 마켓 하나 때문에 이 도시에 모여드는 것이 놀라웠지만 나도 그들 중 하나로 이 도시에서 특별한 추억을 가지고 원래 사는 곳에 돌아가면서 이 모든 사람들에게 나만의 유대감을 느끼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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