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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로이 Feb 24. 2023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여행

그냥 구시가지에서 책 사고 맛있는 거 먹고 온 이야기

인스타그램을 구경하다 스트라스부르 시 공식 인스타그램이 올린 게시물을 보고 문득 스트라스부르가 그리워져서 이번에는 3월 어느 날의 스트라스부르 당일치기 여행에 대해 써 보기로 했다.


어느 날 갑자기 스트라스부르에 가고 싶어져 급히 다음날인 토요일 아침 일찍 스트라스부르로 떠나는 기차를 예매했다. 해도 덜 뜬 이른 아침에 아침식사를 거르다시피 하고는 중앙역에 가서 파리행 떼제베를 탔다.


국경을 넘는 고속열차에 타서 신났다!

사람 마음이란 게 참 종잡을 수 없어서 바로 전날까지는 스트라스부르가 너무나도 가고 싶었는데 파리행 열차를 타니 이 기차를 타고 중간에 내리지 않고 파리까지 쭉 가는 사람들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스트라스부르까지만 가는 걸로 하고 다음의 파리행을 기약했다.


아침에 본 스트라스부르 노트르담 대성당

스트라스부르에 도착하니 대성당이 나를 맞이했다. 스트라스부르 대성당의 이름도 노트르담(Notre Dame)인데 사실 빅토르 위고의 희곡 덕에 우리에게 잘 알려진 것이 파리의 노트르담일 뿐 노트르담 성당은 프랑스 전역에 있다. 프랑스어로 노트르담이 ‘우리의 고귀한 레이디’, 바로 성모 마리아를 뜻하는 말이기 때문이다.


스트라스부르 대성당 안

낮에 대성당에 가면 사람이 너무 많아 들어가려면 한참동안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하니 아침에 줄을 서지 않고도 들어갈 수 있을 때 가 봤다. 중학교 때 사회 시간에 고딕 양식 건축에 대해 배울 때는 내가 저런 건물을 실제로 볼 수 있을까 싶기도 하고 아무래도 우리나라에는 없는 건축양식이다 보니 머리로는 열심히 외워도 별로 실감이 나지 않았는데 이런 성당이 가득한 데다 원하면 언제라도 들어와 볼 수 있는 곳에 살게 되다니, 정말 인생이란 건 알 수 없다는 생각을 이 성당을 보면서 했다.


토요일마다 열리는 헌책마켓

토요일 아침마다 헌책마켓이 열리는데 대체 이 많은 책은 전부 어디서 오는 건지 궁금하다. 게다가 매주 조금씩 다른 책이 있어서 여기서 팔리지 않은 책은 다른 도시로 이동하기라도 하는 건지, 그렇지 않다면 버려지는 건지도 조금 궁금하다. 이 헌책마켓은 스트라스부르에서 가장 큰 서점의 코앞에서 열리는데 주말이면 이 서점이 엄청나게 붐비고 헌책마켓에도 책을 구경하고 사려는 사람이 많아서 프랑스인이 대체로 책을 많이 읽는 건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스트라스부르의 중심에 있는 클레베 광장

대체 왜들 이렇게 돌바닥에 앉아 있는지 모르겠지만 볕 좋은 주말이면 광장에 옹기종기 앉아 있는 프랑스인들을 볼 수 있다. 프랑스에는 쥐도 많은데…


클레베 광장 스타벅스에서 아침식사를
단골 베이커리의 샐러드

아침 일찍 스트라스부르에 도착해 아침형 인간이 된 기분을 만끽하며 베이커리에서 샐러드와 크루아상을 사들고 스타벅스에 가서 벤티 사이즈 아메리카노를 앞에 두고 키오스크에서 산 르몽드 주말판과 프랑스 잡지를 읽으면 왠지 아주 뿌듯했다.


광장의 카루젤
카루젤 옆 아침 꽃시장

저기서는 항상 예쁜 꽃을 팔았는데, 하루종일 꽃을 들고 다니기 불편해서 구경만 하고 사 본 적은 없는 것이 아쉽다.


멋진 서점

이 서점은 광장에 있는 대형 서점보다 크기는 작지만 책 하나하나에 설명이 붙어 있고 공간도 예쁘게 꾸며두어서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정성이 가득 들어가 있는 것이 느껴졌다.


스트라스부르의 쁘띠프랑스
치즈케잌 맛집이라는 곳에서 서점에서 쓸어온 책과 함께

쁘띠프랑스에 있는 치즈케잌으로 유명한 카페에 갔는데 ‘힙해지고 싶어하는 곳‘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당시 우리나라에는 레어치즈케잌이 인기라서 이런 스타일의 치즈케잌이 흔했지만 유럽 기준에서는 아주 독특한 스타일이긴 하다. 그래서 결론적으로 나는 프랑스에까지 가서 한국식 레어치즈케잌을 먹고 온 사람이 되었다.


판데믹 이전 토요일마다 볼 수 있었던 노란 조끼 시위대

파리에서는 노란 조끼 시위대가 이성을 잃고 망치로 상점의 쇼윈도를 부수고 레스토랑에서 식사중인 손님들을 창문 너머에서 위협하고 테라스 자리에 서빙하던 웨이터에게 시비를 거는 것을 봐서 무서웠는데 그에 비하면 스트라스부르의 시위대는 아주 평화로운 사람들이었다.


맛있는 프랑스 빵

구시가지에 있는 이 빵집에는 항상 손님이 아주 많아서 갈 때마다 줄을 길게 서서 기다려야 해서 왠지 꼭 과소비를 하게 된다. 여기서 일주일은 먹을 수 있을 만큼 빵을 한가득 사서 독일로 돌아와서는 매일 아침 조금씩 잘라 먹었다.


프랑스에서 먹는 까눌레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때는 까눌레를 여섯 개씩 사서 한꺼번에 먹으면서 기분전환을 시도할 정도로 까눌레를 좋아한다. 프랑스어로는 까넬레(canelé)인데 까눌레라는 이름은 어디서 나온 건지 모르겠다. 까눌레의 본고장 프랑스에 가면 좀 쌀 줄 알았는데 스트라스부르에서도 하나에 2유로 50센트나 하고 까눌레를 파는 곳이 단 한 곳 뿐이라 놀랐다. 나중에 알고 보니 까눌레의 본고장은 프랑스 남서부에 있는 보르도로 프랑스의 북동쪽에 있는 스트라스부르와는 정반대에 있는 곳이어서 까눌레가 흔하지 않고 비싼 것이 이해되었다.


왠지 힙한 분위기와 좋은 위치 때문에 종종 들러 저녁을 먹었던 곳

스트라스부르 중앙역에 가는 길목에 있는 펍인데 스트라스부르가 있는 프랑스 동부와 벨기에산 생맥주를 많이 팔아서 좋아하던 곳이다. 사실 음식이 아주 맛있었던 곳으로 기억에 남아 있다거나 하지는 않지만 깨끗하고 인테리어가 내 취향이고 맥주가 맛있었다.


독일로 돌아가는 기차에서

다시 만날 때까지 잘 있어, 스트라스부르!




서점에서 사 온 에코백

이 에코백은 1년간 나와 함께 유럽 곳곳을 돌아다니다 판데믹이 시작되며 한국에 오게 되었다. 하지만 왠지 우리나라에서는 에코백을 들고 다니는 것이 어색해서 거의 들고 다니지 않게 된 점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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