뮌헨에는 먹을 게 많아요
이번에는 오랜만에 독일에서 먹었던 음식에 대해 써보기로 했다. 이 브런치의 유입 검색어 1위가 ‘독일 음식’인 것을 보니 여기 들어오는 사람들은 독일에는 어떤 음식이 있는지가 가장 궁금한 것 같다.
오늘의 주제는 뮌헨에서 주말 동안 혼자 여행하며 먹었던 음식이다. 뮌헨은 내가 살던 슈투트가르트와 가까워서 꽤 자주 간 편인데, 언제나 변함없는 도시라 마음에 안정감을 주고 대도시를 사랑하는 내 취향에도 꼭 맞아들어가는 좋은 곳이다.
뮌헨 중앙역은 구시가와 살짝 떨어져 있는데, 뮌헨에 처음 갔을 때는 길을 잃어서 무거운 짐가방을 질질 끌고 구시가와 반대 방향으로 간 탓에 구시가에 채 닿지도 못하고 구시가의 경계에 있는 칼스플라츠 지하 브리오슈 도레에서 당 충전을 했다. 브리오슈 도레는 프랑스 카페 프랜차이즈인데, 프랑스에서는 왠지 우리나라의 파리바게트 느낌이라면 뮌헨에서는 훨씬 고급스러운 느낌의 빵을 팔았다. 매일 먹는 흔한 독일 스타일 빵 대신 좀 다른 프랑스 스타일의 빵을 눈앞에서 직접 짠 오렌지주스에 곁들여 먹을 수 있어 좋았다. 위장 크기의 한계로 못 먹고 남겨두고 온 빵들이 눈에 밟혀 언젠가 한 번 더 가 보고 싶었는데 뮌헨에 맛있는 곳이 너무 많아 다시 갈 기회가 나지 않았다.
Brioche Doree
잡지에서 뮌헨 맛집으로 소개된 수제버거 전문점인데 무려 직접 담근 김치와 불고기를 넣은 수제버거를 판다고 해서 구글맵을 켜서 열심히 찾아갔다. 다만 김치는 독일인 취향에 맞게 만들어 맵지 않고 신 맛이 났고 불고기도 좀 달착지근했던 데다 웬 데리야끼 소스를 부어놔서 특이하긴 했지만 한국의 맛을 그리워하던 나에게 썩 좋은 선택은 아니었다. 그래도 객관적으로 맛있었고 핫플레이스인지 발 디딜 틈 없이 북적여서 나도 40분을 기다린 끝에 겨우 한 자리 얻을 수 있었다. 지금 찾아보니 독일 내에 지점 여러 개가 생겼을 만큼 성장해 있다! 어쩐지 손님이 엄청나게 많더라니!
Der kleine Flo
뮌헨에 가면 꼭 마셔봐야 한다는 Dallmayr 커피인데 뮌헨 구시가에 카페 겸 레스토랑과 식료품점 겸 카페 이렇게 두 지점이 자리해 있고 뮌헨 시 외곽에 커피를 직접 로스팅하는 공간인 로스팅카페가 있다. 식사시간이 아닌 오후의 애매한 시간에 들러서인지 모두들 간단한 안티파스티나 샐러드에 와인을 곁들여 마시고 있었다. 나는 무더위에 에너지가 고갈된 상태라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간절했지만 독일의 카페에는 그런 건 팔지 않기 때문에 항상 마시던 카푸치노를 주문했다. 이곳의 카푸치노는 다른 곳보다 부드러운 맛이 나면서도 커피 향이 강해서 지금까지도 종종 생각난다. 그래서인지 Dallmayr 식료품점에 딸려 있는 카페에서 주위를 둘러보면 누구 할 것 없이 전부 카푸치노를 마시고 있다. 얼마전에 현대백화점에 갔는데 지하에 있는 슈퍼마켓에 네스프레소 머신과 호환되는 Dallmayr 커피 캡슐을 파는 것을 봐서 기뻤다. 이 캡슐로 커피를 내려 카푸치노를 만들면 뮌헨에서와 같은 맛이 날지 기대된다.
Dallmayr Theatergastronomie
렌바흐하우스는 렌바흐라는 사람이 평생 수집한 미술품을 기증해서 그가 살던 생가에 만들어진 미술관인데 아름다운 공간일 뿐더러 좋은 전시도 많은 곳이다. 카페 겸 레스토랑도 좋은데 다만 음식이 다른 곳과 비교해서도 좀 지나치게 짠 경향이 있다. 이 브런치는 원래 2인분 기준인지 가격도 양도 2인분이라 결국 다 못 먹고 남기고 나왔다.
Ella - Restaurant & Café am Königsplatz
가는 날이 장날이라 마침 뮌헨에는 여름의 슈타트페스트(Stadtfest)가 열리던 중이었는데 독일답지 않게 로컬 양조장이 아닌 다른 곳에서 만들어진 맥주를 파는 부스가 설치되어 깜짝 놀랐다. 독일에서 기네스 생맥주는 동네에 하나씩은 꼭 있는 아이리쉬 펍이 아니라면 보기 힘들지만 나는 아이리쉬 펍이 너무 어두침침하고 시끄러운 데다 담배연기로 꽉 차서 싫어하기 때문에 독일에서는 이 때 처음 기네스 생맥주를 마셔보게 되었다.
위 사진을 보면 맥주를 주문하면 컵 보증금으로 2유로를 함께 지불해야 하는데 컵을 되돌려주고 2유로를 다시 받아올 수도 있고 그냥 컵을 가질 수도 있어 기념품으로 컵을 챙겼다. 집에 놀러오는 독일인 친구들이 내 집에는 맥주잔이 없어서 맥주도 못 마신다고 불평하는 꼴이 보기 싫어서 기념품 겸 불평 제거 목적이 있었는데, 이후로는 이 잔이 밀맥주잔이 아니라서 맥주를 못 마신다는 이야기에 더해 축제 컵을 훔쳐왔구나!!! 하고 놀려대는 통에 짜증나서 더 이상 독일인들을 집에 초대하지 않았다. 자기들 집에는 온 가족이 수년간 모은 축제 컵 컬렉션이 있는 주제에 왜 나에게 그러는지 알 수가 없다!
14세기에 아우구스티너 수도원에서 이 맥주를 양조하기 시작해 지금은 뮌헨을 대표하는 밀맥주 중 하나가 된 아우구스티너 맥주다. 뮌헨의 축제에서는 아우구스티너 맥주를 생맥주로 마실 수 있어 좋다! 물론 이 컵도 기념품으로 챙겨와서 지금도 집에서 이 맥주잔에다 맥주를 마시는데 여기다 맥주를 마실 때마다 뮌헨의 축제가 생각난다.
집으로 돌아가는 기차를 탈 시간이 다가와 이 뮌헨식 소세지를 마지막으로 뮌헨에서의 미식탐방을 끝내야 했다. 여름 주말의 뮌헨은 정말 즐거운 경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