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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수 Mar 13. 2022

책육아라고 쓰고 그냥 책 읽어주기라고 말한다.

부담 없이 아이가 원하는 책 읽어주기 (책육아_1)

아이가 태어나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다. 아이보다 3개월 정도 먼저 태어또래 아기를 키우고 있는 지인 고가의 전집 몇 질을 들였다고 했다.


당시만 해도 전집 유명 브랜드가 무엇이 있는지도 몰랐고 보드북이 뭐고, 양장본이 뭔지도 금시초문이었다. 조작북과 플랩북, 무슨 용어는 이렇게 또 많은지..


'아직 시력도 완성되지 않은 아기이거니와 책을 보여준다고 무엇을 알겠어. 난 안 해. 돌 지나면 그때 보여주든지 해야지'


이런 생각으로 똘똘 뭉쳐 집에 있는 책이라곤 지인에게 받은 초점책과 사운드북이 전부였다. 아! 동네주민센터에서 무료로 준 보드북 2권, 깜박할 뻔했다.


책 말고도 주변의 모든 사물과 사람, 그리고 소리를 통해 자극받고 감각을 키워나갈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 소아정신과 교수님의 강연에서도 집안 곳곳의 모든 것들이 아기들에게 충분한 자극을 준다는 말이 나의 이런 믿음을 더 확고하게 해 줬다.

(물론 그 말씀이 어린 아이에게 책을 보여주지 말라는 건 아니었다^^;)




아카페와 공구 마켓을 들락거리다가 아이가 11개월 무렵이었던 어느 날 또 갈대처럼 너무 신경을 안 쓰고 있나? 란 생각이 들어서 국민 아기 그림책이라고 불리는 단행본 몇 권만 사서 아이한테 보여었다. 처음 며칠은 그냥 만지는 둥 마는 둥 하길래 '몇 권만 사보길 잘했네' 란 생각을 하면서 그냥 아이가 잘 볼 수 있는 곳에 두기만 했다.


며칠이 지나서 관심이 생겼는지 자꾸 가져오고, 읽어주면 얌전히 는 모습이 신기하기도 하고 인상 쓰며 집중하는 모습이 귀엽기도 해서 계속 읽어줬는데 아이는  옆에서 살 맞대고 엄마 목소리를 듣는 게 좋았는지 주야장천 반복해서 읽어달라고 했.


와 아이의 책육아는 이렇게 시작되었.

괜스레 쓸데없는 고집으로 '좋은 단행본 잘 알아보고 골라서 보여줘야지. 전집은 사지 않을 거야.' 하며 육퇴 후 모자란 잠을 자기도 부족한 시간에 책 정보 찾아 인터넷의 바다에 풍덩 빠지기를 며칠, 다크서클로 도배된 얼굴에 결국 백기를 들었다.


마침 얼마 후 돌 선물로 소전집을 받았는데 이때 전집을 왜 사는지, 단행본만 고집한 내가 얼마나 미련했는지 알 수 있었다.


과유불급.

든지 적당한 게 최고다.




이렇게 괜한 엄마의 고집을 풀어가며 시작한 책육아는 극성 엄마들만 하는 것 아니냐는 나의 안일한 생각도 크게 변화시켰다. 이것저것 만지는 것 좋아하는 딸아이도 책을 읽어줄 때 얌전히 옆에 앉아서 들으니 발 동동거리며 쫓아다니지 않아도 돼서 발바닥에서 불 날 일을 줄일 수 있었다.


육아를 오히려 좀 더 수월하게 해 줬고 아이와 살 맞대고 쓰다듬으며 오롯이 아이에게 집중할 수 있어서 아이의 정서뿐만 아니라 나도 아이에게 사랑받는 기분이 들었다.

'내가 뭐라고 그냥 글자 쓰여있는 대로 읽어주는데 이렇게 좋다고 옆에 붙어서 꼼짝도 안 할까?' 아이의 엄마에 대한 사랑은 이처럼 무조건적이다.


책은 아이에게 신기한 세상을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기도 했지만, 그것보다도 엄마가 옆에서 떨어지지 않고 오로지 자신에게만 집중하고 대화를 주고받는 시간이라고 본능적으로 느는 것은 아닐까.


아이가 더 어릴 땐 한시도 눈을 떼지 못하고 살펴야 했지만 지금은 그래도 잠깐 놀게 하고 설거지나 빨래 등 집안일을 하기도 하고 중간중간 멍 때리는 시간을 갖기도 하다 보니 아이 입장에선 관심을 덜 받는다고 각하는 것 같다.


"엄마 설거지하지 마요. 나랑 신나게 놀아요. 엄마랑 놀고 싶어요. 엄마가 높이 안아주세요."


속사포처럼 쏟아내는 아이는 자신에 대한 엄마의 오롯한 관심과 애정을 원하고 있었. 항상 붙어있어서 충분하다고 생각했는데 유아기의 아이에겐 엄마의 사랑은 넘칠수록 좋은가 다.




그래서 책을 읽어주는 시간만큼은 도 다른 생각 없이 아이와의 교감, 소통에만 집중한다. 너무 늦은 시간이거나 힘들 땐 빠른 속도로 무미건조하게 읽기도 하

"딱 세 권만 더 읽고 자는 거야!"라고 하지만,

아이와 찰싹 붙어서 있는 것만은 지키고 있다. 가 책육아를 하는 가장 큰 이유이자 목적은 '아이와의 교감'이니까.


책육아에 대한 정의는 개인마다 다양하겠지만 화려한 비법 없이 그냥 살 맞대고 읽어주는 것이 책육아라면 시작의 문턱이 생각보다 높 않을 것이다.


근사한 독후활동을 위해 무언가 만들지 않고,

저녁 8~9시만 되면 에너지가 고갈되는 엄마라 잠자리 독서도 아이가 원하는 권수만큼 충분히 읽어주지도 못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호기심 많고 책을 좋아하는 아이라 감사하다.


하지만 처음에는 몰랐다. 아이랑 책 때문에 한바탕 기싸움을 하게 될 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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