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겔운동' 대체 뭘까요?
예쁘장한 20대 후반의 환자가 진료실 문을 열었다. 환자가 들어오니 진료실 분위기 자체가 화사해지는 것 같았다. 그런 화사한 옷차림과 달리 그녀의 표정은 어두웠다. 자신감이 없는 표정이었고 무언가 위축되어 보였다.
“항상 그랬어요. 뭐든 다 줄 것처럼 해주다가, 성관계만 하면 꼭 헤어져요. 그나마 세 번째 만난 남자가 착한 편이라 물어봤어요. 대체 왜 그러냐고요. 그랬더니, 제 안이 헐겁대요. 저, 수술이라도 너무 하고 싶어요.”
실제 그녀의 질 이완 정도는 심하지 않았다. 압력은 첫 번째 측정한 것은 매우 높았고 두 번째 측정한 것은 낮은 편이어서 편차가 커서 믿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직접 내진을 하는 것이 나을 것 같아서 진찰대에서 직접 진찰을 시행했다.
이럴 때 환자들에게 시행해보라고 하는 것이 바로 ‘케겔 운동’이다. 미국의 산부인과 의사인 아놀드 케겔(Arnold Kegel)이 최초로 개발한 골반저근 무위의 운동 방법으로 그의 이름을 따서 ‘케겔 운동’이라 일컫는다. 출산이나 노화로 인해 늘어진 골반근육을 강화시켜 여성의 요실금을 치료하기 위해 개발되었으나 이 운동이 성감을 촉진시키는데 효과가 있다고 밝혀지면서 성기능을 향상시키는 운동으로도 널리 퍼지게 되었다. 실제 학문적 용어로는 ‘골반저 운동(Pelvic floor exercise, PFE)’라고 한다.
골반에는 여러 근육들이 얇은 부챗살처럼 펼쳐져 있다. 치골에서 꼬리뼈에 이르는 골반저근은 항문거근(levator ani) 등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는 여성에서 방광, 자궁과 질, 직장을 받혀주는 역할을 하는 매우 중요한 근육들이다. 이 항문거근은 다시 치골미골근, 미골근, 등 장골미골근의 세 부분으로 구분된다. 치골미골근(pubococcygeal muscle)은 앞글자를 따서 PC 근육(PC muscle)으로 부르기도 하며, 여성의 경우 ‘질 근육’으로 불리기도 한다. 치골부터 꼬리뼈까지 해먹모양으로 이어져 있는 근육으로, 요도, 질, 항문의 수축 운동을 담당한다. 임신과 출산, 노화 등으로 손상이 되거나 이완이 되게 되는데 그렇게 되면 요실금 또는 변비, 변실금, 성감 저하 등의 여러 증상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평소 잘 사용하지 않는 부위인데다가 해부학적으로 몸속에 숨겨져 있어 찾기가 쉽지 않는데, 뒤에서부터 골반뼈 앞쪽으로 뻗어 있어 질과 직장의 입구를 감싸고 있다.
이 근육들도 근육이기 때문에 운동을 해주어야 하는데, 운동법 또한 따로 존재한다. 다른 부위의 근육에는 힘을 주지 않고 이 치골미골근에만 힘을 줘서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는 것이다. 간단하게 말하면 항문에 힘을 4초 내외로 준 뒤에 서서히 힘을 빼는 동작을 반복하면 된다. 이게 어려운 분들을 위해서 좀 더 쉽게 표현 하자면, 소변을 보던 중에 소변을 참아 보시라. 소변을 중간에 끊을 때 힘이 들어가는 근육들을 연상해보면서 조였다 풀었다를 반복하는 것이다. 이 때, PC 근육만을 수축하고 괄약근은 움직이지 않는 것이 요령이다. 그러나 괄약근에 힘을 안주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느낌을 잡기 어렵다면 그냥 힘을 주어도 무관하다. 어짜피 괄약근 바로 바깥에 있는 근육이기 때문에 괄약근에 힘을 주어도 PC 근육에도 자연스럽게 힘이 들어간다. 케겔 운동을 해온 사람들의 경험담에 따르면 계속 운동할 경우에 꼬리뼈 부분을 기점으로 괄약근과는 다른 느낌이 든다고 한다. 이 골반 아래쪽 근육을 강화하면 요도와 항문, 괄약근의 기능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 케겔 운동은 여러 가지 효능을 볼 수 있다. 우선 요실금과 치질을 예방할 수 있다. 여성의 경우 PC 근육이 강화되면 질을 조이는 힘이 강해지는데, 특히 질방귀라 불리는 민망한 현상을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또한 성관계를 할 때 오르가슴을 더욱 강하게 하여, 질을 더욱 민감하게 만든다는 효과가 있는 것이 밝혀지면서 ‘성기능 강화 운동’으로 더 많이 주목받고 있다. 남성 역시 사정 지연(조루 방지), 발기력 강화, 발기 지속력, 회복력 강화(발기부전 방지), 음경 확대 등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사실상 자연 정력제인 셈이므로 이상한 민간요법이나 정체를 알 수 없는 약제를 주워 먹는 것보다는 케겔 운동을 하는 것이 훨씬 안전하고 낫다.
단, 이러한 효과를 제대로 보려면 최소 하루 100회 이상을 수 개월 동안 수도를 하듯 시행해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마시길. 어떤 운동이든 효과를 보려면 꾸준함이 답인 만큼 이 것이 케겔 운동만의 단점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스쿼트나 브릿지 자세도 비슷한 효과를 줄 수 있다. 어쨌든 코어 근육을 함께 사용할 수 있는 운동이라면 무엇이든지 해보도록 하자.
그렇다면 과연 케겔 운동이 모두에게 만능인 운동일까? 그렇지 않다. 전립선염 환자가 이 운동을 할 경우에는 주의해야 하는데, 전립선 내 압력을 증가시켜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 또한 잘못된 방법으로 할 경우에는 추간판 탈출증에 의한 좌골신경통을 유발시킬 수 있다. 어떤 운동이든 무리한 것은 독이 되는 법. 무리한 운동은 회음부에 강력한 통증을 유발 할 수 있으며 이는 잔뇨 증상을 유발할 수 있기도 하다. 간혹 잠깐 동안의 케겔 운동만을 하고 효과가 없다고 불만을 토로하는 분들이 계신데, 꾸준히, 최소 3개월 이상을 해야 효과를 운동 효과를 볼 수 있으니 무리하지 않게 3개월 이상 지속해보고 투덜거리도록 하자.
아, 그 환자분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하지 않으신가? 검사 상에서도 질 이완은 절대 심하지 않았고, 손가락 내진으로 직접 케겔 운동을 시켜 보았을 때도 압력은 상당히 높게 측정이 되었다. 환자 분은 질 축소 성형술이 필요하지 않았고 진찰 동안 케겔 운동 연습을 지속적으로 하면서 오히려 자신감을 되찾았다. 단순히 피스톤 운동만이 섹스의 모든 것이 아님을 깨닫고 케겔 운동의 중요성과 비법을 찾아내어 돌아가던 그녀의 미소와 가벼운 발걸음이 잊혀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