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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선화 Oct 14. 2023

산부인과 의사이자 인생 선배로서

사랑하는 나의 20대 환자들에게

  한참 혼란스러울 날들을 보내고 있을 나의 인생 후배들이자 소중한 환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들이 많습니다. 어여쁜 꽃 같은, 싱싱한 젊음을 피어내는 우리 환자들에게 사실은 제가 얻는 에너지가 더 많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어요. 


  진료실에 있다 보면 답답할 때가 많습니다. 물론 좋은 직원들과 함께 일하는 것은 즐겁지만, 항상 갖혀 있어야 하고, 어디 멀리 나가기도 어렵습니다. 그러면서도 하루 하루 시간은 지나 나이는 먹고 있지요. 저도 어느 덧, 중년의 나이로 접어들고 어느 정도 경력이 있는 나름 꼰대(?) 의사가 되고 있는 중이거든요. 


  그런 제게 여러분은 상큼한 시트러스 향 같은 존재들입니다. 비록 여러 산부인과적인 고민을 한 아름 가지고 울상을 짓거나 두려움에 떨면서 오지만, 저는 그 짐을 덜어줌으로써 여러분의 싱그러운 에너지를 같이 얻는답니다. 

두번째봄 산부인과는 편안한 곳이 될 수 있도록 노력 중이에요. 

 


  적절한 멘토가 없던 저 역시 직접 부딪히면서 고민하고 성장해야 했습니다. 그 때만 해도 여자 산부인과 선생님이 많지도 않았었어요. 게다가 그 때는 정말 산부인과 문턱을 젊은 처자가 넘는 것은 상당한 부담이 되는 시기였죠. 저는 우리 환자들이 저와 같은 경험을 굳이 하지 않길 바랍니다(특히나 저희 병원에서만큼은요.).


  사람은 언제나 서툽니다. 서툴지 않은 사람은 없답니다. 낯설지 않은 사랑은 이미 사랑이 아니듯이요. 오늘도 우리는 다시 한 번 태어나고 또 좌절합니다. 다시 한 번만 치열하게 사랑하고, 다시 한 번만 좌절하고, 다시 한 번만 스스로를 용서하고 일어납시다. 그래서 청춘입니다. 여러분은 꽃 같은 사람들입니다. 저는 묵묵히 이 자리에서 여러분을 응원하고 있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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