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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mbrosia Sep 10. 2020

너에게 말해주고 싶어

You make my life a better place

남자아이들은 걷는 법이 없다.
아무리 짧은 거리라도 뛰어가야 하는 유전자가 내재되어 있나보다. 게다가 12세와 6세라는 불공정한 조건 따위는 개의치 않고 언제 어디서나 달리기 시합을 벌이곤 한다.


공항에서도 심지어 경주를...(주위에 사람없었음)


 지하주차장에서 차까지 향하는 몇 미터도 의례 “누가 먼저 가나 시합해보자”하는 외침과 함께 질주한다.

문제는 엄마가 반드시 경주에 동참해주길 아이들이 원한다는 것. 하지만 예수님도 말씀하셨듯이 우리는 모두 ‘마음은 원이로되 육신이 약한’ 존재가 아니던가. 두 아이를 데리고 집 밖을 나서는 것만으로도 기력이 다한 늙은 어미는 페이크 동작을 취할 수밖에 없다. 허리를 숙이고 100m 단거리 육상 선수처럼 스타팅 포즈를 잡은 후, “Ready, Set, Go~!!” 우렁차게 구령을 붙여준다. 신이 난 아이들이 쌩 하고 출발하면 뒤에서 느릿느릿 걸어가는 것이 나의 최선이다.


내가 1등!
너 2등!!
엄마 꼴찌!!!


아이고 6살 동생 이기는 게 뭐 그리 자랑이라고...

12세 형님이 나이값 못하고 마냥 해맑게 기뻐한다. 피식 웃으며 차 문을 여는데 등 뒤로 둘째가 다가와 내 등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엄마 괜찮아.
엄마도 잘했어.


 이런 말을 마지막으로 들어본 게 언제였을까? 내가 아이들에게 입버릇처럼 해주던 위로의 말을 반대로 들었을 때, 그것도 가장 어린 아이에게 순도 100프로의 진심 어린 위로를 받자 나도 모르게 눈물이 핑 돌았다. 예상치 못했던 말 한 마디에 내가 참 지쳐있었음을 깨달았다.


 그러고 보니 둘째는 이렇게 훅 하고 감동을 주는 일이 많다.
엄마가 설거지 하다가 ‘아야!’ 하고 외치면, 아빠도 형님도 눈치채지 못하지만 제일 먼저 달려와 “엄마 괜찮아?”하고 물어봐준다. 먼 길을 운전하고 차에서 내릴 때는 “엄마 수고했어”라고 어른스럽게 한 마디 하기도 하고, 어쩌다 치마라도 한 번 입는 날엔 “엄마 예뻐”하고 귓가에 속삭여준다.

누가 가르쳐 준 적이 없는데도 항상 남을 살피는 상냥한 아이. 그렇게 따뜻한 말 한마디에 나는 좀전까지의 시름을 잊고 금새 행복해진다.


 차에 올라 이 노래를 틀었다. 나중에 아이가 기억할지 모르겠지만 너는 정말 나의 인생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어 주었다고, 네가 와 준 이후로 엄마의 인생이 더욱 즐거워졌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You make my life a better place
Some people seem like heavy weather
어떤 사람들은 끔찍한 날씨 같고
Some people seem to cloud your day
어떤 사람들은 네 삶의 먹구름 같아
They only bring you down to somewhere lower
그들은 널 짓누르기만 하지
But when it comes to you all i can say is
하지만 너에 대해서라면
난 이렇게 말할 수 있어.

You make my life a better place
넌 내 인생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어준다고
You bring the sunshine all through the rain
넌 비를 뚫고 햇빛을 가져다준다고
You make my life a better place
넌 내 인생을 훨씬 행복하게 해 줘
And baby since we've been together
그리고 너와 함께한 이후로
It's getting better everyday
내 인생은 매일 조금씩 더 즐거워져



 

 몇 년 전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한 노래를 듣고 ‘70-80년대 느낌인데 누구지?’ 하고 찾아본 적이 있었다. 놀랍게도 이들은 2007년 데뷔한 영국의 5인조 밴드 “Mamas Gun”이라는 아주 새파란 젊은이들이었다.
(처음 들었던 마마스건의 <I need a win​>을 편견없이 들어보시라! 어딘가 레트로한 느낌이 분명히 옛날 밴드같았는데...)

 모던 소울, R&B, 애시드 재즈, 펑크를 기반으로 한 이 젊고 열정적인 밴드는 잔잔하면서도 풍부한 악기 사운드와 서정적인 보컬의 매력으로 한국에도 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다.

첫 소절만 들어도 귀에 착 감기는 <Pots Of Gold​>는 현대 자동차 광고의 BGM으로 사용된 바 있고, 마마스 건의 리더이자 보컬인 앤디 플래츠가 작곡한 존 박의 <Falling​> 역시 그들의 몽환적인 음색이 잘 느껴지는 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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