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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mbrosia Sep 17. 2020

아침 바람 찬 바람에

<칼의 노래>를 읽다가 <국밥의 노래>를 부르다


 

글을 잘 쓰는 방법

 최근 나를 완전히 사로잡고 있는 주제다.
심지어 요 며칠은 꿈에서도 글을 쓰느라 잠을 설치고 있다. 이게 강원국 선생님이 말씀하신 ‘몰입’의 단계인가 보구나! 드디어 나의 뇌가 글쓰기를 위해 풀가동을 시작했나 보다! 꿈속에서도 감탄을 연발하며  신나게 자판을 두드렸건만. 잠에서 깨고 나면 당연히 글자 하나 기억나지 않고, 일생의 대작을 완성했는데 ‘저장’ 버튼을 누르지 못해 날려버린 사람처럼 허탈감만 남는다.

 또다시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글쓰기’에 관한 강의와 지침을 찾아본다.  “다독(多讀), 다작(多作), 다상량(多商量)”이라는 황금률이 지배적인 가운데, 좋아하는 작가의 책을 필사해 보라는 권유가 눈에 띄었다.

그래.
일본에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국경의 긴 터널을 지나니 설국이었다”가 있다면, 대한민국에는 “버려진 섬마다 꽃이 피었다”의 김 훈 작가님이 있지.
오래전에 읽었던 <칼의 노래>를 나의 스승으로 삼고자 다시 집어 들었다. 그리고 책이 언제나 그렇듯이, 예전에 읽었을 때 눈에 들어온 부분과 전혀 다른 구절들이 마음에 와 부딪힌다.

아낙이 멍석 위에 밥상을 차렸다.
나는 그 장터에서 송여종, 안위와 함께 점심을 먹었다.
아낙이 국밥 열 그릇을 말아서
나룻배 편으로 격군들에게 보냈다.
말린 토란대와 고사리에
선지를 넣고 끓인 국이었다.
두부도 몇 점 떠 있었다.
거기에 조밥을 말았다.
백성의 국물은 깊고 따듯했다.
그 국물은 사람의 몸에서 흘러나온 진액처럼 사람의 몸속으로 스몄다.


 아들 둘을 둔 엄마여서 더욱 그럴까. 어디를 가든지 자신의 부하와 병사들을 먹이고자 애쓰는 이순신 장군의 아비 된 마음이 저 국밥의 국물처럼 몸속에 스민다.
그런데 애닯고 안타까운 나의 감상이 자꾸 날개가 달린 새처럼 엉뚱한 곳으로 날아가버린다.



아... 뜨끈한 국밥 한 그릇 먹고 싶네.



오늘따라 열어둔 창문에서 부는 바람이 서늘하다. 온라인 수업에 들어가기 전, 그래도 아침을 먹이겠다고 아이들 입에 전투적으로 몇 숟가락 떠먹이고 나만 아직 공복이었다. 간신히 혼자만의 시간을 만들어 글쓰기 공부를 위해 단정하게 식탁에 앉았는데, 나는 어느새 31가지 아이스크림 중 하나를 고르는 마음으로 국밥을 떠올리고 있다.


푹 삶아낸 사태를 썰어 넣고, 보드라운 우거지에 구수한 된장을 턱 풀어놓은 우거지 해장국,
고소한 들기름에 달달달 황태와 무를 볶다가 멸치 육수 가득 부어 팔팔 끓여내는 황태 해장국,
술 먹은 다음날 아스파라긴산의 은혜로운 효능을 맛볼 수 있는 콩나물 해장국과 수란의 하모니,
두터운 순대와 쫄깃쫄깃 머릿살을 가득 담고 부추 송송 뿌려준 순댓국,
숟가락이 푹 하고 들어가는 선홍색의 선지가 먹음직한 선지 해장국,
부산에서 만났던 맑고 청아한 국물의 돼지 해장국...


뭐라도 좋으니 당장 국밥 한 그릇이 먹고 싶다.
좋은 글을 쓰기 위해,

필사를 하기 위해,

찬 바람을 이겨내고 유의미한 하루를 보내기 위해 나는 한 그릇의 국물이 필요하다.

(오늘 당신의 선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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