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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n Jul 30. 2021

나의 오아시스

오아시스 글쓰기 프로젝트의 네 번째 글 (2020.08.30)

 회사를 다니면서 다른 일을 준비할 때는 준비 시간이 부족해 시간을 쪼개고 쪼개어 썼었지만, 퇴사를 하고 나서 갑자기 나에게 주어진 시간이 늘어나니 무의미하게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무의미하다고 느낀 건, 무언가를 하면서 시간을 보낸 것 같긴 한데 막상 잠자리에 들기 전 하루를 돌아보면 한 일들이 별로 없는 것 같았다. 그러던 중 윤지 작가님의 인스타그램에서 작가를 모집한다는 글을 보았다. 일주일을 고민한 뒤, 글을 쓰고 싶다고 연락을 드려 오아시스의 작가로 참여하기 시작했다. 사실 글을 전문적으로 쓰던 사람이 아니었기에 ‘작가’라는 단어를 쓰기도 참 민망스럽고 부끄럽다. 내가 참여하고자 했던 이유는 무엇인가 '활동'하는 시간을 만들면 회사를 다닐 때처럼 부지런하게 움직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시작한 것이었다.

 글쓰기의 시작은 주제에 관한 경험들을 떠올리는 것이었다. 경험들을 떠올리며 그에 관한 생각들을 적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다이어리의 일정표나 일기들을 다시 읽어보면서 지난 시간들을 떠올려보기도 했다. 그래서  좋았던  같다. 잊고 살았던 나의 모습들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오아시스가 만들어준다는 것이 좋았다. 가끔 과거의 일기들을 읽어보기도 했었으나 최근 들어서는 읽어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인지 매주 글을 쓰는  시간이 기다려졌다. 지나간 나의 발자취들을 돌아보고 그때와 지금은 어떻게 달라졌는지 생각하 시간이 좋았다. 나를 돌아보게 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시간을 내어 돌아보기란 쉽지 않았었다. 글을 쓰지 않았더라면 내가 가질  없는 시간이었을 것이다. 또한, 글을 남김으로써 다이어리 말고 나를 돌아볼  있는 계기를 마련해두는 것이 훗날 의미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일기는  순간의 생각으로 써내려 가지만,  편의 글을 완성하기까지의 시간은 일기 쓰는 시간보다  오래 걸렸다.  쓰기 전에 생각을 하고,  문단을 쓰고,   읽어보고 나서 다음 문단을 쓰고, 다시 한번 처음부터 읽어보면서 문단을 늘려 완성을 했다. 완성을 하고  다음 날엔 소리 내어 읽어보면서 문장을 수정했다. 이러한 과정을 반복하며 곱씹고 생각하여  글은 나의 깊숙한 내면의 모습을 담고 있다.

 사람의 기억력은 나이가 들면서 점점 퇴화한다. 기억할 수 있는 내용들도 한정적이다. 기억력의 한계가 있기에 기록하지 않으면 내 삶의 부분들이 사라질 것 같았다. 글을 쓴다는 것은 기록을 남긴다는 것이다. 그 기록은 당시의 내가 어떤 생각을 가졌었는지, 어떤 기억을 안고 있었는지, 내 삶의 부분들을 떠올리게 해, 내 삶이 사라지지 않았음을 증명해줄 것 같아 글을 쓰게 된다. 이번 주는 또 어떤 주제에 관련된 내 경험과 생각을 남길까 기대하면서 말이다.

 글쓰기의 처음 시작은  글을 읽은 사람들이 나와 함께 당신들의 경험들을 떠올리며 삶의 부분들을 되돌아보길 바랬던 것은 아니었다. 글에 위로나 감명을 받았으면 하는 마음에 시작한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은  글을 읽으면서 ‘, 나도 이랬었는데, 그런 적도 있었지. ‘하며 ‘나만 그랬던 것은 아니구나. 나랑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이  있구나.’라며 위로를 받았으면 좋겠다. 혹은 전문적으로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니기에 서투르고 부족한 부분이 많을지라도  글에서 조금은 따뜻함을 느낄  있으면 좋겠다.

 ‘오아시스’라는 단어는 위안이 되는 사물이나 장소라는 의미를 가진다. 나에겐 글을 쓰는 순간이 오아시스에 있는 것이다. 나의 글을 읽는 순간 오아시스에 있다고 느껴지기를 바라면서 나는 오늘도 컴퓨터를 켜고 오아시스에 나의 경험들을 써내려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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