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아시스 글쓰기 프로젝트의 세 번째 글 (2020.08.23)
매해 12월이 되면 다음 해의 다이어리를 구매하기 위해 ‘아트박스’나 문구를 판매하는 매장을 두고 있는 ‘교보문고’를 찾는다. 온라인 문구 판매 홈페이지의 다이어리 코너도 들여다 보고 일주일을 넘게 고민하고 나서야 다이어리를 구매한다. 고심해서 구입한 것 같지만 사실 내가 구입했던 다이어리들은 큰 차이가 별로 없다.
어렸을 때, 학교 숙제로 일기 쓰기를 시작했었는데 그 시작이 중, 고등학교 때까지 이어졌다. 고등학교 입학해 기숙사에 입소할 때도 일기장을 가져갔었으나 당시 온라인 사이트 ‘일기 나라’가 학교 내 인기였기에 자필로 쓴 일기장보다 일기 나라를 이용했었고, 그 후 ‘싸이월드’가 새로운 강자로 등장했을 때는 ‘싸이월드’에 공개 혹은 비공개 일기를 종종 작성했었다. 대학교 1학년 때도 온라인 공간과 고등학교 때 다 채우지 못한 일기장을 병행으로 사용했었다. 하지만 위의 일기 쓰기 방식은 오래가지 못했다. 타자로 입력하는 것보다 연필이나 펜으로 글을 쓰는 것이 더 익숙했던 것인지 아니면 다이어리 하나만 들고 다니면 그때그때 생각나는 감정들을 바로 적을 수 있다는 것이 좋았었는지 대학교 2학년 때부터 다이어리를 구입하기 시작했다. 대학교 1학년 때는 대부분의 신입생들이 그러하듯 대학에서 준 학생 수첩을 썼지만, 일기를 적기엔 다소 부족한 부분이 많아 입학 1년이 끝날 무렵 첫 다이어리를 구매했다.
나의 첫 다이어리는 ‘하루’ 다이어리였는데 일별 칸이 너무 작아 쓰고 싶은 말이 많을 때는 빈 공간에다 적곤 했다. 그다음 해 구매한 다이어리는 ‘악몽’ 다이어리였다. 2007년부터 2012년까지, 딱 2010년을 제외하고는 내가 썼던 다이어리들은 전부 악몽 다이어리였다. 연말에 새로운 다이어리를 구입하기 위해 쇼핑에 나섰지만, 악몽 다이어리를 구입하지 못할 때 빼고는 여러 개를 두고 고민해도 선택은 언제나 악몽 다이어리였다. 2012년도 이후로는 악몽 다이어리가 나오지 않아 다른 브랜드의 다이어리를 구입했었다. 악몽 다이어리를 제일 많이 썼지만 그 외에도 대부분 두 번 이상 같은 브랜드의 다이어리를 사용했다. 2006년부터 지금까지 구입한 다이어리들이 브랜드는 다를지라도 이들은 공통점이 있다. 월별, 일별로 기재하는 칸이 크고 월별 다음에 일별이 나와 있다. 내지 디자인은 단순한 구성이고 내 마음대로 작성할 수 있는 메모 페이지가 많았다. 이 공통점들은 나의 다이어리 사용 습관에 기인한다.
월별 칸에는 일정 외에도 그날 꼭 해야 하는 일들이나, 기록해두는 것들이 많았다. 일별 칸은 일기를 쓰기 위한 칸이나 커야 했다. 메모 페이지가 많아야 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일별 칸이 크다 해도 일기장에 쏟아 내고 싶은 이야기가 많을 때나, 어느 순간 감정을 기록하고 싶을 때는 다이어리 한 페이지 넘게 글을 작성하는 적이 많았다. 매일매일 기록했던 연도도 있고, 그렇지 못했던 해도 있지만 썼던 다이어리들을 들춰보면 메모지가 아예 비어있는 다이어리는 없다. 날짜를 적고 글을 작성해둔 페이지들이 꼭 있고, 읽던 책에서 마음에 와닿았던 문장이 있으면 그 문장을 기재하고 그 문장에 대해 생각나는 것들을 기재한 페이지들이 있다. 스마트폰이 생활화된 요즘, 스마트폰의 메모장에 글을 쓰는 사람들이 많지만, 내 스마트폰의 메모장엔 글이 없다. 무언가 쓰고 싶어질 때면 나는 다이어리를 꺼낸다. 과거에도 지금도 여전히 그렇기에 연말에 구매하는 내년을 위한 다이어리의 브랜드가 그 해 사용했던 브랜드와 달라도 공통점들을 가질 수밖에 없다.
올해도 벌써 상반기가 지나 하반기에 접어들었다. 다이어리의 첫 부분부터 지금까지 작성한 부분을 보니 여전히 다음 해의 다이어리도 위의 공통점이 있는 다이어리를 구매할 것 같다. 내년 다이어리는 어떤 걸 구매하게 될지, 연말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