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이 아닌 나의 아기에게 맞는 패턴이 나올 때 까지
엄마가 된 지 60일이 넘었다. 50일 즈음 엄청 울어대는 딸 덕분에 나는 육아에 재능이 0이라고 생각했다. 눕히면 엄청나게 울고, 안으면 조금 덜 울고, 자기 전엔 짜증 내며 울고, 일어나도 낑낑대며 울었다. '크느라 네가 더 힘들겠지'라고 생각해야 좀 엄마 같을 텐데 고작 오십며칠 살아본 아기에게 이렇게 말하면서 나도 같이 울었다.
"아린아 그만 좀 울어, 엄마도 너무 힘들어."
정말 크느라 그렇게 울었던 걸까 정말 힘든 5일 남짓이 지나자 나의 아린이는 나와 더 눈을 잘 맞추고, 더 잘 웃는 아기가 되어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 아기는 말 대신 울음과 웃음, 낑낑거림과 칭얼댐, 혀를 내미는 것 등으로 의사표현을 하고 있고 육아는 여전히 어렵다. 당연하다 아기니까.
사실 좀 더 어렸던 신생아 시기에는 오히려 울음을 구분하기가 쉬웠다. 배가 고프면 엄청 크게 울고, 기저귀를 갈아야 하면 찡찡 거리며 울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울음이 많아지고 잦아지면서부터는 어떤 울음이 뭘 원하는지 오히려 헷갈리기 시작했다. (지금도 아린이는 신생아 때와 달리 배가 고파도 크게 울지 않는 거 같다.) 그래서 아린이 고유의 의사표현 대신 '평균'에 집중했다. 이 시기의 평균 수유텀은 3~4시간, 이 시기의 평균 수유량은 140ml, 평균 밤잠 시간은 5~6시간...
결론은 평균을 아이에게 맞추는 건 아이와 소통을 단절하는 것과 다름없었다.
그동안 나는 수면교육만 실패한 줄 알았는데 육아 자체를 제대로 하지 않고 있었던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아기에게 맞춰가는 육아를 해야지 생각하면서 또 평균을 들이밀었던 거다. 수면교육만 우리 아기에게 맞출 것이 아니었다. 내 아기를 기르는 거니 모든 면을 내 아기와 그리고 나에게 맞춰야 했던 거다. 육아 교과서를 쓰는 게 목적이 아니라면 전반적인 아기들의 평균치가 아닌 우선 내 딸이 어떤 아기인지, 어떤 사람인지 계속해서 알아가는, 관찰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마음을 고쳐먹고 나는 좀 더 유심히 우리 딸을 관찰하기로 했다.
유심히 관찰하자 우리 딸의 수유텀은 2시간~2시간 30분, 수유량은 80~100ml로 조금씩 자주 먹는 것을 선호하는 아기라는 것을 알 수 있게 되었다. 밤잠은 잘 잘 때는 6시간 30분도 통잠으로 자주고, 못 잘 때는 4시간만 자고 일어나 맘마를 찾는다. 신경질적으로 울 땐 쪽쪽이를 물려주는 걸 싫어하고, 쪽쪽이든 손이든 뭔가를 빨고 싶어서 입을 요리조리 움직이면서 울려고 할 때는 쪽쪽이가 특효약인 아이다. 또 가장 큰 성과는 무조건 안아주기만을 바라는 아기는 아니라는 점을 느꼈다는 것. 물론 엄마가 안아주는 걸 무척 좋아하는 등센서가 있는 편인 아기이지만 낮잠은 등을 대고 엄마가 옆에서 지켜봐 주면 스스로 잠들 수도 있는 아기였다. 모빌이 잘 보이는 시기가 되면서 모빌을 혼자 보면서 놀 줄 아는 아기였다. 왜 우리 아기는 모빌을 별로 안 좋아할까 고민했었는데 그전에는 모빌이 잘 보이지 않아 큰 관심이 없었던 모양이다.
그렇게 내 딸을 관찰하고 나서야 나는 '안는 것과 우는 것'에서 조금의 자유를 얻었다. 여전히 불안한 육아이지만, 여전히 우리 아기는 밤잠은 안아서 재워주길 바라지만, 낮잠을 잘 때 스스로 잠드는 법을 배우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옹알이도 제법 많아져서 참 귀여운 시기이다.
언젠가는 까꿍놀이, 거울놀이도 즐길 날이 올 테고 그럼 육아는 좀 더 다양해지고 재미있어질지도 모른다.(혹은 더 힘들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말을 할 수 없는 아기와 소통하기 위해서는 관찰을 해보라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