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다 나 새끼
작년 11월, 나 새끼가 태어난 달 내 새끼를 낳았다. 태어난 지 일 년이 넘은 그녀는 그리 무겁게 느껴지던 신생아 몸무게의 두 배를 넘었지만 오히려 지금이 그 시절보다 안기 더 수월하다. 혹은 그렇게 느끼고(착각하고) 있다. 아 물론, 손목은 이미 만성 질환이 되어 너덜너덜해졌다.
12월이 되어 올 한 해를 돌아보니 새삼
‘지가 혼자 컸어요’라고 말하는 엄마들이 존경스럽다.
아기는 절대 혼자 클 수 없기 때문이고
정말 별로 손이 안 간 아기라면 그 아기와 엄마의 무던함이 존경스럽기 때문이다.
난 누군가에게 저렇게 말하는 대신, 아무도 묻지 않았지만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해줬다.
나 참 애 많이 썼다
그런데 그렇게 말하고 나니 왈칵왈칵 뿜어져 나오는 눈물을 참을 수가 없다.
이걸 글로까지 적다 보니 남들 다 하는 거 뭐 그리 넌 유난으로 애를 많이 썼냐고 되려 부끄러워지려 하지만 나는 어쩔 수 없이 나라서 남들 기준은 모르겠고 난 무진장 애썼다.
엄마가 되어보니 ‘엄마의 정성으로 만들었습니다’라는 문구가 많다는 게 얼마나 개소리로 들리던지…
내 몸과 마음을 200프로 갈아 넣는 게 엄마의 마음인데 그들이 남을 위해 그랬다고?? 그럴 수 있는 기업인이 많다고??
엄마가 된다는 건 돈도 물건도 아닌 ‘사람’을 책임지는 일이다. 그건 생각할 수 없는 방식과 크기로 행복하지만 생각보다 매우 고되고 고민되고 우울한 일이다.
부부가 낳아 기른다지만 담임의 이름, 친한 친구, 친한 친구의 엄마, 아이가 다니는 병원의 원장 스타일, 먹는 약의 정확한 복용법, 요즘 잘 먹는 음식, 영유아검진 예약, 문화센터예약, 입을 옷, 아이 잠버릇 등은 엄마의 직장 유무를 떠나 엄마의 몫(책임)이 매우 크다. (혹은 나의 경우는 그러하다)
그래서 엄마가 된다는 건 문득 외로워지는 일이기도 하다. 마치 가장의 무게를 느낀 맞벌이 중년 남자의 소주처럼 이성 간에는 이해가 어려울지라도..
그래서 누군가에게, 사실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너 진짜 애 많이 썼다
라는 말이 듣고 싶어 진다.
‘보글보글 끓고 있는 된장찌개의 소리와 냄새, 그리고 앞치마를 벗고 환한 미소를 머금은 채 나를 향해 달려와 상냥한 목소리로 오늘도 너무 고생 많았어요 라는 말이 듣고 싶다.‘정도가 아니라 그냥 진심 어린 저 한 마디면 된다.
근데 이런 말은 해달라고 해서 들으면 소용이 없다는 게 문제다.
그러니 못 들었다면, 스스로에게 해주자.
애썼다. 올해도 오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