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아시아최초 여성 노벨문학상 - 채식주의자
이래저래 말이 많았고 최근에는 노벨문학상까지 수상한 '채식주의자'를 드디어 읽었다. 역시 잘 쓰인 글이라 그런지 빠른 속도로 읽히면서도 읽기 힘들어 그냥 슬쩍 빠르게 넘겨버린 부분들도 있었다. 마지막 챕터를 읽었을 때는 눈물이 주룩주룩 흘렀는데 '언니'에 대한 공감보다 '그녀(영혜)'가 너무 안쓰러워 울었다.
집에 가지 말자.
조심스럽게 꺼낸 살려달라는 말. 그리고 그 말이 살려달라는 말인 지 너무 늦게 알아차려버린 언니의 죄책감.
그 감정이 너무 슬프고 안쓰럽고 괴로워 울었다. 세상 어느 곳 보다 따뜻했어야 할 '집'이 영혜에게는 어릴 땐 지옥이었고, 커서는 외로움 그 자체가 아니었을지...
첫 번째 챕터는 잔인한 꿈 이야기가 많이 나왔지만 그런 부분들보다 남편을 포함한 사람들의 태도가 더 잔인하게 느껴졌다. 남편이라는 사람이 어째서 '많이 힘들구나'는 고사하고 '왜 그래', '무슨 꿈인데'라는 말 한마디를 하지 않을 수 있는지 답답하고 신기했다. 가족들조차 고기 그까짓 거 안 먹는 게 뭐가 그리 중요한 건지 당최 알 수가 없었다. '대체 왜 아무도 - 영혜야 미안해. 몰랐어 네가 많이 아픈지 -라고 말을 하지 않는 거야!'
두 번째 챕터에서는 안타까운 마음이 지배적이었다. 영혜의 '식물 혹은 나무가 되고 싶다는 마음'을 1% 라도 이해해 준 사람이 왜 하필 그 사람일까. 그 사람보다 언니가 조금 더 빨리 이해해 줬다면 끔찍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어도 되었을까...
세 번째 챕터에서는 그녀들의 과거 이야기가 조금 내비쳐져서 전체적인 영혜와 언니에 대한 이해도가 쑥 올라가며 더욱 안쓰러웠다. 아빠에게 직접적인 폭력을, 남편과 가족에게 무관심의 폭력을, 형부에게 신체적인 폭력을 당한 영혜가 선택한 폭력을 피하는 방법은 가장 비폭력적인 방법이었다.
'나무가 되는 것.'
영혜는 누군가의 눈에는 그냥 미친 여자일 뿐이겠지만, 혹여나 본인도 누군가를 헤치는 사람이 될까 가장 안전한 나무가 되고 싶다는 간절한 소망을 가진 단단하고 따듯한 사람이 아닐까 싶다.
언니인 인혜가 '네가 미치지 않았으면 내가 미칠 수도 있었겠구나 싶다'라는 생각을 했다는 대목에서는 정상과 비정상이 종이 한 장 차이겠구나 라는 감정이 언뜻 스쳤다.
작가 한강이 노벨상 수상소감에서 학창 시절 비가 오는 날 처마 밑에서 1인칭이 되는 경험을 했다고 소개했는데, 소설에 그 말이 함께 더해지니 세상에 좀 더 다정한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