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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너 Jul 15. 2020

멜라니 캐빌에게 설국열차란(스포주의)

#구너의영화리뷰_01 넷플릭스 'Snowpiercer'

 이제 너무나 친숙한 플랫폼인 '넷플릭스'에서 재미있게 봤던 미드(미국 드라마)가 있는데, 바로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를 리메이크 한 'Snowpiercer'이다. 영화 '설국열차'는 2013년에 개봉했고(그래서 미드 설국열차가 7년째 달리는 것일까?ㅎㅎ) 오래전이라 스토리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재미있게 봤었다는 느낌이 남아 미드도 시작해보았다. 평이 좋지 않아서 큰 기대를 하지 않아서일까. 남편과 나는 매주 월요일은 설국열차 때문에 흥미로운 저녁시간을 보낼 수 있었고 오늘은 시즌 1의 마지막인 10화를 본 날이니만큼 짧게나마 감상문을 적어볼까 한다.


 드라마를 보는 내내 나는 레이턴 보다 멜라니 캐빌에게 더 애착이 갔다. 존경과 인기는 티켓을 팔았을 뿐인 윌포드가 가져가고, 아무도 알아주지 않지만 인류를 위해서 고군분투하는 그녀의 모습이 안쓰러워 오히려 응원해 주고 싶었다. 멜라니는 인간을 포함한 동식물들의 생명에 대한 균형을 맞추고, 계급에 따른 질서를 유지해야만 인류가 멸망하지 않을 것이라는 사명으로 잔혹하리 만큼 무섭게 열차를 위해 일하고 대의를 위한 소수의 희생을 외면하는 사람으로 비친다. 왜 생명의 위협마저 무릅쓰며 모든 짐을 짊어지는 것을 택했을까라는 의문이 있었는데 시즌 1의 마지막에서 나는 그 사명감이 본인의 딸을 포기하는 것에서 오는 죄책감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니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멜라니는 설국열차를 만드는 일에 열중했기에 딸과 소홀한 시간을 보냈고, 설국 열차를 타는 날, 딸이 혼자 올 수 있을 것이라고 가볍게 생각해 버리곤 혼자 설국열차에 타게 되었는데 아이가 없었다는 것이었다. 여기서 그쳤다면 훌쩍 울고 말았을 일인데 '그런데 난 내리지 못했어.'라는 대사가 나를 울려버렸다. 아마 이번 시즌에서 처음으로 눈물을 흘린 거 같다.


 내리지 않았던 것인지, 내릴 수 없었던 것인지는 멜라니 본인만이 알 수 있는 것일지라도 나는 그 둘 중 어떤 것이든 그녀 스스로 선택했을 거라 믿는다. 그리고 그녀가 마지막에 고백하듯 고해하듯 뱉어 버린 '사랑 보다 중요한 건 이 세상에 없어.'라는 말처럼 그녀는 누구보다 큰 사랑을 가지고 있었던 사람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결론적으로는 멜라니는 대의를 위해 딸을 희생한 것이 되었고, 이것이 그녀를 열차에 더 집착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그녀는 'Snowpiercer'를 'She, Her'라고 지칭하는데, 영문법상 기차가 여자의 성별을 띄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멜라니는 열차에서의 1분 1초도 딸의 생각을 하지 않은 적이 없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멜라니 캐빌에게 설국열차는 그녀가 목숨보다 아끼는 딸이 아니었을까.



▶ 등장인물 소개 ◀

주인공은 멜라니 캐빌과 안드레 레이턴이다. 멜라니 캐빌은 설국열차의 '접객 팀 리더'로서 설국열차의 '질서'에 만전을 기하는 인물이고 초반부에서 피도 눈물도 없는 칼 같은 여자로 묘사된다. 그 외 등장인물은 다양한데 우선 그녀와 함께 접객 팀의 이름으로 열차 내 대소사를 해결하는 루스, 멜라니에게 잔잔한 힘이 되어주는 진주(이름은 한국인인데 풍기는 분위기가 일본인이라 아쉬웠다.), 그녀의 여인 , 틸과 함께 열차 내 경찰 역할을 하는 '제동수 소속' 사고뭉치 오스와일러, 나이트카의 주인이자 열차 사람들에게 흥과 감성을 선물하는 '오드리', 사이코패스 같아 보이지만 레이턴을 꼬리 칸에서 나오게 한 것 외에 특별히 역할이 없었던 부잣집 딸 LJ(조심스레 시즌 2에서 LJ를 기대해본다), 뒤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든 열차를 작동시켜야 하는 엔지니어 베넷, 그리고 꼬리 칸에서 베넷이 있는 머리까지 혁명으로 올라온 '안드레 레이턴' 등이 있다.


▶ 줄거리 ◀

설국열차는 기후변화를 대비해 만든 미래판 '노아의 방주'이다. 1001칸으로 이루어져 있는 이 열차는 무임승차한 꼬리 칸을 제외하고, 한 칸 한 칸 치밀하게 설계되어 인류의 문명이 이 열차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고 보아도 될 정도이다. 하지만 자는 곳, 신선한 음식을 먹는 것, 씻는 것, 햇빛을 보는 것, 아이를 가지는 것까지 열차 칸의 등급에 의해서 정해진다. 이 룰은 열차의 주인인 '윌포드'의 지시 아래 군인 역할을 하는 '군화'들에 의해서 무력으로 강제된다. 그리고 이를 어기는 사람에게는 영하 90도의 바깥공기를 이용해 신체 일부를 동상 걸리게 하거나 온몸을 얼려버리는 벌을 내린다. 1등급 칸 승객들은 예전 세상과 다를 바 없는 호화로운 삶을 즐기는 대신 2등급 칸, 3등급 칸으로 갈수록 누릴 수 있는 자유와 삶의 질이 줄어든다. 이런 불공평한 상황에서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조차 충족시킬 수 없었던 꼬리 칸 사람들은 힘을 합쳐 '혁명'을 계획한다. 하지만 혁명이 시작하기 전에 '안드레 레이턴'은 엉뚱하게 '형사' 신분으로 앞 칸에서 수사를 맞게 된다. 레이턴의 비상한 추리력으로 열차의 끔찍한 살인사건 범인이, 열차를 만드는 데 가장 많은 돈을 투자한 폴저 가문의 딸 LJ라는 것을 밝혀낸다. 하지만 열차의 주인인 '윌포드'는 말도 안 되는 이유로 LJ에게 벌을 내리지 않고 이는 사람들에게 열차 내 정의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계기가 된다. 윌포드가 이런 결정을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바로 윌포드는 이 열차에 없었기 때문이다. 사실 멜라니 캐빌이 윌포드 라는 인물의 이미지를 내세워 열차의 질서를 유지시켰던 열차의 설계자였던 것이다. 결론적으로는 모두를 속인 것이 된 이 사실을 LJ와 레이턴이 알게 되자 멜라니는 LJ와는 협상을 택한 것이고, 레이턴은 '서랍'이라고 부르는 관에 가두어 버린다. 하지만 레이턴의 꼬리 칸 연인 조시 덕에 목숨을 건진 레이턴은 결국 혁명을 시작하고, 군화의 대장인 그레이 장군과 대치 끝에 멜라니와 손을 잡고 혁명을 성공시킨다. 멜라니는 이 혁명에서 본인의 가치관이 맞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시인하며 스스로를 옥죄었던 죄책감에서 벗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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