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구너 Aug 19. 2020

우리에게 IT기술의 미래란

#구너의영화리뷰04. 영화 The Circle

 2017년에 개봉한 영화인 'The Circle' 리뷰를 해보려고 한다. 사실 이 영화를 본 이유는 좋아하는 배우인 '엠마왓슨'이 주연이라 가볍게 킬링타임용으로 Play 버튼을 누른 것이었다. 하지만 의외로 생각할 거리가 넘치는 영화였다.


 나의 하루를 SNS에 업로드하고 친구들의 안부를 SNS를 통해 확인하는 것이 일상이 된 요즘, 우리는 SNS 속 사람들의 모습과 자신의 실제 생활을 비교하며 질투하거나 좌절감을 느끼곤 한다. 아이러니하게 자신 역시 제일 잘 나온 셀카나 자신이 힙하거나 센스 있다고 느끼게 해 줄 감각적인 사진만 올리면서 말이다. 영화에서는 '트루유'라는 SNS에서 메이가 자신의 24시간을 공개한다. 이 프로젝트를 하게 된 이유가 '비공개=거짓/좋지 않은 일을 할 동기 제공'이며 '공개=투명하고 정직한 사회의 지름길'이라는 신념에서다. 하지만 나는 그녀에게 묻고 싶었다. 카메라를 달고 난 뒤 사람들이 더 친절해지지 않았는지, 전과 달리 밝게 인사하거나 친한 척 말을 걸진 않았는지 말이다.

'트루유'라는 이름의 SNS는 정말 (TRUE) 진정한 (YOU) 당신의 모습일까?


 영화는 개인적인 SNS 활동과  폐해만을 말하지 않는다. 메이의 사생활을 24시간 공개할  있게 만든 소형 카메라는 개인의 자유와 시민들의  권리에 대한 고민을 가져온다. 영화  굴지의 IT기업 '서클'  작은 카메라를 통해  세계 곳곳을 실시간 영상으로 확인할  있는 'See Change'라는 프로젝트를 합법화하기 위해 애쓴다. 사실 이런 기술은 현재 현실적으로 가능한 기술이다.  나아가 중국의 안면인식 기술은 정부의 지원까지 받아 날로 발전하고 있다. (중국 공산당의 슬로건인 '대중의 눈은 눈처럼 밝다'라는 문장에서 따온 '쉐랑공정'이라는 농촌 CCTV 감시 시스템은 개인용 스마트폰이나 가정용 TV 연결된 카메라도 데이터 통합 대상이라고 중국 언론이 보도한  있다. - 출처 : 중앙일보 2018.04.21 한애란 기자)


- 이 기술이 범죄자를 잡는 데에 쓰여 선량한 시민의 안전이 보호된다면?

- 어린이 유괴 방지에 효과적인 기술이라면?

- 고위 공직자의 투명성을 판단하는 좋은 자료가 된다면?

내 생활이 지금 보다 좀 더 많은 CCTV에 노출된다는 불편함을 감수하고 범죄율을 0에 가깝게 줄일 수 있다면, 당신은 어떻게 하겠는가? See Change시스템을 찬성할 것인가 반대할 것인가.

결코 간단한 단답형으로 끝날 의문은 아닐 것이다. 선뜻 대답은 할 수 없어도 또 다른 의문을 제기할 수는 있을 것 같다.

- 100% 완벽한 기술은 없기 때문에 0.001%의 오류에 의해 살인자로 누명을 쓰게 된다면?

- 몰카와 다름없는 이 기술이 반드시 좋은 의도로만 쓰인다 확신하는가?

- 하나의 기업 혹은 국가에 의해 관리된다면 그 관리 주체의 정당성과 동기는 순수하고 모두에게 유익하다 할 수 있는가?

이 삶이 정말 고작 좀 더 많은 CCTV일 뿐일까.

기술에 의해 빅데이터가 생성되면 그 데이터를 관리하고 판단하는 주체가 반드시 생길 것이고 새로운 권력이 만들어지리라 본다. 그리고 이 권력은 거의 신에 가깝다. 모든 사람의 일상을 하나의 클라우드에서 저장/분류/분석하고자 하는 에이먼을 보면서 혹 신이 되고자 욕망하는 자가 아닐까 생각했다. 에이먼의 가치관에 따라 누군가는 '고위험군'에 속할 수도 있지 않을까.


 영화를 보는 내내 기술이 가져오는 편리성과 위협을 동시에 느꼈다. 지금 우리 사회는 눈과 귀를 닫고 살고 싶을 만큼 정치판은 더럽고, 남녀 갈등은 거세고, 범죄자의 행동은 악랄하며, 무논리로 무장한 댓글들은 한숨만을 나오게 한다. 그래서 가끔은 AI가 알아서 나에게 짜증을 불러일으키는 것들을 다 처리(?)해줬으면 싶기도 하다. 하지만 AI는 절대 신의 영역을 침범해서는 안되며 눈과 귀가 수고스럽더라도 나 자신이 감내해야 한다. 눈을 더 크게 뜨고 귀를 더 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한 사람의 다른 의견이 더 들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 의견이 백 사람의 싸움에서 해결의 씨앗이 될지도 모른다. 비공개든 공개든 한쪽의 주장을 '옳음'으로 정의하면 위험하다. 4차 혁명의 흐름은 막을 수 없는 큰 물줄기고 어쨌든 기술은 날로 발전할 것이고 우리는 그 안에서 현명함을 잃지 말아야 할 것이다.

어쩌면 IT기술로 펼쳐질 미래는 유토피아이자 동시에 디스토피아일지도 모르니까.


 우리는 이미 사슴이 예쁘다고 회색늑대를 죽이면 생태계가 파괴된다는 것을 안다. 옐로스톤 국립공원에서 IT기술 활용의 힌트를 얻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 영화 '더 서클' 줄거리 ] 

주인공 '메이'가 누구나 들어가고 싶어 하는 복지가 탄탄한 IT기업에 친구의 소개로 입사하게 되면서 영화는 시작한다. '서클'이라는 회사의 복지는 탄탄하다는 말로는 부족하다. 멋진 건축, 인테리어, 정원에 이어 훌륭한 숙식을 제공한다. 또한 임직원들의 스포츠, 음악활동을 지원하는 것을 넘어 종교활동 및 임직원 가족의 건강까지 알뜰살뜰 챙긴다. 처음에는 회사에서 모든 일상을 보내는 것이 익숙지 않은 메이는 주말이면 집에서 어릴 적 친구 '머서' 그리고 부모님과 함께 시간을 보내지만, 인사팀에 의해 회사에 더 오래 머물고, 개인 생활을 꾸준히 SNS에 업로드할 것을 권고받는다. 인사팀의 요구도 들어줄 겸 머서의 멋진 작품을 소개할 겸 본인의 SNS에 머서의 사슴뿔 샹들리에를 업로드한다. 하지만 좋은 의도와는 달리 머서는 SNS에 올라간 사진으로 인해 악플에 고통을 받고 결국 메이와 의절하게 된다. 상심한 메이는 안개 낀 밤, 구명조끼도 없이 카약을 타다 위험한 상황에 처하고 서클의 'See Change'시스템에 의해 구조된다. 이후 메이는 회사 시스템을 더 신뢰하며 자진해서 자신의 24시간을 See Change카메라에 의해 오픈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세계적인 유명 SNS 스타가 된다. 정치 투표를 더 서클 시스템을 통해 진행해야 완벽한 민주주의를 이룰 수 있다는 생각까지 하게 된 메이는 점점 더 CEO 에이몬의 신뢰를 받으며 회사 내에서도 승승장구한다. See Change시스템을 합법적으로 전 세계에 구축하기 위해 'See Change카메라를 통해 범죄자를 찾는 퍼포먼스'를 메이가 진행하게 되는데, 범죄좌를 찾는 데에서 더 나아가 친구 머서를 강제로 찾는 도중 도주하던 머서는 다리에게 추락해 사망하게 된다. 충격을 받은 메이는 타이와 함께 에이먼을 진퇴양난의 상황으로 몰아 복수를 하는 것으로 영화는 끝이 난다.


매거진의 이전글 그들에게 경쟁이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