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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너 Aug 18. 2020

그들에게 경쟁이란

#구너의영화리뷰03. 넷플릭스 시리즈물 Next in fashion

※스포 주의※

 코로나가 잠잠해지더니 얼마 전 일부 교회와 목사의 몰상식한 행동으로 이제 수도권이 위험해지고 있다.

2학기 개학을 코앞에 두고 있는 상황에서 다시 신천지 때 보다 더 위험한 지역감염이 발생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장마가 끝나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어느 때보다 집콕을 해야 할 판이라 혹 넷플릭스나 보며 집콕을 하실 분들을 위해 나도 하나의 시리즈물을 추천해본다.


그 이름은 바로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 NEXT IN FASHION이다.

 이 시리즈물은 차세대 패션을 이끌 디자이너 1명을 뽑는 서바이벌 예능 프로그램으로, 총 18명의 각국 디자이너가 모여 경쟁을 하게 된다.

서바이벌이라는 것이 내가 응원하는 사람을 만들어 내고, 사람 애간장을 태우는 성격을 가지고 있는 데다 주제가 패션인지라 볼거리가 많고 지루하지 않다.

레드카펫부터 시작하여 슈트, 언더웨어, 스포츠웨어, 데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제로 경쟁을 하며, 마침내 2명이 남아 총 10벌의 컬렉션을 만드는 피날레를 장식한다.

'MINJU KIM'이라는 브랜드를 가진 한국 디자이너가 우승을 해 괜히 뿌듯해지기까지 하는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내가 이 프로그램을 추천하는 가장 큰 이유는 경쟁을 참가하는 사람들의 태도가 너무 놀라웠기 때문이다.

한국의 음악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흔히 보이는 시기와 질투, 갈등이 없었다. 그 점이 오히려 놀랍고 신선하기까지 했다.

프로그램의 시청률을 위해서라면 갈등과 화해는 일부러라도 넣고 싶었을 텐데 PD가 출연자들에게 'Be good'이라는 주문이라도 한 듯했다.

물론 내적인 갈등은 있어 보였지만 다른 출연자를 헐뜯는 모습이 없었다. 마치 패션의 정신이 '다양성의 존중'이라고 말하는 거 같았다.

미국에서 제작한 콘텐츠라 우리나라의 것들보다 더 심한 갈등 상황이 나올 거라 지레짐작했었던 나에게 갈등 없는 서바이벌 프로는 꽤 신선한 충격이었다.


 콘셉트 자체가 '협력하며 우승자를 가려낸다' 였을 수도 있겠지만 이름이 세계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을 뿐 나름 패션계에서 한 가닥씩 하거나 자신의 브랜드와 패션 신념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PD의 요청'에 의해 온순하게 길들여졌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특히 인터뷰를 하는 부분까지 '이렇게 말하세요'라는 각본이 있을 리 만무하다.


 나오는 디자이너들 중에서 이탈리아 사람인 '엔젤로'는 내가 사랑해마지않는 '노홍철'을 꼭 닮았다.

아쉽게도 엔젤로는 7화에서 떨어지게 되는데, 그의 태도와 인터뷰가 또 한 번 나의 가슴을 찡하게 했다.


(왼)엔젤로, (우)찰스



놀라운 경험이었어요.
정말 대단한 디자이너를 만났고 많은 영감을 얻었어요.
정말 고맙고 정말 행복해요(Super Hapay!라고 했다).
오늘 밤엔 파티를 열 거예요. 제가 우승자 같아요.
미안해요, 친구들 내가 우승자예요! 야호!
Next in fashion - ANGELO


 나라면 저렇게 말할 수 있었을까? 내가 다른 사람보다 못했다는 사실이 나를 압도하지 않았을까?

내가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두어야 한다는 굳센 의지와 신념도 물론 멋지지만 '목표와 추진력' 만큼 '경쟁 자체를 즐기는 그의 태도'는 정말 SUPER GREAT이었다.

자신이 우승자 같다는 말을 하는 그는 분명히 남들이 아닌 자기 자신과 싸운 사람이었고

그 싸움에서 승리한 사람이었다.

그리고 엔젤로는 작업을 하는 동안 멘붕을 겪긴 하지만 웃음을 잃지 않았고 노홍철(패션감각도 비슷해 보였다)과 같은 긍정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이었다.


 엔젤로 뿐 아니라, 거의 대부분의 디자이너가 이 경험 자체를 소중히 여기고 즐겁게 임했다.

18명에서 참가자 수가 점점 줄어들수록 이기기 위해 안전한 길을 택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평소에 하지 않거나 못했던 도전을 했다.

자신 있으면 자신 있다 말하고 자신이 없으면 울고 웃으며 망한 것 같다고 소리를 질렀다. 다이내믹했지만 보는 내내 기분이 좋은 프로그램이었다.

정말 오랜만에 '욕하면서 보는 드라마'가 아니라 '웃으면서 보는 드라마'였다.


 몰상식한 사람들의 집회로 우울한 요즈음, 막장 드라마가 대세인 요즈음, 결코 가볍지도 지루하지도 않지만 보는 내내 미소를 짓고 싶다면 자신의 꿈을 향해 즐겁게 도전하는 Next in Fashion을 정말 강. 추. 천. 한다!


김민주와 준결승전에 참가한 디자이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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