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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너 Jan 09. 2021

그들의 생존이란?

#구너의영화리뷰10. 넷플릭스 스위트홈 시즌1 (스포주의)

 괴물이 나온 영화(콘텐츠) 중 이렇게 울어 본 영화는 처음이었다.

 사람을 헤치지 않는 괴물은 있지만 괴물을 헤치지 않는 사람은 있느냐는 질문에 머리가 띵- 해지는 영화, 추하고 감동적인 모든 모습은 괴물에게도 사람에게도 있다는 걸 알려주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스위트홈'에 대해 리뷰해보려 한다.

 사교성 좋고 밝았던 차현수는 '하늘이 맑아서'라는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전학 온 아버지 회사 회장 아들에 의해 왕따를 당한다. 이로 인해 현수는 은둔형 외톨이가 되어 자살만을 생각하게 되고, 설상가상으로 부모와 동생까지 잃은 뒤 경제적 어려움에 '그린홈 아파트'라는 아주 낡은 아파트로 이사를 가게 된다.

 자살할 날까지 정해 두었지만 여전히 배는 고파 라면 배송을 확인하려고 문을 열었는데, 문 앞이 온통 피범벅이었다! 깜짝 놀라 문을 닫았지만 곧이어 옆집 여자의 초인종 누르는 소리가 들리고 이 여자의 손을 본 뒤 세상에 이상한 존재가 나타났음을 깨닫는다.


 그린홈 아파트뿐 아니라 온 세상 사람들이 '괴물'로 변해가는 세상 속에서 안전을 위해 외부와 단절된 그린홈 아파트 사람들은 더욱더 결속력을 가지며 1층 어린이집에 모여 함께 생활한다.



 이 영화의 장르는 '크리쳐물'이라지만 사실 나에게 인상 깊었던 것은 괴물 CG가 아닌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의대를 포기한 똑똑한 리더 '이은혁'을 필두로 괴물과 맞서 싸울 힘이 있는 '차현수', 돌잡이 때부터 칼을 잡았다는 '정재헌', 힘든 일도 마다하지 않는 근육녀 '서이경', 괴물과 맞먹는 불주먹 '편상욱'까지 얼핏 어벤저스 같은 느낌마저 든다. 그런 그들의 '생존 속 펼쳐지는 희로애락'이 난 정말 재미있고 궁금하고 눈물이 났다.

 한 편, 그들에겐 공통점이 있었는데 그건 바로 아픈 과거. 사실 그들은 어벤저스가 아니라 지극히 보통사람, 혹은 내 주변 누군가는 겪었을 만한 슬픔이 있는 사람들이었다.

따돌림당해 죽고 싶은 마음뿐인 학생

사랑하던 사람의 자살을 목격한 여자

남편에게 30년간 언어폭력에 시달리던 아내

집안의 사업이 쫄딱 망한 것으로 예상되는 구(舊) 강남 여자

발목 부상으로 꿈을 포기해야 하는 예비 발레리나

자신의 실수로 어린 딸이 죽었다는 죄책감과 그리움에 시달리는 엄마

부모님이 돌아가신 피 안 섞인 남매

사고로 가족을 잃고 하반신 마비가 된 남자

사람을 죽이는 것이 자신의 삶이 되어버린 피해자


 집집마다 사연 없는 집 있겠냐만은 사실 어찌 그리 구슬픈 사연만 모아놓았나 싶을 만큼 눈물이 안 나고는 못 베기는 설정이기도 했다. 하지만 구슬프고 안타까운 그들의 과거사는 괴물 앞에서 오히려 아무것도 아닌 일이 되어버린다. 죽고 싶을 만큼 힘들었지만 오히려 그들은 괴물 앞에서 살고 싶어 진다.  그래서 그들은 죽고 싶었던 과거를 안은 채 '생존'하기로 결심한다.


 생존하기로 했다 해서 육체적인 능력치나 인성이 업그레이드되진 않는다. 그린홈 아파트 입주민들(그린홈 어린이집 입주민이라 해야 할까?)의 생존 방식은 때론 희생과 사랑이 넘치지만 기본적으로 괴물 능력을 컨트롤할 수 있게 된 '차현수 학생'을 생존 도구로 이용하는 것이 주된 방식이다. 이 모습들이 너무 '인간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이 따듯해지고 뭉클해지는 그런 휴머니즘이 아니라 발가벗겨 놓은 듯한 현실적인 인간의 모습이었다.

 마음만 먹으면 다 죽여버릴 수 있는 힘을 가졌지만 자신을 희생하며 그린 홈 아파트의 규칙을 따르는 현수를 보며 결국 몇몇도 현수와 (착한) 괴물들에게 마음을 열게 되지만 여전히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존재한다.

 

 극한 환경에서도 사람들의 선하고 악한 모습이 다양하게 등장하는 영화를 보며, 괴물만큼 나쁜 짓을 하는 사람들이 등장하는 현실 뉴스를 보며, 사람은 참 신기하고 모순적인 존재 같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을 선하다 혹은 악하다 라고 결론짓기는 힘들겠지만 사람은 그 환경이 어떠하든 얼마든지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할 수 있다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

 알베르 카뮈는 '페스트'에서 인간이 단합해서 성실성을 보여줄 때에만 재앙으로부터 인류를 구원할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한다. 괴물이든 코로나든 학대든 차별이든 부정부패든 환경오염이든 사람들은 또 힘을 모아 삶에 대해, 생존에 대해 성실한 단합을 보여주리라 믿는다. 그러다 보면 우리는 (또 다른 시련이 생길지라도) 그들처럼 그린홈 아파트를 탈출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들의 생존이란 어쩌면
'현실이 X 같지만 그래도 한 번 잘 살아보자' 우리에게 보내는 메시지는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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