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살이 - 코로나와 자가격리

by Chloe N

미국은 지금 끝도 없는 '자택격리' 중이다.

한국에 있는 지인들이 "미국사람들은 무식해서 마스크를 안 쓴다" "그동안 부자나라라고 잘난 척 있는 대로 하더니 마스크 하나 없고..."라고들 한다. 모두 다 나를 걱정하는 말 끝에 나오는 말들이다.


실제로 코로나초기에 미국에는 마스크가 없었다.

당시 미국은 의료진이 쓸 마스크조차 확보하지 못해서 많은 의료진을 두려움에 떨게 했고, 많은 시민들이 그것을 안타까워했다. 의료진에게 갈 마스크조차 없었으니, 매스컴 어디에도 마스크라는 것을 언급하지 않았고, 오히려 각 가정에 치기공, 매니큐어, 페인트 비즈니스 관련으로 여분의 마스크가 있다면 병원으로 기부해달라고 부탁할 정도였다. 페이스북에는 실시간으로 간호사들이 우는 사진과 의사들이 쓰레기봉투를 뒤집어쓴 사진들이 연이어 올라왔다. 듣도 보도 못한 역병에 지쳐가는 의료진들을 위해 식당 주인들은 음식을 기부했고, 재봉질을 할 수 있는 이들은 헌 옷으로 마스크를 만들어댔다. 3월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크리스마스 장식 라이트를 집 앞에 달아 불을 켜서 그들의 퇴근길을 응원했고, 그들 집 앞에는 야드싸인을 심어 그들의 노고를 달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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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왜 마스크가 없었을까.

미국이 가난하고 못나서 마스크가 없었을까?

아니면, 질병이 무섭지 않은 독불장군이어서였을까?


아니다.

미세먼지가 있기 전의 한국을 한 번만 생각해보라.

한국도 몇 년 전만 해도, 길거리에 마스크를 쓴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지 않았는가.

미국은 미세먼지가 없었을 뿐이다. 공기는 늘 맑고 청량했고, 모르는 사람에게도 살뜰하게 인사를 건네는 미국사람들에게 마스크란, 강도나 도둑들이 CCTV로부터 얼굴을 가릴 때나 쓰는 것이었다.


게다가, 약국이나 철물점(페인트 마스크)에 소량이나마 있었던 것들도, 1~2월에 이미 아시안들이 싹쓸이 한 상황이었다. 특히 중국, 한국인들이 본국의 가족, 친지들에게 보낸다고 미국 전역 구석구석을 뒤져 씨를 말려놓은 상황이었고, 일부 장사치들이 온라인에 남은 것까지 싹 다 긁어갔었다.


그러니 3월 내내 의료진조차 마스크를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를 수밖에 없고...

전 국민이 마스크를 사용 못하는 현실에서 미국정부가 선택한 것은 전 국민의 '자택격리'이었다.


'집에 가둔다고? 진심이야?'

사람에게 마스크를 씌우는 게 아닌, 사람 자체를 집에 가두어버리다니.

처음엔 황당하고 어이가 없었다.


얼떨결에 온 가족이 24시간을 함께하는 생활이 시작되었다.

리얼터(부동산중개인)인 남편은 하루에 전화를 보통 4시간 이상을 한다. 그것도 똑같은 말을 무한반복한다.

아이들 e-learning은 meeting이 많았다. 급히 매뉴얼을 만들었으니, 선생님의 지도가 필요한 부분이 많아서 선생님이 온라인에 상주했었다. 또한 아이가 사회적으로 고립될까 봐 교육청에서 친구들끼리 채팅&화상채팅을 하라고 채팅방을 오픈해주었다.

그렇게 각자 쉴새없이 떠들어대야하니..

큰 아이는 2층에, 남편은 남편은 1층에, 둘째 아이는 지하 놀이방에 자리를 잡더라.

각자의 미팅 스케줄에 맞춰 움직이는 그들은 내게 삼 시 오 끼를 차리게 했다.


그러기를 2달.

아직 아무도 미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이 생활을 즐기고 있다.

학교 다니던 때, 사실 우리 딸들은 거의 매일 아파했었다. 원인 모를 복통과 두통.

한 달에 한 번씩은 꼭 조퇴를 했고, 6개월에 한 번은 꼭 응급실을 다녀왔었다.

9살, 14살. 대체 학교 다니면서 무슨 스트레스가 많았길래 그렇게 아파했었을까..

그런데 지금 2달째, 신기하게도 한 번도 한순간도 아프지 않다.

그뿐 아니라 지금 우리 집은 웃음이 넘쳐난다.

1분에 한 번씩 싸우던 아이들이었는데... 스트레스가 없어서 인지 서로 날을 세우지 않는다.

그 모습이 예쁘다 예쁘다 해줬더니, 더더욱 마음이 노곤해지는지 서로를 위한다.

다음날 학교가 없으니 잠을 같이 자는 걸 허락해줬더니, 자매가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내 눈을 속여가며 낄낄댄다.

나 몰래 과자 먹고, 나 몰래 TV 한번 보고, 나 몰래 잠 안 자고 밤새고..

사실 나 다 아는데^^

코로나로 잃은 것도 많지만, 크게 얻은 것이 있음에 감사하고 있다.


또한 집의 소중함을 뼈저리게 배웠다.

아파트 살지 않기에 가능한 2달이었다.

층간소음이 없는 단독주택이라 가능한 2달이었다.

답답할때 숨 쉴 수 있는 잔디 깔린 뒷마당이 있는 집이라서 가능한 2달이었다.


'미니멀 라이프'를 좋아하고, '무소유의 소유'를 사랑하는 내 인생의 가치관이 모두 깨진 2020년이다.

넓은 집은 필요 없고, 냉장고는 비워야 좋던 내 인생관은 세상이 평화로울 때에는 맞았었다.

근데 코로나인 지금,

가진 게 많아야 안 불안하고, 쟁여놓을수록 여유롭고, 큰 집에 살아야 안 싸우더라.


이제 우리는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위생과 안전에 대해 모르던걸 알게 되었고, 사람 간에 거리두기를 배웠다.

그리고 사람이 살아가는데 의. 식. 주가 무조건 먼저이고, 사치는 필요 없음 또한 배웠다.

이제 욜로 라이프는 불안하다.

힘들게 배운 만큼 되새기며 인생 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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