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necting the dots

by Chloe 슬기

나는 "connecting the dots"라는 표현을 좋아한다. 하고 싶은 게 많아서 이것저것 찔러보고 중구난방으로 일을 벌이는 타입이라 저 말을 자기 합리화처럼 쓰는 것이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커리어든 인생이든 되돌아보면 이어지지 않는 것이 없다.

소소한 예로, 오래전 베이킹에 한참 빠져서 베이커리를 내는 게 다음 꿈이었는데 결국 2년이 지나도 나는 방구석 베이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그만뒀다. 그러다 언젠가 몸을 만들어보겠다며 단백질을 채울 수 있는 법을 고민하다가 프로틴빵을 연구하기 시작했는데, 지금까지도 수년 째 건강한 아침을 굽고 있다. 베이커리는 내지 못했지만 내 입맛 하나는 책임질 수 있다. 대학시절 생활비를 벌기 위해 했던 식당 일 경험으로 물가가 하늘을 찌르는 샌프란시스코에서 몇 년간 쉽고 맛있는 도시락을 싸서 다닐 수 있었고, 덤으로 아낀 돈으로 다양한 경험을 했다. 호기심으로 시작했던 바텐딩 일과 그 과정에서 더 깊이 빠진 와인은 처음 남편과 나를 가깝게 해 준 계기가 되기도 했다. 필라테스를 가르칠 때도 전혀 딴 세상인 엔지니어 배경이 생각보다 도움이 되는데, 생활화되어 있는 분석과 계산이 자세를 볼 때도 피드백을 줄 때도 잘 써 먹힌다.

그냥 내가 좋아서, 할 수 있으니까, 또는 해야만 해서 했던 일들이 어떤 식으로던 짧고 긴 선 끝에 닿을 때 희열이 느껴진다.


최근에 친구와 얘기하는데 새로 일본어를 공부한다고 했다. 순수하게 일본어에 관심이 생겨서 우선 배우지만 이게 어딘가에 도움은 될까 하는 마음이라고 했다. 나는 어디에든 도움이 될 거라고 믿는다. 그 친구가 앞으로 수십 년을 살면서, 일본어를 할 줄 아는 게 또는 새로운 걸 배워나간 경험 자체와 그 과정에서 접한 일본 문화가 도움이 되는 순간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어차피 이렇게 한국에 와서 엔지니어를 그만두고 고작 운동과 자잘한 공부들을 하는데, 지금까지 뭐 하러 그렇게 열심히 살았는지 모르겠어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하지만 기대도 된다. 내가 해온 것들이 나를 여기에 데려왔고, 앞으로 무한한 길이 열려있는 거니까. 이 작은 점들이 언젠가 또 나만의 그림을 만들어 낼 것이니, 지금 보내는 순간들을 충실하게 만끽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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