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비드. 폭동. 통금시간. 산불. 암흑 같은 샌프란시스코. 매일 셀 수 없이 많은 분들이 목숨을 잃고, 한 시간 반을 기다려 들어간 전쟁터 같은 마트에서 생필품을 사며 하루하루 살아내던 날들 중 내가 끄적여 놓은 노트 제목이었다. “얼마나 좋으려고”.
2020년 3월에 웨딩 촬영, 4월에 결혼식이 예정되어 있었다. 그러다 돌연 코비드가 터지며 2월에 타기로 한 한국행 비행기는 취소되고 집에 갇혀서, 날려버린 신혼여행 계약금과 기약 없이 미뤄진 결혼식은 둘째치고 서로 살아서 결혼할 수 있기만을 빌었다. 보통은 준비하다 싸우지만 않으면 손잡고 잘 들어가는 결혼식을, 나는 왜 이런 자연재해까지 생기나 억울하고 마음이 쓰렸다.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항상 생각하는 한 가지가 있다. 그 일이 일어난 게 오히려 잘됐어 생각하는 날이 분명히 올 거야. 고등학교 시절 별별 홈스테이를 다 겪고 결국 쫓겨 간 마지막 홈스테이가 정말 천사 같은 분들이었고, 그전에 고생을 안 했다면 이런 좋은 분들과 연이 닿았을까, 감사했던 것처럼. 그래서 이번엔 얼마나 좋은 일이 생기려고 이렇게까지 되나 하는 마음이었나 보다.
전 세계 모두가 힘든 이 시기에, 집까지 잃어버린 사람도 많은데 지붕 밑에서 먹을 것도 있고, 얼굴에 팩을 붙이고 따뜻한 물을 받아 발을 담그는 여유까지 부릴 수 있는 게 어디인가. 또 잘 버티고 있으면 더 좋은 일이 있을 거라 믿고 싶었다.
그리고 그 마음이 맞았다. 결혼식이 미뤄진 대신, 시간 여유가 생겨서 엄마가 직접 그려주신 특별한 청첩장을 돌릴 수 있었고, 결혼식을 유튜브로 생중계하게 되어 더 많은 친구들이 온라인으로 함께했으며, 무엇보다 이게 얼마나 간절하고 소중한지 뼈저리게 느끼며 완벽하지 않은 순간마저 완벽한 결혼식을 치렀다.
그때 작디작은 집에서 24시간 7일 붙어서 보냈던 2년은 우리 부부에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추억이 되었다. 그 시간 동안 우리가 쌓아놓은 관계와 신뢰가 너무나 소중하다.
인생엔 고비가 여러 차례 찾아오지만 결국 모든 순간은 터닝포인트가 될 수 있다. 그저 이걸 발판 삼겠다는 마음으로 곧 좋은 일이 있을 거라 믿어봐야지. 가끔은 그런 믿음이 긍정적인 마인드를 만들어주고, 또 잘 헤쳐나갈 수 있는 용기를 주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