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의 창문

by Chloe 슬기

한국에서의 여름은 아주 오랜만에 처음이다. 5월 말쯤부터 따뜻해지더니, 나는 더위를 별로 안 타는 편인데도 꿉꿉한 느낌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다행스럽게도 지금 지내는 아파트는 거실과 부엌의 창문을 열어놓으면 맞바람이 얼마나 휭휭 몰아치는지, 아침저녁으로는 추울 정도로 시원해서 매일 창문을 열기 시작했다. 그래도 먼지는 신경 쓰여서 자기 전에 꼭 닿고 침실에 들어간다.

어제는 거실에서 같이 티브이를 보다가 내가 먼저 졸렵다고 들어가고, 집에 별로 없어 이 맞바람 사정을 모르는 남편이 처음으로 창문을 닫았다. “창문은 내가 닫을게! 두 개 다 닫으라는 거지?” 하더니, 2초 만에 들어왔다. 거실 창문 닫고 부엌 창문 닫고 오려면 동선이 그 시간 안에 절대 커버 못하는데..? 두어 번 “두 개 다 닫았어?” 물어도 남편은 어리둥절 “응 둘 다 닫았어” 대답했다. 음 발이 빨랐나 보지 뭐 하고 잠이 들었는데, 다음 날 일어나 보니 부엌 창문이 고대로 열려 있었다. 아.. 두 개 다 닫았다며, 설거지 위에 먼지 앉았겠네 삐죽하며 돌아서다 문득, 거실 창 두 개가 눈에 들어와 웃음이 났다. 안쪽 바깥쪽 이중창 (미국은 이중창이 없어서 이 두 개의 창이 우리한테는 여전히 새롭다).

이렇게 자그마한 것에도 맥락 없인 인식하는 게 다른 데, 어떤 생각에 어떻게 도달했는지 또는 뭘 원하는지 서로 말하지 않으면 알쏭달쏭한 게 당연하다. 아무리 꿍짝이 잘 맞는 우리라도. 이렇게 또 소통의 중요성을 되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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