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기간 동안 원인도 못 찾고 위염, 장염 약만 달고 살며 배앓이로 꽤 고생을 했는데, 수년 만에 결국 완치 없는 희귀병을 진단받았다. 세 달에 한번 병원을 다니게 되자 가족들은 너무나 속상해하셨고, 나는 정말 열심히 살았는데 왜 이런 병에 걸렸을까 멘붕이 왔다. 가족 친구들과 외식도 조심해야 하고 여행을 가면 그 지역 음식들을 맛보는 걸 정말 좋아하는데, 먹고 돌아오면 한동안은 재발이 안되게 관리를 해야 한다. 잠잠할 땐 “뭐, 그냥 평생 같이 가는 친구라고 생각하면 되지, 이제 적응돼서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닌데” 하다가도 조금 무리했다 싶으면 또 터진다거나 예고도 없는 합병증이 튀어나올 때 정말 세상 억울했다.
언젠가 상사가 “너는 억지로라도 스트레스 관리를 해야 하니까 축복이야”라고 말해서 정이 뚝 떨어졌던 적이 있었다. 근데 지금 보니 그 상사 말이 일리가 없진 않다. 감사하게도 병이 심각하게 진행되지 않고 유지가 꽤 되고 있기에 이렇게 말할 수 있겠지만, 그 관리 습관들이 쌓여 더 건강한 내가 만들어졌다. 오히려 나는 내 몸이 보내는 신호들에 더 귀 기울이는 법을 배우고 내가 먹는 것들을 꼼꼼히 따져 볼 줄 알게 되었다. 매일 약이 아닌 영양제를 먹는다 생각하면 되고, 몸에 큰 부담을 주지 않는 운동을 파다가 필라테스 강사도 되었다. 건강을 잃으면 모든 걸 잃는 것이기에, 내 웰빙에 투자하는 것이 가장 가치 있는 투자라는 걸 일찍이 깨달은 거다.
여느 때와 같이 극심한 복통으로 갔던 응급실에서 운명처럼 같은 병을 가진 의사 선생님을 만나, 희귀병을 찾아내고 일반 사람들처럼 살 수 있게 된 것부터가 정말 기적 같은 일이었다. 이 마음을 잊지 않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