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받은 위로

by Chloe 슬기

오래 살던 실리콘밸리를 떠난 지 2년쯤 지났을 때 남편이 한국에 가고, "기러기 아내”가 되어 친한 사람이 아직 많지 않던 뉴욕에서 혼자가 되었다. 내 존재의 이유에 대해 깊게 고민하게 된 시간들. 조금의 여유만 생겨도 오만가지 생각으로 마음이 복잡해, 아주 바쁜 일상을 벌려놓고 허전한 마음을 꾹꾹 누르며 지냈다. 어느 날, 유튜브를 틀어 놓고 집안일을 하다가 우연히 데이식스의 모음 라이브를 봤다. 한 때 정말 좋아했던 노래들에, 좀 더 파릇파릇했을 그 시절의 나와 추억들이 떠오르며 뭉클해졌다.

옆에 뜬 성시경 님 영상으로 넘어가니 어릴 때 많이 듣던 노래들이 쏟아져 나왔다. 내가 지금 이렇게 살 게 될지 몰랐을 시절. 그때부터 쉬지 않고 달린 것 같은데, 왜 아무 곳에도 다다르지 못했을까? 뭔가 서글퍼지며 김범수 님 것으로 넘어가자 내 마음은 총체적 난국이었다.


어릴 땐 뭔지도 모르고 따라 부르던 가사가, 어른이 되고 보니 한 소절 한 소절 왜 이렇게 마음에 와닿는지. 아니면 고달프게 느껴지던 내 상황에 더 그렇게 들렸던 걸까. 눈물이 글썽해서 댓글을 읽어 내려가자, 특히나 그 영상엔 나라면 상상도 못 할 아픔을 겪고 김범수 님의 노래에 의지한다는 슬픈 댓글들이 많았다. 그리고 마침 나온 “지나간다”를 들으며 울음이 터져버렸다.

혼자가 아니라고, 괜찮다고 위로를 받는 것 같았다. 세상이 끝난 것 같았던 순간들은 다 지나고 나니 별게 아니었고, 지금 이 순간도 나중엔 웃으며 돌아볼 수 있을 거다. 한참을 엉엉 소리 내 울고 나니 무거웠던 어깨가 한결 가벼워졌다. 나만 세상에서 동 떨어진 줄 알았는데 내가 더 긍정적인 마음만 가지면 되는 상황이었다는 걸, 그럼에도 이렇게 징징거리고 있다는 게 부끄럽기도 했다.


이런 가수, 음악 들과 같은 시대에 살았다니, 같은 노래를 듣고 다시 일어서는 사람들이 이 세상 어딘가에 또 존재한다니, 마음이 벅차다. 댓글 속 힘드셨던 분들도 어딘가 응원하는 누군가가 있다는 걸 알아주셨으면, 꼭 따뜻한 위로를 받고 또 한 번 힘을 내어 살아갈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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