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이름, 미들네임이 합쳐져 버리는 바람에 한국에 와서 아주 특이한 이름을 갖게 됐다. 덕분에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때면 늘 질문을 많이 받는데, 답을 하다 보면 마지막엔 대부분 비슷한 말로 끝난다. "다 놓고 한국에 오기 쉽지 않았겠어요". 원래 알고 지낸 주변 사람들도 파격적인 결정이라며 나보다 더 아까워하셨다.
크게 성공한 건 아니었지만 내가 있던 자리까지 힘들게 갔고, 물론 그걸 한 번에 다 놔버리는 게 가벼운 결정은 아니었다. 한국어를 잘하고 가족도 있으니 어려울게 뭐 있겠어하고 왔지만, 생각보다 삶의 터전이 송두리째 바뀐다는 건 결코 쉬운 일도 아니었다.
그러나 한 걸음 물러서서 큰 그림을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10년에 한 번씩 적응할 만하면 미국 대륙 끝과 끝을 옮겨 다니며 두세 번 맨땅에 헤딩을 하고 보니, 세상 사는 곳은 다 비슷비슷한 것 같다. 장점이 있으면 단점이 있고 문제없는 곳은 없지만 살지 못할 곳도 없다. 거기서 삶을 꾸려나가는 나의 마음가짐이 중요할 뿐. 오래전 인도에서 자유여행을 하며 본 광경들을 떠올려 본다. 너무나 열악한 상황에 놓인 아이들을 보며 받았던 충격에 비하면, 어딜 가던 나는 필요한 건 다 주어졌으니 나만 잘하면 된다. 놓고 온건 다시 쌓아가면 그만이다.
오히려 가장 아쉬운 건 사람들이다.
내가 잘 안 되고 힘든 때에 인간관계가 정리된다는데, 잃어버린 사람들도 많았지만 적시적기에 내 앞에 나타나준 귀인들이 훨씬 많았다. 여태껏 내가 마음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친구 몇 명, 내 보호자가 되어주었던 호스트 가족, 대학시절 친딸처럼 나를 생각해 주시던 교수님, 연구실에서 같이 논문을 쓰던 박사, 스타트업에서 만난 소울메이트, 존경하는 여러 멘토들, 그리고 필라테스 선생님들, 동기들, 회원들 까지도.
수많은 사람들이 머리를 스친다. 나를 계속해서 응원해 준 그들 덕에 지금까지 무탈하게 올 수 있었다. 내가 노력해서 얻은 건 줄 알았지만, 그들이 있었기에 노력을 할 수 있었고 또 노력이 빛을 발할 수 있었다. 이젠 지구 반대편에 있는 그 인연들을 언제 또다시 볼 수 있을지 모른다는 게 참 아쉽다.
하지만 한국도 분명히 그런 곳일 거다. 날 사랑해 주는 가족들이 여기 있고 벌써 좋은 사람들을 여럿 만났다. 그리고 앞으로도 만나게 될 수많은 좋은 사람들과 그들로 하여금 더 나은 내가 되어가며, 이 결정이 후회 없고 참 잘했다 생각이 들 테니까. 그러니 난 다 놓고 한국에 온 게 아니라, 설레는 마음으로 한국에서 새 출발을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