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해도 괜찮아

by Chloe 슬기

어김없이 그 평가시즌에도 비슷한 피드백을 받았다. “무슨 일이던 믿고 맡길 수 있지만, 좀 더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나 자신에게 너무 실망하고 화가 났다. 왜 나는 소심할까. 왜 나는 많은 사람 앞에서는 잘 나서질 못할까. 왜 나는 완벽하지 못할까. 며칠 동안 의기소침하여 내가 할 수 있는 게 뭔가 고민했다.


그러다 문득 생각이 들었다. 내 주위 아무도 완벽한 사람이 없었다. 주위에 나의 롤모델과 멘토들도 내가 아주 존경하는 장점들을 가졌지만, 완벽하진 않았다. 나는 왜 아등바등 완벽해져야만 한다고 채찍질을 하는 걸까.

나 자신에게 좀 더 관대해지기로 했다. 물론 더 나아지려고 노력을 하겠지만, 노력만으로 완전히 바꿀 수 없는 성향들이 있으니까. 그것들은 과감히 내려놓고, 내가 잘하는 것들을 더 잘하기로 했다. “왜 이걸 못할까” 나를 깎아내리는 대신, “난 저걸 잘하는 사람이야”라고 관점만 바꾸니 나를 받아들이기가 훨씬 수월했다.


소심함과 걱정에 불면증을 달고 살았지만 그 덕에 나는 조금씩이라도 계속 가는 지속성, 뭐든 끝까지 해내는 끈기, 사소한 것까지 잘 캐치하는 섬세함 등을 얻었다. 내가 잘하는 방식으로, 내가 할 수 있는 방식으로 나서보자. 큰 목표를 단계별로, 구체적으로 쪼개어 주어진 시간 안에 차근차근 이뤄나가는 건 자신 있었다. 말보단 글이 좋았기에 연구하고 만들어낸 것 들을 꼼꼼히 정리된 문서로 표현했다. 꼭 큰 발표를 해야 할 때는 셀 수 없이 나 자신을 녹음하며 연습했다. 아마 스팟라이트를 받으며 대중을 사로잡는 높은 사람은 못 되겠지만, 테크리드는 해낼 수 있다 (웃음).


이 세상에 한 종류의 사람만 있으면 그것도 재미없지 않겠는가. 물론 세상에 부러운 사람들, 능력들이 많지만 나도 누군가가 부러워하는 것이 하나쯤은 있지 않을까. 공급과 수요가 맞는 사람들과 또 상부상조하면서, 그렇게 살면 되겠지.

이전 21화루틴이 주는 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