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달리는 이유

by Chloe 슬기

여행 중 발목을 심하게 삐었는데 병원에 가보니 발등뼈 골절이었다. 깁스를 하고 최소한 4주는 러닝, 테니스, 하체 웨이트 아무것도 못한다는 말에 풀이 죽어 앉아있다 보니, 제대로 러닝을 시작했을 때가 떠오른다.


고등학교 시절 크로스컨트리(자연길을 달리는 스포츠 종목)를 하며 다치고 안 맞았던 기억에 달리기는 담을 쌓고 살았지만, 다시 띄엄띄엄 러닝을 이어간 지 12년 정도 되었다. 겨울을 나며 쉬었다가 봄이 되어도 안 돌아가기도 하고, 다른 운동에 빠져서 놓기도 하고, 꾸준히 하지 못해서 아직도 페이스는 느리지만 그래도 결국엔 러닝을 또 찾게 된다.


다시 러닝을 시작한 건 어떤 여학생의 인터뷰를 접하고 나서였다. 아주 유망한 고교 축구선수였는데, 병을 얻고 몸이 마비되기 시작하며 제일 먼저 다리의 감각을 잃어갔다고 한다. 더 이상 다리를 자유자재로 컨트롤할 수 없어 축구는 포기하고 크로스컨트리를 시작했다. 빠르게 달리면서도 다리엔 통증을 느낄 수 없어 몸이 탈 날 만큼 뛰다가, 피니쉬라인을 지나면 코치가 달려와 정지시켜줘야만 하는 모습이 영상에 담겼다. 곧 숨이 넘어갈 것 같은 몸이 안정상태로 돌아오기까지도 한참이 걸렸다. 이렇게 힘든 데 왜 운동을 계속하냐고 묻는 질문에, 그녀는 평생 앉아있게 되기 전에 다리를 쓸 수 있을 때까지 원 없이 쓰고 싶다고 답했다.

그걸 듣고 저 친구는 그렇게 간절할 멀쩡한 내 두 다리를 보니, 부모님이 잘 낳아주신 튼튼한 다리를 갖고도 낭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다음 날부터 무작정 러닝을 시작했는데, 땀을 비 오듯 흘리고 가슴이 터질 것 같이 뛸 때 내가 살아있음이 느껴졌다. 아무리 힘들어도 내 페이스를 유지하며 끝까지 해내고 나면, 수행할 수 있는 몸에 감사하게 되고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과 에너지가 샘솟는다. 힘들고 생각이 많을 때도 아침 햇살 아래 한번 뛰고 오면 걱정이 사그라든다. 그 느낌에 중독이 되어 지금까지 뛰고 있다.


이렇게 다리를 다치고 그 소중함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다시는 다리를 쓰지 못하게 될 그 친구도 긍정적인 마음을 갖고 최선을 다하고 있었는데, 나는 조금만 기다리면 더 단단해진 다리를 얻을 게 아닌가. 얼른 나아서 또 달려야지. 내가 살아있음을 만끽하고 싶다. 나도 달릴 수 있을 때 까지.

이전 22화못해도 괜찮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