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이사 오고 남편이 바빠 아침을 차려주는 시간과 밤에 하루가 어땠는지 물어보는 시간 말고는 거의 얼굴을 보지 못한다. 미국에선 아침마다 같이 커피를 들고 산책하면서 둘이 주제불문 모든 대화를 하는 게 인생의 큰 낙이였던 단짝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일주일에 단 하루 토요일뿐이다. 그마저도 매일 아침 8시 출근 밤 11시 반 퇴근인 남편의 컨디션이 어떨지 몰라 미리 하루를 계획하진 않고, 느지막한 아침쯤 같이 하고 싶은 식사나 반주 메뉴를 정해서 대충 맛집이 있다는 동네 쪽으로 집을 나선다.
회의 사이 3분을 위한 할 일 목록을 적고 전철을 탈 때 환승과 출구가 가까운 칸에 미리 가있는 등 의도치 않아도 끊임없이 최적화 계산을 돌리는 난, 미리 스케줄을 짜고 그에 맞게 내 마음을 준비시켜 놓아야 불안하지 않다. 그래서 이건 내 방식이 아니라도 상황이 그러니까-라고 여겼었다.
지금 돌아보니 선물 같은 토요일들이었다. 이곳저곳 몰랐던 동네와 알찬 골목들, 걷다가 우연히 들어간 미술관 전시, 어쩌다 발견한 취향 저격 카페 등 매번 예상치 못한 곳에서 함께 소소한 행복을 찾는다. 기대하지 않았으니 실망할 여지도 없고, 다음 최적화를 찾느라 현재를 온전히 느끼지 못하는 일도 없으며, 동선에서 벗어났다고 무너질 도미노도 없다. 내가 계획을 열심히 하지 않아도 꽉 차고 뿌듯한 하루를 보낼 수 있고, 계획이 없을 때 생기는 여유가 내가 진짜 즐거움을 찾을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구나. 머리보단 마음의 최적화, 새로운 방식에 새로운 행복이 따라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