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누군가 내 이상형을 물으면 난 정말 별거 없다고 답했었다. 하루 일과가 끝나고 같이 술 한잔 기울이며 도란도란 대화할 수 있는 사람.
하지만 이런 사람을 만나기 생각보다 어려웠다. 라이프스타일이 비슷해야 하고, 술과 음식 취향이나 주량도 잘 맞아야 하고, 무엇보다 공감대와 대화가 잘 통해야 했다. 그래서 그냥 아무것도 따지지 말고 "좋은 사람을 만나기 위한 준비물은 좋은 나"라는 생각으로, 언젠가 만나게 될 좋은 사람에게 걸맞은 내가 되기로 결심했다. 자기애, 경험, 능력, 여유, 친절함, 배려, 도덕성 등을 갖춘 멋있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해 보자.
시간이 흘러 더 이상 내가 행복하기 위해 아무도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되었을 때, 지금의 남편을 만났다. 서로에게 행복을 의존하는 사이가 아닌, 혼자서도 행복해지는 법을 아는 둘이 만났을 때 시너지가 좋았다. 둘이 대체로 잘 맞았지만 다름도 인정하고, 피하는 대신 배려로 맞춰나갔다. 내가 완벽하지 않은 것처럼 그 사람도 완벽하지 않았고, 그저 서로 중요한 장점을 가졌고 대수롭지 않은 단점이 있으니 서로 부족한 점을 채워주면 되었다. 다양하고 진솔한 대화를 할 수 있고 마음속 가장 깊은 곳까지 공감이 가능한 사람, 찾았다 내 이상형. 아마도 나도 몰랐던 나의 이상형의 의미는, 끊이지 않는 웃음과 안정감을 주는 사람이었나 보다. 몇 년 전보단 아주 조금이라도 더 성숙하고 좋은 사람이 되어 나도 뭔가 해줄 수 있는 게 다행이었고,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게끔 했다.
서로의 행복과 안녕을 서포트하는 게 0순위인 관계 속에서 인생 처음 느껴 보는 믿음과 신뢰가 생겼다. 그는 언제나 나와 가족에게 최선인 선택과 결정을 할 거라는 걸, 절대 해가 될 일을 안 할 거라는 걸, 우리가 아무리 힘들 때도 그건 상황 때문이지 그가 열심히 안 한 게 아니라는 걸. 무슨 일이던 우리가 함께 노력한다면 어떻게든 풀어 나가고 그만큼 성장할 거라는 걸. 그렇게 결혼을 하게 되었다.
수년의 결혼 생활을 돌이켜보면 마치 결혼식 날과 비슷하다. 처음이라 서툴고, 여러 우여곡절을 둘이 헤쳐나가고, 그 시간들을 웃으며 추억할 수 있게 되고, 변수가 많거나 꼭 특별한 걸 하지 않아도 함께 보낸 시간이라면 완벽하고 의미 있는 기억이 된다.
그런 시간들 속에서 나와는 조금 다른 남편 덕에, 나는 인생을 조금 더 천천히, 가는 길에 주위도 둘러보고, 가끔은 더 먼 길로 돌아서 가는 것도 괜찮다는 걸 배웠다. 가끔 나도 사랑하지 못하는 내 모습을 남편은 괜찮다고 해준다. 내가 그냥 나여도 괜찮은 사람이 옆에 있어 든든하다.
물론 한 사람의 일을 둘이 책임진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체험하고, 사람이기에 서운 할 때도 있고, 그러다 혼자일 때가 편했는데- 하는 생각이 든 적도 있다. 그렇지만 그 순간마저도 믿음에는 변함이 없다. 오히려 그런 생각을 하기엔 남편과 함께 하며 얻은 것이 훨씬 많다.
지난 세월이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간 것처럼, 앞으로의 여생도 순식간일 테니.. 지금 서로 아낌없이 아껴주고, 양보하고, 존중하면서 그 시간을 같이 즐길 수 있길. 시간이 아무리 지나도, 힘들게 찾은 내 이상형이 옆에 있다는 소중함을 항상 기억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