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중심을 지켜주는 셀프케어

by Chloe 슬기

우리는 자주 타인을 위한 선택을 한다. 그들을 아껴서, 책임감을 느껴서, 나 자신보다 남에게 더 관대한 사람이어서, 그저 싫다고 말을 할 수가 없어서. 그렇게 작은 희생과 헌신이 오랫동안 모이다 보면, 아무도 알아주지 않을 때 마음에 구멍이 뚫리기도 한다.


나도 마찬가지다. 내가 하고 싶은 마음보단 가까운 사람들의 만족과 그들에게 인정받기 위한 선택이 많았고, 충성심과 책임감이 나의 큰 원동력이었으며, 남들의 감정을 끊임없이 살피느라 너무나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혼자서 조금 지치고 서운할 때 속에 쌓아만 두었다. 그러다 가끔 내 인생의 주인공은 내가 맞을까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언젠가 심리 상담선생님이 괜찮냐고 물었을 때, 억울하게 당한 일을 얘기하다가 문득 선생님께 죄송해졌다. "선생님은 항상 다른 사람들의 부정적인 이야기들을 듣고 있는데, 그게 선생님을 우울하게 만들지는 않나요? 선생님의 마음도 걱정이 돼요"라는 나의 질문에, 선생님이 답하셨다. "걱정 고맙지만, 이건 제가 선택한 것이니까요. 물론 어떤 자세로 듣고 대처하는지 배우기도 하지만, 저도 저만의 도구상자가 있으니 괜찮아요". 선생님의 말을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매일 다른 사람의 마음을 돕는 이도 중심을 잃지 않게 지켜주는 도구상자.


답의 시작은 셀프케어가 아닐까.

나를 위한 시간을 보내고, 나를 위한 취미를 만들며, 내가 좋아하는 것과 날 행복하게 해주는 것들을 하나하나 찾아 모으는 일 말이다. 마음이 좋지 않을 땐 왜 그런 기분을 느끼는지 좀 더 객관적으로 들여다보면, 결국 나 혼자만의 걱정이거나 별 일 아닐 때가 많다. 정말 부조리한 일을 겪었다면, 그걸 조리 있게 표현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그렇게 내 기분을 다스리는 방법을 안다면 내가 주도권이 있는 것과 마찬가지인 것 같다.

내가 누군가를 위해 한 일들은 그들이 부탁하지 않아도 나의 선택이었으며 그것을 알아주지도, 되돌려 받을 필요도 없다. 타인에게 최선을 다하되, 내가 감당할 수 있을 만큼, 나를 잃어버리면서까지 할 필요는 없다는 명백한 기준선을 기억하자.

사람과 관계는 결국 흘러가는 것이고, 내가 얼마나 공을 들였든 간에 보이지 않기도 하고 때로는 잊히기도 한다. 하지만 날 가장 존중하는 나 자신이 아직 여기에 있다. 내 선택에 미련이 남지 않을 만큼 했기에, 그걸 기억하고 나를 다독여 줄 수 있는 내가 있으면 되었다.

이전 25화내 이상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