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원 Jul 15. 2024

분홍색 그림자

누구를 위한 배려였을까

 예기치 않게 친구와 공원에 앉아 이야기를 나눴고 누군가 풍선으로 꽃을 만들고 하트로 둘러싸인 곰돌이를 만들어 아이들에게 나눠주고 있었다. 그러다가 어른들에게도 그걸 나눠주기 시작했고 먼저 말을 걸진 못 했지만 받고 싶었다. 그리고 마침내 자리를 뜨기 전 진분홍의 하트 안 옅은 분홍의 곰돌이가 들어간 풍선을 받게 되었다.


 그들은 왜 아무 조건 없이 풍선을 만들어 아이들에게 어른들에게 나눠줬을까 풍선을 들고 버스를 타고 돌아오는 길에 생각했다. 조건 없이 주기만 하는 것이 그들에게 무슨 의미일까. 요즘 들어 Give and take 마인드가 마음속에 자리 잡았고 누구도 원하지 않는 스스로 생각한 선행과 배려를 행해놓고 상대방의 행동에 실망하고 거리를 두는 일이 많아졌다. 나에겐 조금 버거웠던 상대방을 맞춰주는 행동들에 때로는 그들이 고마워했고 때로는 아무렇지 않게 지나갔다. 상대방을 배려한다는 생각으로 행한 행동들로 인해 나는 지쳤고 스스로 선을 긋고 적당히 먼 거리를 만들어냈다. 그저 내가 생각한 배려들이었다. 또한 그들은 내가 왜 그들에게 거리를 두는지, 혹은 거리를 뒀는지도 모를 것이다.


 열심히 푸르른 공원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다가 순간 그림자가 예뻐 사진을 찍었다. 그렇게 분홍색의 그림자를 마주했다. 내가 그림자에 색깔이 있다고 생각한 적이 있던가. 여태껏 그림자는 당연히 짙은 회색이라고 생각해 왔다. 내가 그동안 베풀었다고 생각하는 상대방을 위한 맞춤 행동들은 그들에게 배려가 맞았을까. 나는 나의 의견을 이야기함으로써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쳐버린 건 아닐까. 상대방이 나를 알아갈 기회 또한 앗아간 건 아닐까. 그동안 내가 선행이라 생각한 배려들은 어쩌면 내가 생각한 회색그림자였을지도 모른다. 내가 상대방을 생각하고 행동한 행동들이 그들에게 배려였는지 아닌지는 알 수 없다. 나의 불편함을 상대방에게 전달하는 것이 어려워서 참고 넘어가는 행동들은 그들에게 배려였을까 아니면 내가 편하자고 하는 행동 들이었을까를 생각하게 된 분홍색 그림자였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