냅다 질러놓고 살아가는 삶
대학교 3학년 여름방학 그렇게 갑자기 회계 직무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뒤늦은 직무 체인지에 전과도 복수전공도 선택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기존의 전공과 부전공을 들으면서 일반선택으로 회계 경영 경제 24학점을 수강했다. 그리고는 마지막 1학기를 남긴 채 회계사 시험준비를 위해 휴학을 감행했다. 아직도 냅다 질러놓고 살아가는 삶에 본인인 나조차도 “어쩌다 이런 선택을 하셨어요?”라는 질문을 하고 싶을 때가 있다. 지금도 마찬가지이지만 하고 싶은 게 생기면 결정하기까지 심사숙고할 겨를도 없이 시작해 버리는 게 내 인생의 흐름이었다. 성격이 급하다 못해 생각보다 행동이 먼저 움직였고, 어느 순간 내가 어쩌다가 이걸 하고 있지 생각했을 땐 이미 발을 깊게 담근 뒤였다. 섣부르다, 무모하다고 후회만 하기에는 서른까지 이렇게 살고 있으니 이게 그냥 내가 살아가는 방식이구나 싶어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렇게 시작해서 성공을 했느냐고 묻는다면 그것도 아니다. 그저 매 순간의 도전과 실패가 나를 새로운 길로 안내했다. 시작이 빠른 만큼 포기도 굉장히 빠른 편이기에 최종합격까지 이르는데 평균 3-4년이 걸린다는 회계사 시험에 멋모르고 본 첫 번째 1차 시험과 약 1년간 CPA학원을 다니며 나름 열심히 준비했으나 터무니없었던 두 번째 1차 시험 모두 낙제였다. 공부가 체질도 아니며 더해도 안 되겠다 싶어 약 2년간의 도전을 순식간에 마침표 찍고 복학해 마지막 한 학기를 보냈다. 성공을 위해서는 끈기가 필요하며 김연경이나 김연아 등 성공한 운동선수들을 보면 끊임없이 노력하고 슬럼프를 극복해 결국 최고의 경지에 도달한다. 그러나 모두가 그런 성공을 할 수는 없기에 몇몇은 실패 후 다른 길을 찾았을 것이다.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보통의 대학생들이 막학기쯤 취준을 시작하는 반면 ‘아 취준!‘ 했을 땐 졸업을 해버린 뒤였다. 그때 무슨 생각으로 냅다 졸업부터 했는지는 기억도 나지 않지만 처음으로 아무것도 속해있지 않는다는 불안함과 공허함은 또다시 당장 무엇이든 시작하자로 이어졌다. 그리하여 대책 없는 8월 졸업에 10월 모교에서의 조교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이것이 나의 첫 사회생활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