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숙님의 <그림은 욕망을 숨기지 않는다>
'그림에는 아름다움만 있는 것이 아니라 희망과 절망이 교묘히 배합되어 있는 화가의 삶이 녹여져 있다'
이 이야기에 격하게 공감하며 펼쳐 들은 <그림은 욕망을 숨기지 않는다>
출간된지 오래된 이 책은 현재는 단종된 것 같다. 도서관에서나 중고 서점에서만 만날 수 있는 이 책의 저자는 미대를 졸업하고 다수의 공모전에서 입상, 현재 그림과 관련된 글들을 소개하고 있는 소위 우리가 말하는 '그림 쟁이' 님이시다. 난 미대생도 아니고 엄청난 깊이감으로 미술에 대한 조예를 지닌 사람도 아니다.
하지만 무작정 시작된 반 고흐에 대한 사랑과 여행지에서의 풍경을 그리기를 좋아하는 나로서 짬짬이 그림에 대한 지식을 책과 다양한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섭취하고 있다.
지극히 평범한 나의 시각으로 바라봐 왔던 무수한 명작들.
이 책을 읽는 내내, 우린 유명한 이름표를 달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명작의 명성이 주는 공식적인 아름다움 만을 봐 왔던 것은 아닐까? 라는 의문이 들었다.
화가와 그의 그림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책들은 무수히도 많지만, 이 책에서는 제목에 달려있는 부제 처럼, 화가들의 사랑과 그들의 가슴 속 생각에 초점을 맞추며 그림에 숨어있는 이야기들을 풀어나간다.
뭉크의 첫사랑은 연상의 유부녀였고 그 사랑은 결국 뭉크에게 배신과 좌절을 안겨주었다. 이후 연인이었던 다그니도 뭉크의 친구와 결혼하게 된다. 뭉크는 일련의 연애의 실패로 여성을 혐오하면서도 스스로에 대해서도 분노하며 외로운 노년을 보냈다.
내가 좋아하는 빈센트 반 고흐야 그간 널리 알려진 것처럼 마치 편집증과도 같았던 미친 열정 속에서 철저히 외면 당했었다는 것이 그다지 놀랍지 않았지만 이제까지 작품 이외의 사생활이 잘 드러나지 않았던 (우리에겐 절규로 알려진) 뭉크도 질투와 고독의 화가 였다고 한다.
프랑스의 물랭루즈 포스터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던 툴루즈 로트렉 역시 키 152cm의 단신으로 단 한명의 여인과 진정한 사랑을 나누었지만, 그를 저버린 여인과 헤어진 후 알코올 중독과 정신착란증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수많은 명 화가의 사랑들이 희극 보다는 비극에 가까웠단 사실에 왠지 모를 안쓰러움이 내 마음 한 구석을 채워나갔다.
어느 한 구석에 자리하는 결핍이 위대한 예술가를 만들 수 있다고들 하지만, 이 책 속에서 만나는 예술가들은 어쩜 그리도 하나같이 아픔을 지니고 있었던 건지. 핸드폰만 터치하면 너무나도 손쉽게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요즘의 우리는 화가의 이름과 그림에 달린 해설을 보고, 그 해설이 보여주는 일정 선 안에서만 그림을 감상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한번쯤 그들의 가슴에 담겨있던 사랑과 좌절에 대해 귀기울여보고 다시 그림을 감상해 본다면 이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감상과 감동의 색깔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늘 불안했던 빈센트 반 고흐는 생전에 대가족이었던 룰랭 부부에게서 평화와 안정감을 느꼈다고 한다.
주옥같이 아름다운 그림으로 몇 백년이 지나도 우리 곁에 늘 함께 하는 예술가들이지만 그들이 나타내고자 했던 예술, 지금까지도 교과서에 실리는 다수의 명작이 사랑에 대한 결핍과 고통의 산물이었다.
"예술은 사랑의 가장 고귀한 구현이다. 세상에 대한 사랑, 인류에 대한 사랑, 배후에 어떤 동기를 갖지 않은 사랑. 사랑하라, 그러면 캔버스를 꽃 피는 정원으로 바꿀 수 있다 사랑하라, 그러면 돌에게 생명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다. 사랑하라, 그러면 너의 말들은 시간의 끝까지 올릴 것이다."
p72 빈센트 반 고흐 - 혼자만의 사랑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