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브라이언헤어, 버네사우즈)」
퇴사하기 전, 나는 숫자놀음에 집착했다.
사내에서 나의 쓸모는 직관적이고 객관적으로 이해될 수 있는 숫자로 표현돼야 했다.
한 줄짜리로 내 가치를 표현하기 위해 데이터를 추출하고 가공할 방법을 궁리했다.
그렇게 ‘숫자’에 대한 집착은 그 외의 정성적인 요소들은 무시하는 방향으로 심화됐다.
기승전을 제외하고 오로지 결에만 집착하는 나 자신이 고리타분하고 재미없게 느껴졌다.
시답지 않은 문제들로 함께 울고 웃는 일련의 과정들을 인간미의 한 부분이라 생각하는데,
나는 그런 것들이 결여된 방향으로 진화되고 있었다.
나에게 차가운 만큼, 타인에게도 차가워졌고 알아채지도 못한 사이에 가시를 세운 채 살고 있었다.
아무 생각 없이 던진 말에 아파하는 타인을 보며 이렇게 살면 안 되는데라는 생각이 자주 머리를 스쳤다.
점점 말랑말랑한 감성이 메말라감을 느꼈다.
꽉 굳어 얼어버리기 전에 다정함을 회복하고 싶었다.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이직 준비를 하면서 어렴풋이 체감했던 문장이었다.
책상머리에서 하는 공부가 인생의 전부인 줄 알았는데
세상살이에 더 중요한 것은 사회적 지능이었다.
특히 낯선 사람들에게 먼저 다가가 호의를 얻고 관계를 맺는 일은 내가 가장 못하지만 직장을 탈출하기 위해서는 가장 필요한 기술이었다.
뭔갈 이루어내야겠다는 의지가 나를 끊임없이 새로운 환경에 배치했고,
덕분에 곁에 있는 다정한 사람들을 닮아갈 수 있었다.
특별한 일이 없어도 자주 웃을 수 있게 됐고, 미간도 펴지고, 눈썹도 내려가고 광대도 자연스레 올라갔다. 언젠가 거울을 봤을 때 부드러워진 인상에 깜짝 놀랐던 적이 있다.
아마 그 이후였을거다. 타인에게 쉽게 마음을 열고, 더 부드럽게 행동할 수 있게 됐다.
그런 일련의 과정들을 겪고 난 후에는 자연스레 면접이라는 일련의 과정들이 더욱 쉬워졌다.
쉽게 차가워지는 내 성정을 알고 있다.
그러니 날카로워질 때마다 꺼내 읽어야 한다.
결국에는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 Celine이 추천해 줘서 읽게 된 책이다.
나보다 네 살이나 어리면서 어쩜 그리 똑 부러지고 다방면으로 야무진지 만날 때마다 놀라게 된다.
날카로운 이성과 자기 연민을 뺀 따뜻한 가슴이 동시에 존재한다는 게 신기했다.
Celine의 냉철함과 따듯함을 닮아가고 싶다. 되고 싶은 내가 되기 위해 자주 꺼내 읽게 될 책이다.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브라이언헤어, 버네사우즈)
다정함이 높을수록 협력적 의사소통 기술이 강화된다.
※ 협력적 의사소통 기술이란 타인이 제공하는 정보를 인지하고, 수신한 정보를 바탕으로 의사결정을 하는 기술을 말한다. 예로 들어, 음식을 든 접시와 음식이 들지 않은 접시를 구분하지 못하도록 뚜껑을 덮고, 음식이 든 접시를 손가락으로 가리킨 후에 어떤 접시를 선택할지 결정권을 주면 두 개체 모두 손가락으로 가리킨 음식이 든 접시를 선택한다는 실험으로 알 수 있다. 가축화되지 않은 늑대와 침팬지는 똑같은 실험을 반복해도 손짓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했고 추측으로 음식이 든 컵을 찾아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협력적 의사소통 기술은 생존과 번식에 유리하다.
인간은 다정함(친화력)을 발달시키는 방향으로 진화했고 책에서는 이를 ‘자기 가축화’ 현상이라 명명한다.
‘인간의 자기 가축화’는 다정함을 강화시키기도 했지만, 동시에 외집단에 적대적 감정을 가지는 데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특히, 내집단이 위협받는다고 느낄 때면 외집단에 대한 비인간화가 심화된다. 인간이 한없이 잔인해질 수 있는 까닭은 역설적으로 ‘인간의 자기 가축화’에 기인한다. 저자는, 인간의 잔혹함을 다스릴 방법으로 다른 특성을 가진 집단과의 교류, 인간이 아닌 동물과의 교류를 해결책으로 제시한다.
손잡지 않고 살아남은 생명은 없다.
나는 가장 다정한 늑대들을 우리가 잡아다가 길들인 게 아니라 가장 붙임성 있는 늑대들이 우리와 함께 살기로 선택해 준 것이라고 생각한다.
가장 잘 적응한 개체 하나만 살아남고 나머지 모두가 제거되는 게 아니라, 가장 적응하지 못한 자 혹은 가장 운이 나쁜 자가 도태되고 충분히 훌륭한, 그래서 서로 손잡고 서로에게 다정한 개체들이 살아남는 것이다.
이 책은 다정함이 어떻게 인류의 진화에 유리한 전략이 되었는지를 밝히고자 한다.
친화력은 타인의 마음과 연결될 수 있게 하며, 지식을 세대에 세대를 이어 물려줄 수 있게 해준다. 또 복합적인 언어를 포함한 모든 형태의 문화와 학습의 기반이 되었으며, 친화력을 갖춘 사람들이 밀도 높게 결집했을 때 뛰어난 기술을 발명해 왔다.
뇌가 더 크지 않더라도, 협력을 잘하는 더 큰 규모의 호모 사피엔스 무리가 다른 사람 종 무리를 쉽게 이길 수 있었다. 타인에 대한 감수성을 가진 우리 종은 갈수록 복잡한 방법으로 협력하고 소통했고 이로써 문화적 역량도 새로운 경지로 나아갈 수 있었다.
늑대는 지능이 높았음에도 사람이 보내는 협력적 의사소통의 의도는 자연스럽게 알아차리지 못했다.
개는 사람이 길들이지 않았다. 친화력 높은 늑대들이 스스로 가축화한 것이다. 이 친화력 좋은 늑대들이 지구상에서 가장 성공한 종 가운데 하나가 되었다. 현재 그들의 후예는 개체수가 수천만에 달하며 지구의 모든 대륙에서 우리의 반려동물로 살아가고 있으나, 얼마 남지 않은 야생 늑대 개체군은 슬프게도 끊임없이 멸종의 위협에 노출되고 있다.
공격성에 관한 비용 대비 이익 비중을 조금만 비틀어 생각해 보아도 친화력이 호전성보다 생존에 유리하다는 것을 바로 알 수 있다.
협력능력 문제에서는 잘 교육받은 침팬지들에 비해 완전한 초짜였던 보노보가 완승했다. 협력이 필수인 곳에서는 관용이 지식을 앞선 것이다.
사람 자기 가축화 가설은 자연선택이 다정하게 행동하는 개체들에게 우호적으로 작용하여 우리가 유연하게 협력하고 의사소통할 수 있는 능력을 향상했을 거라고 가정한다.
사람의 자기 가축화 가설이 옳다면, 우리 종이 번성한 것은 우리가 똑똑해졌기 때문이 아니라 친화적으로 진화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공막이 하얀 유일한 영장류다. 게다가 눈의 형태도 아몬드 모양이어서 공막이 더 눈에 띄는 까닭에 시선을 조금만 움직여도 무엇을 보는지 알아차릴 수 있게 되어 있다. 우리의 눈도 다른 종들처럼 위장형이었으나 어느 시점부터 광고형으로 바뀌었다.
사람 자기 가축화 가설은 하얀 공막을 친화력 선택의 결과로 보며, 이 진화가 이루어진 시기는 8만 년 전이었을 것으로 본다. 눈 맞춤 빈도가 증가하면서 유대와 협력적 의사소통이 촉진되어 옥시토신이 훨씬 활발히 발현되었을 것이다. 또 하얀 공막은 속임수나 사기를 막는 효과도 있었을 것이다.
개와 보노보는 자기 가축화를 통해서 친화력을 강화했지만, 두 종 모두 자신의 가족에게 위협이 되는 존재에 대해서는 새로운 형태의 공격성을 발달시켰다.
우리의 민주주의는 완벽과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우리가 내면의 어두운 본성은 잠재우고 선한 본성은 발휘할 수 있음을 건실하게 증명해 온 유일한 정부 형태가 민주주의다.
서로 다른 집단 사람들과 자주 접촉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면 사회적 유대감이 더 많이 형성되며 타인이 지닌 생각에 대한 감수성도 전반적으로 강화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