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수업(윤홍균)」
나는 명확한 게 좋다.
그럴듯한 느낌으로 아는 것에는 절대 만족하지 못하고
왜?를 수십 번씩 되물어 궁금한 점을 온전히 해소하고 나서야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이다.
그런 나에게 사랑은 완벽한 정의나 해답이 존재하지 않는 골치 아픈 문제였다.
나와의 사랑, 부모와의 사랑, 연인 간의 사랑, 친구 간의 사랑 어느 하나 쉬운 게 없다.
9년차 직장인으로 일도 자기관리도 꽤 수월하게 할 수 있지만 애정을 기반으로 한 관계만은 여전히 어렵다.
사랑이 무엇인지,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는지
오답노트를 쓰는 심정으로 지난 사랑으로 복기해 봐도 명쾌하게 정답을 찾을 수 없었다.
게다가 최근에는 즐거움을 추구하는 게 괜스레 죄악처럼 느껴졌다.
원치 않게 이른 취업을 하고 팽팽 놀기만 했던 지난날들이 후회돼서인지
반대급부로 뭔가 생산적인 것을 해야 한다는 강박이 강했다.
특히 근 2년간은 빠른 시간 내에 이직을 해야만 한다는 생각에 나를 더 몰아붙였다.
사랑이 점점 무의미한 감정놀음으로 느껴졌고,
결과와 성과에 미쳐버린 나는 사랑이 시간낭비라고 정의하기에 이르렀다.
다만, 그렇게 인내하며 이뤄낸 성취 뒤에는 생기를 잃은 내 모습이 남았다.
그때서야 알았다.
인간은 결국 사랑 때문에 울고 웃는다.
사랑한다는 것은 일종의 팀이 된다는 뜻이다.
나는 꽤 오랫동안 이 문장을 이해하지 못했다.
인생은 독고다이라는 신념 아래, 뭐든지 혼자 잘 해내는 모습에 심취해서 살아왔다.
또한, 너무나 높은 이상과 엄격한 잣대로 친구는 물론 부모, 형제까지 온전히 사랑할 수 없었다.
그 빡빡한 기준을 이해하고 맞추려고 노력하는 이는 나 자신 뿐이었다.
그렇게 마음에 빗장을 꽁꽁 걸어 잠그고 살아왔지만,
해를 넘길수록 인간은 홀로 살 수 없다는 말이 이해되기 시작했다.
외로워도 슬퍼도 울지않는 캔디의 결말은 공황장애다.
세상살이는 힘들고 모든 인간에게 감정적으로 비빌언덕은 필요하다.
늦지 않았다. 앞으로는 마음껏 사랑하고 표현하자.
사랑수업(윤홍균)
사랑한다면 상대가 힘들어하는 자신의 문제점을 최대한 고치려고 노력해야 한다. 반대로 사랑하는 사람의 문제는 최대한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진정한 사랑은 방향에 따라 다르며, 얼마나 최선을 다하느냐의 문제다. 일방적으로 이해를 바라는 것은 사랑이 아니라 이기심일 뿐이다.
나에게 말하지 않는 것이 있으면 서운하고, 나 말고 다른 사람과 친하게 지내면 화가 난다.
사랑하니까 참아야 해! 할게 아니라 찜찜한 건 드러내 문제 제기할 수 있어야 건강한 사랑이다.
최종적으로 세 가지가 조화를 이룰 때 비로소 사랑이라고 부를 수 있다고 정리했다.
소중하게 여기기(마음가짐), 이해해 주기(정신, 심리활동), 도와주기(행동)이다.
이해는 지식의 양과 비례한다. 누군가를 이해하려면 그 사람에 관한 지식을 최대한 많이 가지면 된다. 왜 그렇게 밀어내는지, 왜 그렇게 변덕이 심한지, 왜 그렇게 표현에 미숙한지
가르치고 교정하고 바꾸려는 행동은 이미 다른 사람들이 많이 하고 있다. 지지하고, 이해하고, 곁에 있어주는 게 사랑하는 사람의 역할이다. 사랑하는 사이라면 안아주고, 위로해 주고, 마음을 알아주고, 맛있는 음식을 함께 먹으며 행복해야 한다. 그게 데이트의 원래 기능이자 역할이다. 많은 사람들이 좋은 의도를 갖고도 사랑에 실패하는 건 도와주기의 방향을 잘못 잡기 때문이다. 상대가 원하는 것이 아닌 내가 원하는 것을 해주려고 하거나 도와주는 연습이 제대로 되어있지 않아서도 그렇다.
지금부터는 무엇이든 최대한 자세하게 설명해야겠다고 결심할 필요가 있다. 회피는 한마디로 ‘정면승부를 하지 않고 피하는 행위’다. ‘말해봤자 무슨 소용일까’ ‘설명하다 보면 싸우거나 상대가 싫어할 텐데’ ‘버림받으면 어떡하지’ 같은 생각이 들 때마다, ‘당장은 이해받지 못해도 알려주기는 하는 게 매너다’라고 끊임없이 자신을 설득해야 한다.
또 자신의 감정이 어떤지, 대화가 싫다면 왜 싫은지, 무엇을 피하고 싶은지, 알고 싶은 것과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를 의식적으로 표현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입을 다문 채 혼자 결론짓고 도망치지 말라는 뜻이다
사랑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도통 시간을 내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점심 먹고 들어가는 길에 전화 한 통, 문자 한 줄이라도 보내야 한다. 바쁜 와중에 힘들게 잠깐 만났다면 최대한 많이 웃으려 해 보자. 내 사랑이 일보다, 회사 상사보다 소중하다.
불안이 찾아오고 마음 둘 곳 없이 전전긍긍하고 있다면 무언가를 오래오래 들여다보라. 앞에 보이는 건물의 유리창수를 세어봐도 되고 하늘의 구름을 봐도 된다. 그러다 보면 아무 일도 생기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생각보다 세상이 평화롭다는 느낌도 받을 것이다.
상호작용이 없으면 남들은 참 좋은 사람이라고 하는데 정작 사귀는 사람은 마치 껍데기와 만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두 사람이 서로 다른 의견을 주고받고 때론 다투기도 하며 그 갈등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더 돈독해지는 것이 진짜 사랑이다.
사람 사이에서 생겨나는 감정과 불편을 상황과 상대에 맞게 적절하게 발산할 필요가 있다. 유난히 힘든 날은 억지로 웃을게 아니라, '오늘은 기분이 영 별로라 도저히 웃음이 안 나온다'라고 말하자.
무엇이라도 좋으니 자신의 욕구를 말하는 연습부터 하자. 감정과 욕망을 표현하는 것이 결과적으로 상대도 존중하는 길이다.
헤어지자고 한 건 난데 보고 싶다니 말이 안 되잖아 너무 변덕스럽고 이기적이야라고 생각할 필요도 없다. 보고 싶은 건 감정이라 원래 논리적이지 않다. 감정이 생기면 억압하지 말고 느낀 대로 읊조리면 된다. ‘헤어지자고 했지만 오늘은 보고 싶네
알고 있고 변하고 싶지만 아직은 변하지 않은 시기를 감내해야 한다. 진료실에서 표현하고 공감과 위로는 받았는데, ‘이게 끝인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지?라는 질문이 고개를 드는 때다. 인식의 시간과 행동의 시간 사이. 이 시기를 전문가들은 ‘준비의 시간’이라고 일컫는다.
사람들은 각자의 습관과 노하우로 스트레스를 해결한다. 원인부터 빨리 파악하려는 사람, 단순화하고 거리를 두면서 천천히 접근하는 사람, 세상의 순리를 믿으면서 자연스럽게 해결되길 기다리는 사람도 있다. 방어기제는 오랜 습관이라 잘 고쳐지지 않으며 서로의 방어기제를 이해하지 못하면 엄청난 감정의 간극과 불협화음을 겪게 된다.
지나간 사랑은 맘껏 그리워하고, 다가올 사랑은 겁내지 말았으면 한다. 당신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변함없이 사랑스러우며, 사람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당신을 사랑하고, 당신이 사랑해 주길 기다리고 있다. 할 수 있는 최대치로 사랑하기를 바란다. 곁에 있는 사람들을 소중히 여기고, 이해하려 하고, 도와주기를. 언젠가 그 사랑이 당신에게 돌아오리라 믿지만 꼭 그렇지 않더라도 말이다. 살면서 꽁꽁 아껴둬야 할 것도 있지만 하얗게 태워버리는 게 훨씬 나은 것도 있다. 사랑이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