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베이는 저녁에 어떨까?
전날에 너무나도 더운 날씨에 열심히도 걸었던 나는 방전이 되고 말았다. 계획을 수정해 여유로운 하루를 보내기로 한다. 사람들은 대만에 ‘먹으러’ 왔다고 할 정도로 대만 여행에는 음식이 빠지지 않는다. 대만 사람들은 외식 문화가 발달했다고 한다. 언뜻 들은 이유로는 집값이 비싸기 때문에 주방시설이 없는 곳으로 특히 젊은이들이 많이 산다는데 그 덕에 외식문화가 발달했다고 한다. 식비가 매우 저렴하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한다.
정말 잠을 잘 잤다. 늦은 점심을 먹으러 나가본다. 대만 하면 우육면 아니겠는가. 직원들에게 주변에 혼자 밥을 해결할만한 곳을 묻는다. 숙소를 이용하면서 여러 가지를 많이 물어봐서 짜증이 날 법 한데 친절하게 길까지 알려준다. 대만 사람들은 정말 착하다. 식당에 들어섰다. 우육면 하나를 주문하고서는 물 한잔을 하려고 정수기로 가는 나는 반찬을 발견했다. 그래서 그중에 내가 좋아하는 버섯과 두부가 있는 것을 발견하고서는 두 개를 가지고 온다. 반찬을 몇 점 먹고 있을 즈음에 주인공이 등장한다. 우육면 국물이 정말 시원하다.
우육면은 중국식 우육면에 비해서 조금 더 깔끔한 느낌이었다. 중국 요리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청경채가 들어있다. 국물을 들이켜는 순간 시원하다고 느낀다! 역시 국밥의 민족이라 그런지 국물이 땡긴다. 그렇게 식사를 마쳤다. 뭔가 대만에 오면 해야 할 미션을 하나 클리어 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계산을 하려고 영수증을 봤는데 알 수 없는 대만 글자와 함께 금액이 많이 나왔다. 나는 우육면 외에 아무것도 주문한 게 없는데. 뭐 스페셜이라도 되는 건가?
대만 식당에서는 반찬을 따로 주지 않는다고 직원은 말한다. 아 내가 아까 집은 두부와 버섯이 계산되는 것이다. 당황했지만 이미 다 먹어버린 나는 금액을 지불한다. 여러분들도 혹시 대만에 가시면 조심하셔야 한다! 물론 맛이 있어서 기분 좋게 내고 나왔다.
식사는 이렇게 해결하였고 커피를 한잔 마시러 간다. 마침 주변을 둘러보는데 오토바이가 일렬로 주차되어있는 것을 보았다. 뭔가 질서가 있는 느낌이다. 대만 사람들의 오토바이 사랑을 유명하다. 여하튼 오토바이가 주차된 곳에는 카페베네가 있다. 대만에서 카페베네?? 우리가 아는 하이킥의 그 카페베네가 맞는 것 같다. 간판이 대만의 분위기를 잘 살려주는 것 같다.
카페베네로 발걸음을 옮긴다. 아메리카노를 주문하고 나서는 저녁에 계획을 세워본다. 여행지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것은 죄스럽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검색을 하던 도중 삼국지의 관우를 모시는 행천궁이라는 사당을 발견했다. 관우의 위상은 대단하다. 신으로 모실 정도로 관우를 사랑한다. 나 역시도 삼국지를 정말 좋아하는 사람 중 하나이다. 초등학교 도서관에는 60권짜리 삼국지 만화가 있었는데 나는 그 책을 다시 보고 또다시 보면서 초등학교 시절을 보냈던 것 같다. 그 삼국지는 나를 교내 독서왕으로 만들어준 책이 되었다! 덕분에 상장도 몇 장을 받았다!
이렇게 보니 관우가 새삼스레 엄청난 존경을 받는 인물이라고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의 동묘 역시 관우를 모시는 사당이 아니던가? 마치 충무공을 기리는 사당이 일본에 있는 것처럼 말이다. 관우라는 두 글자가 나를 그곳으로 이끌게 만들었다. 행천궁으로 가보자.
행천궁에 발들 들이는 순간 사람들이 퇴근을 하고 있을 시간이었다. 아마도 집에 가기 전에 이곳에서 행운을 비는 듯하였다. 생각보다 큰 규모에 놀란다. 들어가면 관우가 보인다. 외모만으로도 적을 제압할 수 있을 것 같다. 마치 술이 식기 전에 적 장수를 베었다는 말처럼. 사원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집중하는 모습을 보고 나도 모르게 따라서 뭔가를 빌어야겠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더 좋은 여행을 부탁드린다고 머릿속으로 외쳐본다. 구경은 다 끝났지만 뭔가 사람들의 분위기에 조금 더 있고 싶어 진다. 그렇게 삼십 분 정도를 지냈다.
사진을 몇 컷 더 찍고 나서는 발걸음을 향한다. 다음은 다들 타이베이의 ‘명동’으로 알고 계시는 시먼딩으로 향한다. 오늘도 뚜벅이처럼 걷는다. 여행 가면 항상 짧은 거리는 걸으려고 한다. 도로 사정에 따라서 걷는 것을 더 선호할 때가 많다. 시먼딩 주변에는 시먼홍러우라는 극장과 타이베이에서 가장 유명한 용산사가 주변에 있다. 마치 패키지여행처럼 이 두 곳을 다녀오고 대만의 명동 분위기를 느껴보려고 한다.
용산사는 용산사 역이 있는데 그 주변을 보고서 깜짝 놀랐다. 주변에는 노숙자들이 구걸을 하고 있었고. 엄청나게 시끌벅적한 거리와 각가지 냄새를 풍기고 있던 노점상들. 이게 거룩해야 할 사원이 맞나 싶을 정도로 서울역 같은 느낌이 들었다. 용산사는 대만에서 가장 유명한만큼 엄청난 인파의 현지인+관광객으로 흘러넘치고 있었다. 1700년대에 처음 만들어지고 나서는 몇 번 무너지고 반백년 전에 다시 건축되었다고 하는데 연차 치고는 너무 화려하고 세련되서 또 한 번 놀라게 되었다.
대만인들은 일상 속에서 여러 가지 신을 모시는 도교적인 문화가 있다고 한다. 그래서 용산사는 엄청나게 많은 신들의 사당이 있다. 안에 들어가 보니 정말 간절한 사람이 많아 보였다. 향을 무료로 나눠주는데 한번 피워보는 것도 좋다. 그리고 점괘를 볼 수 있는데 원하는 소원을 빌고 반달 모양의 조각 두 개를 던져서 다른 면이 나오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처음 던지신 분들이 같은 면이 나온다고 속상해하지 않으셔도 된다. 나도 세 번 던져서 맞췄다. 사람들의 경건함이 온몸을 휩싼다. 여기도 관우가 모셔져 있다.
그리고 혹여 나같은 관광객이 방해가 될까 싶어서 사진 몇 장을 찍고 나서는 빨리 밖으로 이동한다. 외관을 다시 보니 정말로 화려하다. 이름답게 용이 지붕을 감싸고 있다. 다시 오면 소원을 생각해서 와야겠다는 마음으로 발을 뗀다. 낯선 도시의 밤에 몸을 맡겨본다.
걸어서 도착을 한 곳은 서문홍루. 시먼홍러우다.
타이베이에서 가장 오래된 극장이라는 타이틀을 가진 시먼홍러우는 일제시대 때 지어졌다고 한다. 나는 인천사람이라 인천역과 차이나타운 주변을 가보면 비슷한 느낌의 건물을 만날 수가 있다. 지금은 극장으로서의 본래 역할은 하지 않지만 기념관과 여러 가지 소품샵 그리고 주변에는 노천으로 술집이 있었던 기억이 난다. 나이는 100살이 넘어가는데 젊은 사람들이 모여서 플리마켓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영어로는 레드하우스. 외관을 딱 보면 알 수 있을 것 같다. 대만도 우리와 같은 역사가 있었지만 인식은 다른 것 같다. 내가 느낀 타이베이는 일본을 배척하기보다는 따라 하려는 느낌이 더 강했던 것 같다. 실제로 대만에는 일본 기업들이 많이 진출하고 있고 대만 사람들은 가족 식사를 크게 할 때는 일식으로 해결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심지어는 포장 초밥집이 인기다. 같은 일제시대지만 서로의 해석이 다른 것 같았다.
점점 배가 고파지니 시먼딩으로 향했다. 허기가져서 사진을 한 장도 남기지 못했다. 분위기는 젊은 분위기다. 한국인들도 많이 돌아다니는 것 같았고 전체적으로 여행자들이 쇼핑을 하러 많이 돌아다니는 것 같았다. 사실 큰 이미지가 지금도 남아 있지 않다. 기억을 잘 못하는 것은 아마도 별게 없었던 걸지도... 식사했던 기억뿐이니. 그렇게 또 혼밥을 마무리하고는 숙소로 돌아왔다.
밤거리를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걷는 것은 언제나 좋다. 거기다가 여기는 여행지가 아니던가. 기분이 더더욱 좋아진다. 개인적으로 두 가지 사찰을 가면서 느꼈던 것은 대만 사람들은 그들의 희망과 소원을 항상 가지고 다니는 것 같다. 매일매일의 사소한 소원이라도 가까운 절에서 간절히 기도하는 모습에 사뭇 매사에 진지한 것 같은 대만 사람들을 느낄 수가 있었다. 대만은 대만 특유의 분위기가 있다. 어딜 가든 지야 그 나라의 특색이 있다지만은 대만 사람들의 뭔가 아기자기함과 소박함을 느껴서 여행을 하면서 참 좋았던 것 같다.
내일은 여태까지의 여행보다는 조금 더 멀리 가려고 한다.
2018 타이베이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