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반짝반짝 빛났던 obb 기차여행
빈 서역에서 바트이슐로
바트이슐을 거쳐 할슈타트로 넘어가는 일정이었다. 비엔나에서 바트이슐까지는 기차로 3시간정도 걸렸는데, 환승을 2번이나 해야해서 약간 걱정이었다. 지하철이라면, 영국, 중국, 대만 등등 많이 해봐서 자신있었는데, 기차는 한국에서도 많이 안타봤고.. 더군다나 환승하는 기차는 안타봐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 사실 우리나라 지하철 이용자라면 누구라도 쉽게 환승할 수 있다. 여러 나라들의 지하철을 체험해본 바로는 우리나라 지하철이 가장 정교하면서도, 복잡하다.
우선 일정은 조금 저렴한 값으로 하기 위해서 새벽 6시 45분 기차! 너무 이른시간이 아니었나 걱정했는데, 시차 적응을 못해서, 새벽 4시부터 일어나서 멀뚱멀뚱 하고 있었던 때라, 오히려 더 이른 시간으로 했어도 괜찮았겠다 싶었다. 새벽에 조용히 길을 나서는데, 민박집 사장님이 우리에게 조식을 못먹고 가서 어떡하냐며, 샌드위치를 건넸다. 우리보다 먼저 일어나 샌드위치를 만들어 건네는 그 마음이 너무 고마웠다.
마음이 따뜻해지는 샌드위치를 들고 우리를 바트이슐로 데려다 줄 기차역을 찾아 갔다. 짐이 많아 계단을 어떻게 내려가야 하나 막막해 하고 있었는데 엄마가 엘리베이터를 찾으셨다. 덕분에 수월하게 기차역에 도착할 수 있었다. 문제는 플랫폼을 찾는 일이었다. 기차 타는 곳이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았다. 시간은 20-30분정도 넉넉하게 남아있었지만, 심리적으로는 2-3분 남은 것마냥 초조했다.
옆에서 엄마는 자꾸 다른 사람한테 가서 물어보라고 재촉하며 나를 더 초조하게 만들었다.(이때 딸들은 화내면 안된다.) 버티다가 안되겠다는 생각에 청소하시는 분께 기차역을 여쭤봤다. 다행히도 친절히도 기차타는 곳을 알려주셨고, 엄마와 나는 다시 평화를 되찾았다. 기차타는 곳을 찾으니 그 뒤부터는 수월했다. 워낙 obb 시스템이 잘 되어 있어서 obb 앱만 설치하면 탑승하는 플랫폼부터 열차가 지금 지나가고있는 역 이름들까지 알아보기 쉽기 때문이다.
그렇게 3시간여의 기차 여행이 시작됐다. 기차를 탄 덕분에 오스트리아의 풍경들을 마음껏 즐기며 갈 수 있었다. 오스트리아는 주변 풍경이 휙휙 바뀌는 편이었다. 울창한 산림이 나오는가하면, 광활한 초원이 나오기도 하고, 초원이 끊이없이 이어지네- 싶을때쯤 강이 나온다. 그리고 잠깐잠깐 나오는 마을의 아담한 집들과 성당들까지 완벽하게 풍경에 녹아든다.
“정말 관리를 잘 해 놨네. 누가 지금 쓰고 있는것도 아닌데 정부에서 관리를 하는건가?”
“잘 모르겠는데, 역시 부자 나라는 다르네”
“저 꽃좀 봐. 노란 들꽃이 정말 예쁘다”
기차에 앉아 풍경을 보는 엄마는 참 빛이 났다.
오스트리아를 여행하면서 느꼈던 건데, 정말 잔디 정리가 잘 되어 있다. 그냥 길 옆에 있는, 관리해줄사람이 없을 것 같은 잔디들마저 모두 정돈되어 있고, 그 사이사이로 노랗고 작은, 예쁜 들꽃이 피어있다. 초원이 나오다가 눈덮힌 산이 나타나고도 조금 더 달려 바트이슐에 도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