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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노의하루일기 Jan 13. 2019

호헨잘츠부르크성

1.

비엔나에서 잘츠부르크로 넘어갔다. 새벽시간대 obb가 저렴해서 이른 새벽으로 끊었었는데 내심 우리가 일어날 수 있을까 걱정했었다. 그러나 우리의 걱정은 쓰잘떼기 없었던 것이었다.시차적응을 못해서 새벽 3시, 4시쯤에 눈이 떠졌고 결과적으로 굉장히 여유롭게 준비하고 이동했다. 다음에 도 해외여행가게되면... 어자피 시차적응을 당분간은 못할테니 돈도 아끼고 시간도 아낄 수 있도록 새벽타임으로 예매해야겠다고 생각했다.  


2.



잘츠부르크는 생각보다 갈 곳이 많았다. 그래서 잘츠부르크 패스를 사서 이용했다. 개별적으로 들어가는 곳들의 입장료가 꽤 비싼데 패스를 이용하면 왠먼한 곳이 다 무료입장이라 패스 본전을 뽑을 수 있다. 교통비도 포함되고, 사실 호헨잘츠부르크성 올라가는 수직열차만 타도 이득이다. 

저 사진이 아래서 올려다본 호헨잘츠부르크성! 우리 옆을 지나가는 패키지 이용하신 분들은 시간이 안돼서 호헨잘츠부르크성을 방문하지 못한다고했다. 역시 여행 계획 잡을때는 힘들었어도, 자유여행이 낫다 라는 생각을 한 순간이었다. 엄마가 격하게 동의해줘서 조금 더 뿌듯했다.



3.



호헨잘츠부르크성은 그 규모가 어마어마 했다. 저 돌기둥 크기에 압도되서 한컷. 중세 느낌이 고스란히 살아있어서 더 멋지게 느껴졌다. 


4.





성에서 보이는 풍경들도 참 인상적이다. 한쪽으로는 신시가지가, 반대편으로는 구 시가지가 보이는데 꽤나 조화를 이루고 있다. 이런 풍경들을 보면서 느끼는건.. 우리나라도 좀 전통적인 건물들을 살렸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건축 구조가 우리나라는 단층으로 되어있고, 땅은 좁은데 인구는 늘어나고있으니... 공간 효율이 안나와서 부실수밖에 없긴 했겠다라는 현실적인 생각. 그래도 이렇게 개성이 살아있는 도시들을 만날때마다 밋밋한 현대식 건물들로 가득차 있는 서울풍경은 아쉽기만하다.



5.






본격적으로 성으로 들어오면 이런 마당? 중정? 이 있다. 싱그러운 나무그늘 아래 소녀같이 앉아있는 엄마.
그 모습이 그림같아서 한컷 ㅎㅎ 저날 끝나고 모자르트디너를 갈 계획이라 옷을 예쁘게 입은 덕분에 여기서 찍은 사진들이 다 예쁘다. 





6.




아빠없이 간 여행이지만 아빠 얘기를 정말 많이했다. 좋은걸 보고, 맛있는걸 먹으면 엄마도, 나도 너무나도 당연하게 아빠가 떠올랐다. 함께하지 못한 아쉬움과 우리만 해서 미안한 마음. 앞으로는 함께 여행가신다고 하니, 이제 빡세게 돈벌일만 남았다.

아, 사족이 길었는데 우리집은 예전부터 산성이나 성곽을 많이 갔었다. 외적을 보호하는 기능이 컸던 곳들인만큼 늘 대포와 활쏘는 구멍들이 있었는데, 그때마다 우리집은 당연하게 불화살을 쏴라~~~~ 적을 무찔러라~~~ 를 외치곤 했었다. 대포를 보니 아빠생각이나서 저기서도 불화살을 쏴라~ 를 외쳤다.

별거아닌 기억이지만, 덕분에 우리 가족은 비슷한걸 보면 대체로 비슷한 감정을 느끼고, 베시시 웃게된다. 가족은 그런건가보다.



7.




내가 워낙 엄마 사진을 시도때도 없이 찍으니까, 엄마도 적응이 됐는지  이제 시도때도 없이 얼굴을 빼꼼 하신다. 이제서야 밝히지만 엄마... 저 사진은 그냥 문이랑 문장을 찍으려고 한거였어요 급하게, 그렇지만 자연스럽게 엄마 찍어주려던 척 하면서 구도를 바꿨다. 





엄마가 좋아해서 나도 좋다.


8.




호헨잘츠부르크 성은 오스트리아 패스로 무료로 들어갈 수 있지만, 몇몇 방들은 유로로 들어가야한다. 이 방이 유료 관람하는 방이었는데, 왜 그랬는지는 몰라도 돈을 내고 들어가게됐다. 호헨잘츠부르크 성이 꽤나 만족스러워서 그랬던걸까.

우리는 유료 관람이라그런지 더 꼼꼼하게 관람했다. 지나치게 세심하게, 작은 먼지 한톨도 놓치지 않겠다는 자세로 관람했어서 그런지, 지금 생각해도 너무 웃기다. 막 평소였으면 지나쳤을 가문의 문장들도 찬찬히 보면서 의미부여를 했다. 





우리가 꽂혔던 유료방 안 속 철기둥. 저게 실제로보면 위엄이 느껴진달까.크기도 크긴데 철이라는 재료가 주는 느낌도 굉장히 오묘하다. 







모자르트 디너까지 시간이 많이 남기도했고, 아직 성을 다 둘러보지는 못했는데 배고파서 기운은 없고... 야외에서 먹을까 싶었지만 넘 추워서 별로고...! 성 안에 있는 레스토랑은 비쌀 것같아서 들어가기 싫은데 선택지가 그것뿐이라 들어갔다. 그리고 우리는 편견이 있음을 깨달았지.... 

보통 우리나라는 관광지 안에 뭔가가 있으면 가격이 1.5배 정도로 뛰는 경험을 많이 해봤다. 근데 오스트리아는 그런 바가지 요금이 일체 없었다. 성 안에 하나있는 실내 레스토랑이라 당연히 비쌀거라고 생각했지만, 가격은 동일했고 오히려 퀄리티가 좋았다. 오스트리아에서 먹었던 슈니첼중에 제일 맛있었다. 

돈까스를 튀긴 기름도 굉장히 깨끗했고, 고기 자체도 적당히 기름기가 있으면서도 살코기가 많았다. 퍽퍽하지 않고 바삭바삭해서 식감도 좋았다. 그리고 찍어먹는 라즈베리 소스가 상큼해서, 한번씩 느끼할때쯤 느끼함을 잡아줬다. 버터에 구운 감자는 맛이 없을수가 없는 음식.

*
모자르트 디너가 이렇게나 맛이 없을줄 알았다면 여기서 메뉴 2개시켜서 엄마랑 나랑 배불리먹었을텐데, 아쉬웠다.






가게 내부 인테리어도 예뻤다. 오스트리아는 꽃장식이 일반적이었는데, 확실히 잘사는 나라라 그런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꽃은 비싸서 여유가 있어야 즐길 수 있는 문화인데, 일상적이라서 놀라기도했고 부럽기도 했고.






거게 밖으로는 만년설이 쌓인 산이 보인다. 4월의 오스트리아는 꽤나 쌀쌀했는데, 가게 내부는 따뜻하고 밖으로는 눈쌓인 풍경이 보여서 나른해졌다.







확실히 사람은 화장을 하고 꾸며야한다. 단순히 여행을 가서 얼굴이 더 좋아보이는건가? 여행 사진 속 엄마는 유난히 반짝반짝하다.


10.
세련된 도시를 별로 안좋아하는데도 잘츠부르크는 참 예쁘고 여러모로 기억에 많이 남는다. 낮과 밤이 꽤나 다른 느낌이었고, 관광지가 다 비슷비슷하겠지~ 라는 생각을 와장창 할만큼 관광지 마다 개성이 있던것도 좋았다. 숙소도 역 바로 옆에 잡아소 편했던 것도 한 몫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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