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적한 시골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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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추억하는 공간의 분위기를 더욱 선명하게 해주고,
이미지를 결정짓는데 큰 역할을 한다고 한다.
바트이슐은 새벽도, 비오기 직전의 공기도 아니었건만,
늘 맑고 청량하고, 조금은 서늘한 공기와 향을 지닌 도시였다.
가장 볼 것이 없었지만,
역설적이게도 가장 완벽한 도시였다.
바트이슐은 할슈타트를 가기 위해 들렸던 도시였지만, 케이블카, 온천 등 생각보다 할게 많아서 꽤나 기대했던 도시였다. 유일하게 온천을 하기로 한 도시였기 때문에 더 기대했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온천과 케이블카가 모두 다음주부터 운영하는 바람에, 모두 이용하지 못했다. 그 과정에서 많이 속상했지만, 묵묵히 못난 딸래미의 투정을 다 받아준 엄마에게 정말 감사하고 죄송했다.
바트이슐에 처음 내렸을 때 정말 한적한 시골동네라는 생각이 들었다. 공기도 맑고, 만년설이 덮힌 산이 온 마을을 감싸고 있었다. 여행했던 오스트리아와 체코 모든 지역을 통틀어서 공기는 바트이슐이 가장 좋았다. 정말 이렇게나 맑고 투명한 공기는 처음이었다. 한국에 있다가 가서 더 그렇게 느껴졌는지도 모르겠다. 객관적으로 봐도, 사람 적고, 공장도 없고, 차들도 없는 이곳은 폐가 정화되기에 충분한 곳이었다.
식사는 책에 맛집이라고 소개되어있던 곳으로 정했다. 책에 나와있는 새우 샌드위치에 홀딱 반해서 들어갔는데, 샌드위치 종류보다 케익 종류가 더 유명한 곳이었다. 현지인들에게도 유명한 곳인지, 사람들이 쉴새없이 들어왔다. 가격도 저렴한 편이여서 새우 샌드위치와 케익 2종류, 커피, 딸기스무디를 시켰다. 가격도 착하고 맛있었다. 보통 오스트리아는 물가가 비싸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이 돈으로 이 퀄리티의 음식을 먹지 못한다는걸 잘 알아서 그런지, 우리나라와 비슷하거나, 조금 더 저렴하게 느껴졌다.
식사를 마치고, 너무나 친절했던 서버에게 근처에 유명한 온천이 있는지 물었다. 책에서 어느 온천이 유명한지는 알고 있었지만, 혹시나 현지인들이 추천하는 온천이 있으면 그곳으로 가려고했었다. 그런데, 이곳에는 온천이 하나밖에 없었고, 다행히 잘 찾아갔다. 그런데 이게 왠일이람. 우리가 간 그날부터 3일간 온천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때부터 멘탈이 급속도로 붕괴됐다. 케이블카도 찾아보니, 다음주부터 오픈된다고 했다. 더 큰 고민에 빠졌다. 할슈타트로 갈 시간은 많이 남았는데, 이곳에서 할게 없다니.
여행이 너무나도 계획대로 흘러가고 있어서, 계획이 틀어진 순간부터 어떡하지 라는 걱정이 몰려왔던 것 같다. 생각해보면 그냥 일상속에서도 계획대로 되는 일이 많이 없는데, 난생 처음 가본 여행지에서 계획대로 되기를 바랐던게 욕심이었다. 이걸 여행 중간부터 깨닫기 시작하면서, 여행을 완전히 마치고 여행기를 쓰는 지금에서야 깨닫다니. 초조하고 불안해서 엄마에게 짜증을 냈던 그 모든 순간들이 죄송해진다.
그냥 마을 구경을 하자는 엄마 말씀에 마을을 한바퀴 둘러보기로했다. 짐을 어디에 맡길 수 없을까 고민하다가, 인포메이션 센터에 맡겼다. 혹시나 싶어서 인포에서 또 다른 온천이 있는지 물어보고, -없다는 절망적인 이야기를 듣고- 케이블카도 운행하는지 다시 한 번 묻고, -또 다음주부터 오픈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 그냥 동네 한바퀴 하기로 하고 나왔다. 인포가 5시에 닫으니, 그 전까지는 돌아와야한다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세상 어딜가나 5시 6시에는 닫는구나 싶었다.
인포에 짐도 맡겼고, 몸도 가벼워졌고, 앞으로 갈 일도 정해졌으니 이제야 마음이 좀 놓였다. 그리고 아까부터 안보이던 바트이슐의 아름다운 풍경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마을 골목골목 소박한 곳이었다. 가려고 계획했던 곳 중 유일하게 오픈되어있던 쿠르공원에 제일 먼저 갔다. 꽃이 한가득 피어있다더니, 아직은 개화시기가 아니어서 그런지, 아직 꽃이 많이 피어있지는 않았다. 그래도 참 예쁜 곳이었다.
쿠르 공원에서 나와 어느 골목으로 딱 꺾이자마자 옥빛의 강물이 흐르는 곳이 나왔다. 사실 계획대로 흘러갔다면 못봤을 마을 풍경과 강이었다. 그래서 이 모든 풍경들이 더 감사하게 느껴졌다. 물이 너무 맑고 투명해서 감탄했다. 강을 보면서, 가볍게 샌드위치를 사와서 먹는 사람이 있었는데, 참 좋아보였다. 이렇게 밖에서 먹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과 만년설이 덮인 산을 배경으로, 엄마랑 오랫동안 사진찍는 시간을 가졌다. 밝게 웃는 엄마를 보니, 내 마음까지 밝아지는 기분이었다. 늘 엄마가 밝게 웃을 수 있게, 더 좋은 것들을 많이 보러 다니고, 맛있는걸 많이 드실 수 있도록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더불어 다음 여행은 꼭 아빠도 함께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빠랑 엄마가 함께 웃으면서 걸어가는 모습을 찍는게 사실 제일 좋다. 여행내내 아빠의 농담이 그리웠다.
마을 구경을 웬만큼 마친 후, 바트이슐 다음 일정인 할슈타트를 가기 위한 준비를 했다. 할슈타트를 조사할 때, 마트가 멀리 떨어져있는 곳에 한군데밖에 없다는 정보를 들었다. 그래서, 미리 준비해가자는 생각에 물과 음료, 간식거리를 간단하게 사러 식료품점에 들어갔다. 약간 우리나라 ssg와 올리브영의 중간 포지션쯤 되는 곳이였다.
여기서도 놀랐던건 역시나 물가였다. 한국보다 저렴한 것들이 많았다. 예를 들면 과일은 비교도 안되게 저렴했다. 그리고 음료도 정말 저렴했다. 맥주는 1000원 정도밖에 안하고, 생과일 음료, 과즙이 80%이상 들어간 음료도 3000원정도밖에 하지 않았다. 한국이었다면, 정말 매일매일 사먹었을지도 모른다. 물과 음료, 맥주, 간단한 간식을 샀다.
즐길거리가 많은 동네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상하게 마음 편안해지는 바트이슐.
언젠가는 꼭 한번 다시 가보고싶다.
바트이슐에서 할슈타트로 가는 방법은 여러 가지인데, 기차를 타고 가서 배를타고 들어가거나, 버스를 타고 들어가는 방법이 있다. 한국에서 obb로 미리 예매를 하고 갔는데, 그때 기차보다 버스가 반값?정도로 저렴해서, 크게 생각하지 않고 버스로 예매했던 기억이 있다.
버스를 타러 가는데, 현장 발권하는 사람들도 굉장히 많았다. 이럴줄 알았으면 예매를 하지 않고 오는건데 싶었지만, 편하기도 하고, 확실하기도 하고. 불확실성을 없앴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다만 아쉬웠던 점은 오스트리아에서 정말 젠틀한 사람들만 만나다가, 인종차별을 하는 꼬맹이들을 만났다는거였다. 참, 인종차별은 나쁜거지만, 다 오스트리아 사람이었기 때문에 크게 뭐라고 하지 못하고 째려보고만 왔던게 마음에 걸린다.(유치하지만 그 꼬맹이가 내릴 때 뭐라고 한마디 하려고 준비하고있었는데 내가 있던 뒤쪽 자릭로 안내리고 앞으로 내려서 더 속상했던....)
그 꼬맹이만 제외하면, 바트이슐에서 할슈타트까지 버스를 타고 나가는 것도 추천한다.
주변 경치가 정말 멋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