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1학년. 우리 아이는 학교폭력 피해자가 됐다. 뉴스에서나 보던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우리 애 일이 될 줄이야. 네이버 블로그에 쓰려다가도 혹시나, 행여나, 가해자가 이 글을 보고 또 꼬투리를 잡을까 두려워 숨게 되는 게 씁쓸하다. 하지만, 학폭 신고를 해야 하나? 고민하는 분들 혹은 학폭 신고 후 어떻게 하면 되는지 걱정되고 궁금한 분들을 위해 글을 적어본다.
초등학교 1학년에 입학하던 첫날. 아이가 언제 이렇게 자라서 학교에 갔는지 참 시간 빠르다- 생각했다.
우리 아이는 새로운 곳에서 적응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던 아이였다. 어린이집을 다니며 너무 가기 싫어하기에,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며 찾아보다가 너무 자세히 많은 것을 묻지 않는 것이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를 보고, 그 뒤로도 쭉 너무 자세히 묻지 않는 나날들이 이어졌었다.
아이를 위해 세웠던 나만의 원칙은 초등학교에 가서도 마찬가지였다. 오늘 학교는 즐거웠는지, 누구랑 놀았는지, 뭐 하고 놀았는지, 속상했던 일은 없는지, 급식은 맛있었는지- 이 정도만 묻고 더 깊이 묻지는 않았다. 누군가와 싸웠다고 하는 날도 있었지만 아이의 일상은 대체로 평화로워 보였다.
아이의 학교는 따로 학부모상담 기간이 정해져 있지 않고, 원하는 사람에 한해서 담임선생님께 연락을 드려 상담을 받는 형식이었다. 1학년 1학기가 끝날 때 즈음, 아이가 학교 생활에는 잘 적응을 했는지, 2학기를 맞이하며 더 준비하면 좋을 부분은 없는지 여쭤보려고 상담을 신청했었다.
그런데, 상담을 시작하고 난 후 선생님이 말씀해 주신 내용은 정말.. 심장이 쿵하고 내려앉았다.
"어머님, 제가 2학년때는 무조건 꼭! 가해자(A)와 꼭 반을 찢어놓을 거예요!"
놀라서 선생님께 이야기를 여쭤보자 정말 상상하지도 못했던 일들을 듣게 됐다. 만들기 시간에 대신 만들어주던 일, 그 밖에 자잘하게 시키는 일을 하고 있었고, 선생님 앞에서 절교를 선언할 만큼 싸웠던 일도 많았더라.
선생님은 어머님 전혀 모르고 계셨냐며- 물어보시는데, 엄마로서 자격이 없는 것 같아 눈물을 삼켰다.
그제야 서서히 퍼즐이 맞춰지듯 아이의 행동들이 이해 가기 시작했다.
왠지 모르게 거칠어진 말투, 선했던 아이가 악에 받친 듯이 쏟아내던 조롱하는 말투들, 격투기를 연습하고 싶어 하던 모습들, 언제 생겼는지 물어도 모르는 멍들까지..
내가 그냥 덜렁대는 남자아이여서 멍들고, 다쳐왔구나- 하고 안일하게 넘겼던 것. 조롱하는 말투, 거친 말투를 쓸 때, 왜 이런 말투를 쓰는지 깊게 묻지 않고 그냥 초등학생이 되어서 그런가- 하고 안일하게 넘겼던 게 사무치게 후회됐다.
상담 후, 아이의 일과를 좀 더 자세히 물어보기 시작했다. 스테인리스 물통으로 머리를 맞고 오기도.. 낭심을 여러 차례 차이고 오기도.. 정말 다양하게 맞고 오고 있었다. 단순히 아이들 간의 투닥거림이라고 보고 넘길 수 없는 일들이었다.
결국 상대 부모와 이야기 나누고, 담임선생님과도 이야기를 나눴다. 상대 부모는 "우리 아이가 그런 애가 아니어서 받아들이기 힘들다."라는 말을 반복할 뿐이었고, 담임선생님께서는 아이들을 철저히 분리해서 지켜봐 주신다고 했다.
철저히 분리해서 지켜봐 주신다고 한지
1일 차. A는 우리 아이가 밥을 먹고 있을 때 어깨를 치고 지나갔다.
2일 차. A는 우리 아이의 발을 밟고 지나갔고, 화장실에서 다른 아이에게 너도 00이랑 놀지 마.라는 말을 했다.
3일 차. 체육시간이 끝나고 교실로 돌아오던 길, 계단에서 A가 우리 애를 밀었다.
계단에서 밀었다는 얘기를 듣는 순간 내 이성의 끈은 끊어졌다. 어린이집 생활 때부터 숱하게 배우는 안전교육 아닌가?
초등학교 1학년이라면 '계단에서 누군가를 밀면 안된다'는건 당연히 알고 있는 사실이다. 왜냐하면 정말 크게 다칠 수 있으니까. 명백히 보이는 수준 높은 악의. 내가 아이를 위해 해줄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A와 우리 아이와의 완전한 분리. 오직 그걸 위해 나는 학교폭력심의위원회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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