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레는 비행기 탑승, 가슴 쫄깃했던 프랑스 환승, 맛있었던 마카롱!
인천에서 출발해서 파리를 거쳐, 다시 오스트리아 비엔나로 오는 일정의 첫날이었다. 직장 때문에 서울에서 지내고 있던 터라, 나는 서울에서 출발, 엄마는 수원에서 출발해서 인천공항에서 만나기로 했다. 8시 55분 비행기라 어느 지역에서든 첫차를 타야 하는데 엄마가 잘 타고 올랑 가도 걱정, 그동안 직항으로만 타고 다녔었기 때문에 환승하는 것도 걱정, 엄마를 모시고 가는 여행도 처음이라 걱정을 잔뜩 하고 있었다.
늦을까 싶어 택시를 타고 온 덕분에 5시 조금 넘은 시간에 도착했다. 엄마는 6시쯤이나 도착하신다는 연락을 받았다. 엄마를 기다리며 체크인, 와이파이 수령, 환전을 하려고 했으나 너무 이른 시간이라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피곤하면서도 들뜨게 되는, 그러면서도 긴장되는 시간이었다. 이른 시간이긴 했지만, 나처럼 다가올 여행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친구와 앞으로 할 여행을 기대하며 들뜬 목소리로 이야기 나누는 사람들, 연이은 여행에 지친 건지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듣는 사람, 텅텅 빈 의자에 누어서 잠을 청하는 사람들까지, 여행을 준비하는 모습들도 제각각이었다. 무사히 엄마와 만나 면세점도 구경하고, 간단하게 아침도 사 먹다 보니 출발시간이라 아빠에게 전화한 후 비행기에 올랐다.
“잘 다녀와, 재미있게 놀고”
아빠도 함께 갔으면 좋았을 텐데, 다가오는 여행이 설레는 만큼, 아빠가 함께하지 못해 아쉬웠다.
에어프랑스 기내식은 맛있었다. 그리고 독특하게 메로나를 준다.
비행기에서 먹는 메로나가 그렇게 맛있게 느껴질 수가 없었다.
“프랑스인들이 메로나의 참맛을 알면 곤란한데-”
“그러게”
여행 가는 길엔 별거 아닌 말에도 웃음이 난다. 엄마랑 회사 다닌다고 바빠서 못한 얘기도 소곤소곤하다가, 비행기에 내장돼있는 게임도 하다가, 영화도 보다가 잠들었는데 옆에서 부스럭 거리는 소리가 나서 깨어보니 엄마가 메로나를 먹고 있었다.
“치사하게 혼자 먹고!”
“(당황했지만 상황이 웃기기도 하다) 한입 할래? 어떻게 마침 딱 일어나니”
자는 옆사람이 깰까 봐 우리 모녀는 숨죽여 웃었다.
예쁜 하늘 구경도 슬슬 지루하고, 허리도 아프다 - 싶을 때쯤 파리에 도착했다. 한번 환승하면 조금 많이 저렴해져서 대한항공에서 공동 운항하는 에어프랑스를 타긴 탔는데, 샤를 드골 공항은 워낙 환승이 복잡하다고 소문난 곳이라 여러 후기들을 찾아보며 환승 이미지 트레이닝을 얼마나 했는지 모른다. 여기가 환승이 그렇게 복잡하대요,라고 수십 번은 더 말해서 엄마도 덩달아 긴장한 표정이었다.
환승시간이 한시 간인 비행기 티켓도 있었지만, 환승이 처음이니 여유롭게 가자는 마음에 3시간 티켓으로 끊었었는데 정말 다행이었다. 사람도 굉장히 많았고, 터미널이 변경돼서 검사를 2번 받아야 했다. 혹시나 비행기를 놓칠까 하는 마음에, 엄마 손을 꼭 붙잡고 뛰고, 검사받고, 또 뛰고 뛰어서 조금 여유 있게 환승 장소에 도착했다. 그렇게 마음 졸이면서 뛰었는데, 여유 있게 도착하고 나니 동시에 웃음이 터졌다. 친구들에게 무사히 파리에 잘 도착했다고 알린 지 얼마 안 됐을 때, 친구에게 카톡이 왔다.
“수진아, 파리 공항에 라뒤레라는 마카롱 집 있는데 정말 맛있어. 한국에서는 되게 비싸니까 꼭 사 먹어봐”
그 카톡을 받음과 동시에 마카롱 집을 지나왔던 것 같은데? 싶어 고개를 드니, 모퉁이 꺾어서 라뒤레 매장이 있었다. 엄마랑 어슬렁어슬렁 라뒤레 매장으로 향했다. 가격은 한 개에 2.1유로. 굉장히 작은데 2.1유로나 하다니, 저렴한 가격이 아니어서 먹을까 말까 고민하고 있는데, 그 생각을 읽기라도 한 건지 친구에게서 카톡이 하나 더 왔다.
“한국은 더 비싸니까 꼭 사 먹어봐”
알겠다고 대답한 후 레몬맛과 라즈베리맛, 초콜릿 맛, 캐러멜 솔트 맛을 골랐다. 엄마의 첫마디는 “마카롱이 이런 거구나”였다. 그 얘기를 듣고 우린 웃을 수밖에 없었다. 엄마는 딸내미가 취미로 제과제빵을 배울 때 만든 마카롱 외에 처음 사 먹는 마카롱이었고, 나도 그건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딱딱하지도 않고 쫀득하고 상큼하네” 웃음만 나왔다. 이게 마카롱이구나. 내가 만든 거랑 차원이 다르다는 말과 우리가 프랑스에 오긴 왔구나 라는 말을 주고받으며 무사히 환승을 마치고 빈 공항에 도착했다.
비행기에서 내리니, 비가 부슬부슬 오고 있었다. 우리 가족은 여행을 다닐 때마다 비가 온다. 그래서 누가 비를 부르는 사람들인 것인가 늘 논쟁하곤 하는데, “엄마랑 내가 비의 원흉인가 봐-” 하며 웃었다. 어떻게 비엔나에 오늘, 내일 딱 2일 있는데 이렇게 비가 오나- 당황스러웠지만, 한편으로는 “아 내가 정말 여행을 왔구나”하는 이상한 안도감도 들었다.
비엔나 공항에서 1187번 버스를 타고 숙소가 있는 빈 서역으로 이동했다. 숙소는 한인 민박으로 정했다. 비엔나 시내 중심부의 호텔들이 너무 비싸기도 했고, 엄마를 모시고 하는 여행인 만큼 한식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음날 할슈타트로 이동해야 하는데 그곳에서도 가까웠기 때문이다.
1187번 버스
배차간격 : 30분
가격 : 편도 8유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