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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옹 Apr 12. 2023

지금 이 순간이 가장 행복한 이유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와 '행복'에 대한 단상

진부하다 여겼던 글귀다.

지금 이 순간, 현재의 행복과 중요성에 대한 수많은 책과 유명인들이 각기 다른 이유들로 주장하는 말.


불우한 어린 시절에는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 현실이 끔찍하고, 어서 늙어버렸으면 했지만 사실은 진심이 아니었다. 갑자기 할머니가 되는 상상은 더 끔찍했다.


다음 세대들에 대한 몰이해와 편견, 아집뿐 아니라 여기저기 아픈 몸을 이끌고 어쩌면 치매로 누군가에게 짐이 되는 일은 내 인생의 상상에서조차 자리를 내어주지 않았다. 그렇게 툴툴거리며 내 인생의 주인으로 최선을 다해 살지 않았다.




행복의 정의가 무엇이건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를 보고 세탁소를 운영하는 에블린처럼 인생의 어느 순간의 선택에 대한 후회를 하며 나와 주변을 갉아먹던 시절도 있었다.


인생의 무수한 찰나의 선택이 많은 길을 열어주듯, 많은 것을 포기하고 선택하지 않은 인생도 더 많은 경우의 수만큼 가능성이 있다는 건 희망적인가. 영화를 보는 내내 뾰로통했다. 영화가 너무 많은 걸 담아낸 것 같아서 압도당하는 느낌이었지만...

'희망의 한 조각이라도 어떤 우주의 누구와도 비교할 가치가 없다는 것, 그 행복을 나의 것으로 만드는 것.'

이 것이 나의 한 줄 감상이다.  




사람의 나이와 지혜로움, 인격이 비례하지 않음을 알지만 많은 이가 현재를 즐기라고 한다.

현재의 내가 가장 훌륭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일까? 곰곰이 지난 기억들을 들춰내보니, 좋거나 좋지 않거나 기쁘거나 불행했던 순간에도 끊임없이 나는 성장하고 있었다. 고통스러워하고 고민하고 일기를 쓰고 하염없이 하늘을 바라보며 어른이 되어 모든 걸 이루는 상상을 했다. 어른이 된 후 현실과 타협하는 순간에도, 실수를 인정하고 나 자신을 용서하는 과정도 나는 배우고 후회하고 감탄하며 성장하고 있었다.


과거를 후회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현재의 행복을 주장하고 싶지 않다.

과거의 죄로 인한 벌을 받고 있다 하더라도, 살아온 시간들 중 가장 힘든 시간을 지나고 있다 하더라도 과거의 모든 시간들을 겪어낸 나 자신을 책임져야 한다. 이 고난을 겪어내어 흉터가 생기더라도 더 다정한 사람이 되도록, 진실된 사람이 되려고 노력해야 한다.


행복은 잡으려고 하는 자에게 더 멀어진다.

무언가를 달성하는 것으로 내 인생의 행복을 정의하고 싶지는 않다.


시간이 흐르는 방향으로 한 걸음씩 나아가고, 누군가에게 위안을 주고받는 것.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행복의 정의다.

그래서 나는, 지금이 가장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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