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송아 Dec 30. 2021

동물병원 홀에서 오열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내가 일하는 동물병원의 애견미용실은 2중 구조로 되어있다.

미용 상담실을 지나 미용실로 들어가는 구조.

병원 홀의 소리는 잘 들리지 않는 구조이다.


"으어어 억! 흑, 흐윽."


그 구조를 뚫고 흐느끼는 소리가 들려왔다.

서럽게 서럽게 우는 소리는 내가 미용이 끝난 강아지를 데리고 나갈 때까지 계속되었다.

다른 직원과 원장님이 매우 분주하게 움직이는 듯해서 나는 상황을 묻지도 못했다.


그 울음소리는 몇십 분간 계속되었다.

미용한 강아지 견주가 와서 아이를 보낼 때까지는 물론 그다음 예약된 강아지 미용을 시작할 때까지도  울음은 멈춰지지를 않았다.

원장님과 마주쳐서 무슨 일인지 여쭤보자 조금 있다가 이야기 하자는 바쁘다는 이야기가 돌아왔다.


실제로 홀은 아수라장이 따로 없었다. 큰소리로 울고 있는 보호자님 말고도 여러 팀이 자리에 있었는데 모두 숙연하게 눈치만 살피고 있었다. 접수 목록을 훑어봤는데 심각한 접수 메모는 전혀 없었다. 대체 무엇 때문에 오열을 하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그녀는 강아지를 데리고 있었는데 미용도 여러 번 한 강아지라서 단박에 알아봤었다. 그 아이 이름으로 접수된 내용은 소변에 피가 섞여 나왔다는 것이었다.


강아지는 방광 문제가 굉장히 흔하고 피가 섞여 나와도 큰일이 아닌 경우가 많았다. 우리 로니도 방광결석이 있고 피가 섞여 나온 적이 있었다.


"흑, 흐으윽! 아아.... 괜찮아 엄마 괜찮아. 흑."


강아지는 놀라서 오열하는 보호자를 살피고 있었다. 나만큼이나 상황 이해가 되지 않는 듯했다. 나는 울음소리가 울려 퍼지는 홀을 뒤로한 채 미용실로 돌아와서 내 업무를 시작했다. 그로부터 한참 뒤에야 울음소리가 멎었다.




"미용실은 별일 없죠?"


홀이 정리되었는지 원장님이 미용실로 찾아왔다.

미용실이야 별일 없지,

분위기에 눌려서 나도 미용을 받는 강아지도 눈치를 본 일 정도 있었다.


"놀라셨을 텐데, 왜 그러셨냐면...

그 아이 소변에 피가 보인다고 오셨는데

검사하며 몸속에 종양이 여러 개 발견되었어요."


"네? 어머 어떻게 해요. 수술해야 해요?"


"폐까지 번져있어서 수술하기 어려울 거예요."


"아아..."


단박에 이해가 되었다. 8살.

요즘 소형견들이 20살까지도 사는 걸 보면 아주 창창한 나이였다.


그 나이에 방광염이나 방광결석 정도 생각하고 찾은 병원에서 갑자기 몸속에 온통 종양이라니, 치료도 어렵다니 이 얼마나 청천벽력 같은 소리란 말인가.


그 와중에 오열하는 엄마를 살피는 강아지는 왜 그렇게 차분했는지, 분명 몸이 많이 아플 텐데. 아픈 몸보다 우는 가족에 더 마음 쓰는 그 착한 아이가 그렇게나 아팠다니.


나도 눈물이 핑 돌았다.


그 아이가 단 한마디 말을 할 수 있다면


'나 여기가 아파.'


아마 이 한마디 그보다


'엄마 난 괜찮으니 슬퍼하지 마세요.'


라고 말할 것만 같은 그런 아이였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