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문화원을 찾아서
파리 한복판 조용한 16 지구의 어느 거리 그곳엔 파리 속의 작은 한국 주 프랑스 한국문화원이 있다. 전시와 공연, 문화 강좌가 활발하게 열린다는 이곳은 한국 문화를 알리고 교류하는 따뜻한 공간이었다. 그중에서도 우리 손주들이 가장 좋아하는 곳은 단연 ‘한국어 도서관’이다. 그림책부터 동화책, 청소년 도서까지 아늑한 책장 속에 한국어로 된 책들이 오롯이 담겨 있다. 책을 사랑하는 손주들에겐 마치 보물섬 같은 곳이다. 오늘은 손주들이 한국문화원에 가는 날, 집에서 그리 멀지 않아 자주 가는 곳이지만 오늘은 유난히 발걸음이 바쁘다.
읽은 책은 반납하고 읽고 싶은 책을 다시 빌리기 위해서다. 작은 몸으로 무겁게 책을 들고도 괜찮다며 어른의 도움을 정중히 사양하는 손주들, 책가방 속엔 장난감도 간식도 아닌 책이 한가득이다. 읽고 싶은 책은 스스로 고르고, 다 읽은 책은 제때 반납하는 모습이 어쩜 그리도 야무지던지, 독서는 손주들의 하루를 채우는 하나의 리듬이 되어 있었다. 책장을 넘기는 손끝, 책을 고를 때의 진지한 눈빛, 그 모습을 지켜보는 내내 마음이 흐뭇해진다.
그러다 문득 시간의 뒤안길에서 하나의 장면이 떠올랐다. 어릴 적 큰딸도 그랬다. 책을 손에서 놓지 않던 그 딸이 어느새 두 아이의 엄마가 되어 또 다른 작은 책벌레들을 키우고 있었다. 손주들의 모습 속에서 딸의 어린 시절이 겹쳐 보인다. 닮은 얼굴, 닮은 습관, 그리고 닮은 책 사랑, 책장을 넘기며 세상을 배우고, 책으로 마음을 키워가던 그 길을 이제는 손주들이 다시 걸어가고 있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이 할머니의 마음엔 감사함이 느껴진다.
시간은 흘렀지만 책을 사랑하는 마음만은 대를 이어 흐르고 있다는 사실이 지금 이 순간 세상에서 받은 가장 큰 선물처럼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