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노천 시장의 추억 한 바구니

프레지덩 윌슨 시장(Marché Président Wilson)

by 장서은


파리 생활이 조금 익숙해질 즈음 동네 근처 프레지덩 윌슨 시장(Marché Président Wilson)을 찾았다. 손주손을 꼭 잡고 시장을 돌다 보니 나의 어릴 적 5일 장의 모습이 떠올랐다. 비록 프랑스 땅, 낯선 도시의 풍경이지만 줄지어 선 노점과 웃으며 손님을 맞이하는 상인들을 보면서 장날 아침, 엄마 치마를 꼭 붙잡고 따라나섰던 내 모습이 순간 겹쳐진다.


프레지덩 윌슨 시장은 비교적 규모는 작지만 파리 중심지답게 고급스러운 분위기였다. 프랑스식 치즈와 다양한 색상의 올리브들 신선한 과일과 생선, 향신료와 꽃까지 바구니 하나면 근사한 한 끼 식사를 차릴 재료들이 가득했다.


손주들과 시장을 둘러보던 중 낯익은 모양의 소시지가 눈에 쏙 들어왔다. 독일에서 맛있게 먹었던 소시지가 이곳 파리에도 있다니 순간 그때의 맛이 떠올라 군침이 돌았다. 내가 먹어본 그 소시지라면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손주들한테도 그 맛을 보여주고 싶었다. 이건 제대로 골랐다며 많이 먹을 욕심에 양도 넉넉하게 샀다. 하지만 집에 돌아와 포장을 풀자 그야말로 경악을 했다. 도무지 이건 식품에서 날 수 있는 냄새가 아니었다. 소시지는 내가 기대했던 맛이 아닌 모양만 비슷한 정체 모를 맛의 소시지였다.


그때 딸의 반응을 잊을 수가 없다. 냄새는 식탁을 순간 점령했고 결국 한 입도 못 댄 채 사진만 남기고 작별을 고해야 했다. 또 하나 실망한 맛은 꼴뚜기였다. 손주가 해산물을 좋아해서 신선해 보이고 먹음직스러운 꼴뚜기도 한 꾸러미를 샀다. 살짝 데쳐 초장에 찍어 입에 넣는 순간 이건 꼴뚜기가 아니었다. 물컹물컹한 것이 우리가 생각했던 식감은 전혀 느낄 수가 없었다. 시장 다녀와 한 상 차렸지만 결국에는 제대로 먹은 것은 하나도 없었다.


가족들한테는 미안했지만 덕분에 우리는 냄새나는 소시지와 꼴뚜기에 대한 추억 하나를 더 얻게 되었다. 시장 구경은 언제나 마음을 훈훈하게 한다. 비록 언어는 다르지만, 이곳도 누군가의 삶이 오롯이 살아 숨 쉬는 장터였다. 그날 파리 노천 시장에서 나는 어릴 적 추억을 다시 만났다. 삶은 그렇게 이어지는 것 같다. 어릴 적 고향의 5일 장에서 손주들이 있는 파리의 노천 시장까지...


사진만 남기고 작별을 고해야 했던 문제의 소시지와 꼴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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