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배경이 된 에펠탑

나의 소박한 하루

by 장서은


파리에 머무는 동안 남편과 나에게 에펠탑은 더 이상 관광지가 아니었다. 전 세계 수많은 사람들은 파리를 상징하는 하나의 거대한 철탑을 보기 위해 관광을 오지만, 우리에게는 조금 달랐다. 그곳은 손주들과 함께 걷는 저녁 산책길의 마지막 정점이자, 하루를 시작하고 마무리하며 만나는 반가운 친구 같은 존재였다.


철제 구조물로 우아한 곡선을 그리며 하늘을 찌를 듯 솟아오른 에펠탑은 1889년 파리 만국박람회를 기념하기 위해 세워진 탑으로 프랑스를 대표하는 자부심이 되었다. 그러나 건립 당시만 해도 너무 괴이하다는 이유로 거센 비난을 받았던 건축물이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지금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찾는 명소가 되었으니, 시간이라는 세월이 빚어낸 위대한 아이러니가 아닐까 싶다. 밤이 되면 매시 정각마다 반짝이는 화려한 불빛이 철탑을 감싸 안고, 그 빛은 파리의 밤거리를 더욱 환상적인 도시로 물들인다. 그리고 그 찬란한 풍경은 매일 저녁 우리 가족의 하루를 조용히 장식해 주곤 했다.


딸네 집에서 산책 삼아 걸어갈 수 있는 거리였기에 저녁을 먹고 나면 우리는 에펠탑을 한 바퀴 돌아오곤 했다. 마치 동네 놀이터에 가듯 편안한 마음으로 나선 길에서 우리는 매일 철탑과 눈인사를 나누었다. 손주가 에펠탑까지 킥보드를 타고 달리면 뒤따라 뛰어가기도 하고, 아이스크림을 사 먹으며 웃음꽃을 피우기도 했다. 그렇게 에펠탑은 여행지가 아닌, 우리 가족의 일상이 머무는 풍경이 되어 있었다.


손주들과 함께 걷는 행복한 산책길, 그 길 끝에서 마주하는 황금빛 노을 아래 우뚝 솟아 있는 에펠탑은 이곳이 단지 여행지가 아님을 말해준다. 우리의 삶 한 조각 그 자체였다. 학교 가는 길이나 파리 시내를 오가는 길에서도 차창 밖으로 불쑥 나타나는 에펠탑과 매일같이 눈인사를 나눈다. ‘오늘도 잘 서 있네, 오늘도 반갑다.’ 말은 없지만 그렇게 조용히 안부를 묻는다.


나는 문득 생각해 본다. 어느덧 일상이 된 풍경이 얼마나 특별한 선물인지를, 에펠탑을 보기 위해 멀고 먼 나라에서 비행기를 타고 오는 사람들이 많지만, 우리는 그 에펠탑과 매일같이 눈을 맞추며 살아간다는 사실만으로도 얼마나 감사한 일이고 행복인지, 이곳에 머무는 하루하루가 선물 같은 나날이었다.



image.png 밤 산책길 끝에서 늘 우리를 기다리던 황금빛 철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