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번째 마음 이야기 : 학대

“선생님이 때리시는 거 아니죠?”

by 뽀롱마미

어느 날 오후 딸아이 보영이는 하원하자마자 나에게 손가락으로 손등을 꼬집는 흉내를 내며 말했다.

“엄마, 선생님이 나 꼬집었어요.”

순간 경직된 나는 딸아이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보영이의 표정은 해맑고 깨끗했다.

‘보영이가 선생님과 장난하며 놀이한 내용을 이야기한 거겠지?’

아이의 표정을 보고 별일 아닌 거 같아 그냥 넘어갔다.

며칠 후 아들 우진이가 양쪽 눈썹을 위로 뜨며 말했다.

“엄마, 태호 선생님한테 혼났다.”

아들의 말에 당황한 나는 우진이에게 질문을 했다.

“태호가 선생님한테 왜 혼났어?”

“선생님 말을 안 들어서...”

우진이의 말을 듣고 ‘태호가 개성인 강한 아이인가 보구나.’라고 가볍게 흘려 넘겼다.

그다음 날 보영이가 하원하면서 말했다.

“엄마, 선생님이 내 손바닥을 때렸어.”

그동안 조금씩 피어올랐던 불편한 의심이 보영이의 한 마디에 터져버렸다.

‘선생님이 애들을 때리시나? 아닌데... 아닐 텐데...’

선생님께서 언짢아하실 거 같아 물어보지 못하고 끙끙 마음 앓이를 했던 나는 당연히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학대’라는 단어를 머릿속에 계속 떠올렸다.


교사로 근무한 지 삼 년 차 되던 해, 담임 두 명이 함께 운영하는 만 1세 합반을 지도했다.

어느 날 아침, 같은 반을 운영하는 선생님께 당황스러운 이야기를 들었다.

“선생님, 윤후 어머니께서 윤후가 집에서 선생님 무섭다고 이야기했대요.”

당황한 나는 두 동공이 부풀어 오르며 순간 멈칫했다. 몇 초 동안의 정적이 끝나고 천천히 말을 이어갔다.

“윤후가 저를 무섭다고 했다고요? 왜요?”

“그건 저도 잘 모르겠어요. 윤후 어머니께서는 윤후가 선생님 무서워서 어린이집 가기 싫다고 했다는 말만 하셨어요.”

“왜... 나를 무섭다고 했을까?”

윤후 어머니의 말을 곱씹어 보며 어제의 일과를 하나씩 되새겨 보았다.

“선생님, 혹시 어제 호랑이 흉내 내기 놀이했을 때 윤후가 놀란 건 아닐까요?”

“저도 그런 줄 알고 어머니께 동물 흉내 내기 활동했을 때 호랑이 울음소리가 너무 커서 윤후가 무섭게 느꼈을 수도 있다고 말씀드렸는데 믿지 않으시는 거 같았어요.”

“제가 따로 연락을 드려서 말씀드려야 할까요?”

“아니에요. 윤후 어머니께서 오늘 한번 말씀하신 거니까 일단 지켜봐요. 우리.”

잠시 지켜보자는 윤후 담임선생님의 말을 듣고도 마음 한구석은 계속 찝찝했다.

그런데 다음 날 아침, 내가 출근하자마자 윤후 담임 선생님께서는 나에게 가정에서 있었던 아이의 특이 사항을 기록하는 작은 소책자의 대화장을 보여주셨다.

대화장에는 윤후가 선생님이 무섭다고 한다며 아동 학대를 의심하는 글이 적혀있었고 며칠 동안 어머니의 주장이 담긴 글은 계속되었다.

윤후 어머니의 날카로운 반응에 아이의 말만 믿고 나를 아동 학대 교사로 취급하는 거 같아 기분이 좋지 않았다.

‘내가 무슨 잘못을 한 걸까?’

그 이후 차량 지도하면서 윤후 어머니를 뵐 때마다 불편하고 이상하게 점점 더 거리감이 느껴졌다. 그리고 일주일 후 어머니의 근거 없는 따가운 주장은 멈추었다.

몇 주 후 뜨거운 햇살과 함께 모기와의 전쟁을 선포하는 여름이 시작되었다.

새로운 한 주가 시작되는 월요일 아침, 출근길에 우리 반 남자아이인 준성이를 만나는 순간 너무 놀랐다.

‘볼, 팔, 다리까지 모기를 왜 이렇게 많이 물렸지? 주말 동안 집에서 그랬나?’

나는 당연히 ‘집에서 그랬겠지.’라고 가볍게 생각하고 넘어갔었다. 그런데 몇 시간 뒤 준성이 어머님과 친밀한 관계였던 준성이의 작년 담임 선생님께서 나에게 말씀하셨다.

“준성이 어머니께서 모기 물린 거 보고 많이 속상해하셨어요. 전화 한 번 드려요.”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왠지 모르게 마음이 불편해진 나는 바로 어머님께 전화를 드렸다.

“어머님 준성이 아침에 보니까 모기가 많이 물렸네요. 많이 속상하셨죠?”

준성이 어머니께서는 기다렸다는 듯이 나의 질문이 끝나기도 전에 바로 대답을 이어가셨다.

“네! 어린이집에서 물린 거 아니에요?”

순간 당황한 나는 어머니께 해명 아닌 해명을 하기 시작했다.

“어머니, 어린이집에서 이렇게 많이 물리면 제가 먼저 어머니께 연락드렸을 거예요.”

전화기 너머로 어머니의 가벼운 웃음이 흘러나왔다.

“그럼 선생님이 때리신 거 아니죠?”

그 순간 나의 눈, 코, 입은 상하좌우로 일그러지고 있었다. 그리고 정말 많이 너무도 많이 기분이 나빴다.

‘뭐지? 때렸냐는 말을 저렇게 쉽게 이야기하시지?’

어머니께서는 가벼운 농담으로 한 말이라고 하시며 통화는 마무리되었다.

‘농담으로 어떻게 그런 말씀을 하시지?’

그날 이후 하루 종일, 아니... 몇 주 동안 조롱당한 기분 때문에 하루하루를 간신히 버텼다.

며칠 후 퇴근하고 부모님과 저녁을 먹고 있는데 TV에서 어린이집 교사가 아이를 학대했다는 사건이 보고되고 있었다.

말도 제대로 못 하는 어린아이를 선생님이 때렸다는 뉴스 내용에 부모님은 얼굴이 일그러지며 자기 일인 듯 크게 화를 내셨다.

“세상이 무섭다. 어떻게 교사가 아이를 저렇게 때리니... 다들 감옥에 넣어야 해.”

부모님의 감옥이라는 말에 나는 학부모님이 농담으로 한 학대 발언이 다시금 생각났다.

그리고 문득 준성이 어머니께서 그때 순간 화가 나서 경찰서에 신고하고 나는 조사를 받으며 억울해하는 모습들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그럼... 나는 학부모님의 말 한마디 때문에 아동 학대 교사로 낙인찍힐뻔했네... 무섭다.’


순간 학대 교사로 의심받았던 그때를 떠올리며 나는 다시 마음을 다잡고 생각을 정리했다.

‘그래, 섣부르게 선생님을 의심하지 말자.’

‘만약 정말 학대가 있었다면 아이들이 계속 어린이집 가기 싫다고 울면서 말했을 거야.’

어머니 혼자만의 생각으로 인해 아동 학대 교사로 의심받았던 나는 무언가를 결심한 듯 담임 선생님께 상담 요청을 했다.

이번만큼은 선생님께 그동안 있었던 일을 모두 솔직하게 말씀드렸다.

이야기하면서도 내심 선생님께서 기분 나빠하시면 어쩌나 걱정이 되어 조심스레 선생님의 표정을 살피면서 대화를 나누었다.

그런데 걱정과는 다르게 선생님께서는 평온한 모습으로 내가 제일 걱정했던 사건의 진실을 이야기해 주셨다.

“어머니, 보영이가 손바닥 때렸다는 이야기는 그날 손뼉 치기 율동을 했었어요. 여기 그날 찍었던 사진 보시면 손뼉 치기하고 있죠?”

선생님께서 보여주신 사진을 보니 보영이는 담임 선생님과 웃으며 손뼉 치기 율동을 하고 있었다.

선생님과의 상담이 끝나고 묵은 체증이 내려간 듯이 시원한 마음으로 집으로 향했다.

‘고민하지 말고 진작에 선생님께 솔직하게 물어볼 걸 그랬네.’

교사 시절이었을 때의 나와 학부모가 된 지금의 나는 역할이 바뀌면서 가치관에도 변화가 일어났다.

아이를 지도하는 선생님에게 무조건 잘 보여야 한다는 주장, 우리 아이를 불편하게 했다는 근거 없는 주장으로 갑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신경전에 나는 반기를 들고 싶다.

교사와 학부모 사이에는 아이라는 중심축이 있고 아이에 대한 사랑의 감정이 우리 셋을 연결해 주며 수평을 유지하고 있다. 그래서 한순간의 말과 행동으로 각자의 주장을 펼치기보다는 이해와 진실한 마음으로 교사와 학부모가 상호작용하면 오해도 줄어들고 아이의 마음에도 더 많은 따스함을 선사해 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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