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번째 마음 이야기 : 발달상황

“우리 아이가 친구들보다 키가 작죠?”

by 뽀롱마미

네 살 반을 맡고 있던 해에 신입생 중 또래보다 키가 작고 여린 체격의 남자아이 철수가 있었다. 철수의 신체 발달은 세 살 친구와 비슷했다.

일 학기 학부모 상담하는 날, 어머니께서는 이십 분의 상담 시간 동안 같은 주제의 이야기만 하셨다.

“선생님, 철수 친구들보다 많이 작죠? 친구들한테 치이지는 않나요?”

어머니의 말씀을 듣고 큰 문제가 아닌 거 같은데 걱정이 너무 많으시다는 생각 하며 가볍게 대답했다.

“어머니, 철수는 아직 성장하는 시기이잖아요. 앞으로 잘 먹으면 점점 키도 크고 튼튼해질 거예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그렇게 철수 어머니와의 상담이 끝나고 정현이 어머니와의 상담이 시작되었다.

정현이 어머니께서는 교실에 앉으시자마자 바로 질문을 시작하셨다.

“선생님, 정현이 또래 친구들보다 너무 말랐죠? 반 친구들 보니까 키도 크고 통통하던데 우리 정현이만 너무 마르고 키가 작아서 걱정되네요.”

바로 전 시간에 상담했던 철수 어머니의 질문이 생각나면서 나는 어리둥절했다.

‘뭐지? 정현이 어머니도 철수 어머니와 똑같은 질문을 하시네?’

어머니들께서 큰일이 난 것처럼 어두운 표정으로 진지하게 이야기하시는 상황이 이해되지 않았다.

나에게는 남동생이 있다. 어린 시절 부모님께서는 동생이 또래보다 키가 작고 말라서 항상 걱정이 많으셨다.

그러나 걱정과는 다르게 남동생은 180cm 넘게 키가 자랐고 우리 집에서 체격과 키가 제일 크다.

남동생의 자라는 과정을 보고 대학교 시절 발달 사항을 공부한 나는 학부모님들의 걱정을 가볍게 넘겼다.

교사 시절 어머니들과 상담할 때는 걱정하지 말라며 이야기하고 넘어갔는데 지금의 나는 당시의 어머니들처럼 아이들의 체격, 키에 대해 심각하게 걱정하고 있다.

임신 32주 차에 접어드는 어느 여름날, 딸과 아들은 미숙아로 태어났다. 제왕절개로 태어난 쌍둥이는 태어나자마자 대략 2주 동안 인큐베이터 안에서 지냈다.

쌍둥이들이 퇴원하고 친정 부모님께서 쌍둥이를 처음 보러 오셨다. 상상했던 것보다도 너무나 작은 체구의 쌍둥이를 보고는 친정 부모님께서는 많이 놀라셨다. 첫 손주, 손녀를 안아보고 싶었지만 만져보지 못하고 눈으로만 바라보시며 안쓰러운 듯 말씀하셨다.

“아이들이 너무 작다. 우리가 만지면 부서질 거 같아.”

쌍둥이들은 미숙아 분유를 먹으면서 점점 살이 오르기 시작했다. 잘 자라고 있는 거 같아 마음이 편안해지며 더 이상 발달에 관한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줄 알았다.

본격적인 이유식 시기를 지나 유아식 시기가 시작되었다.

그런데 쌍둥이들은 입맛에 맞지 않는 음식은 전혀 입에 대지 않았고 그만큼 영양분 섭취량이 줄어들어 점점 살이 빠졌다.

쌍둥이가 36개월 차에 접어든 어느 봄날, 영유아건강검진을 받기 위해 소아과에 갔다.

검진 후 딸은 또래에 비해 키가 많이 작고 아들은 키가 크고 있지만 너무 말라서 잘 먹여야 한다는 소아과 의사 선생님의 당부가 있었다.

병원을 나오는 길에 의사 선생님의 한 마디 한 마디를 되새겨 보면서 문득 이름 모를 자괴감이 들었다.

‘왜 이렇게 마음이 불편하고 아프지?’

‘ 이 모든 게 다 내 잘못이겠지? 내... 탓이겠지?’

나 때문에 아이들이 잘 크기 않았다는 나에 대한 원망이 가득 찬 쓰디쓴 눈물이 마음속에서 흐르고 있었다.

한동안 무거운 침묵이 이어졌고 며칠 후 씻다가 거울 속 나의 모습을 보게 되었다.

감정 없는 얼굴, 마음을 대변하는 듯한 뒤엉킨 머리카락 그리고 눈 밑에 검은 그림자가 짙게 깔린 거울에 비친 나. 그런 내가 안쓰러워 흐느끼며 속삭였다.

‘너 얼굴이 왜 그래...’

그 순간 남편이 살며시 다가와 나를 안아주며 말했다.

“여보, 우리도 부모가 처음이잖아요. 우리는 죄를 지은 게 아니라 배우고 있는 거예요.”

다음날 나는 강한 다짐을 한 듯이 도서 구입 사이트에서 베스트셀러 유아식 책 두 권을 구매했다.

‘이제부터 아이들이 잘 먹지 않아도 다양한 반찬을 해줘야지. 그러다 보면 언젠가는 잘 먹게 되겠지?’


쌍둥이가 세 살 되던 해. 처음으로 어린이집에 다니기 시작했다.

새 학기가 시작되는 삼월, 일주일 동안 담임 선생님과 적응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선생님, 쌍둥이 어린이집은 잘 적응하나요?”

선생님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듯 맑은 목소리로 말씀하셨다.

“네, 처음 어머니와 떨어져 지내서 저도 걱정 많이 했는데 다행히 잘 지내고 있어요.”

잘 지낸다는 선생님의 말씀에 조금은 안심한 나는 다음 질문을 이어갔다.

“선생님 쌍둥이가 또래에 비해 키와 체격이 많이 작죠? 혹시 친구들에게 치이지는 않나요?”

“전혀 그런 거 없어요. 반에 쌍둥이보다 더 작은 친구도 있는걸요.”

새 학기가 시작된 지 열흘 후, 알림장에 올라온 쌍둥이 반 친구들의 단체 사진을 보게 되었다. 그 순간 나는 너무 놀라 몇십 분 동안 사진만 바라보았다.

‘뭐야? 반 친구들 키가 왜 이렇게 커? 우리 애들이 제일 작네.’

그날 오후 하원 시간, 담임 선생님에게 단체 사진에 관해 이야기하면서 또다시 시작된 나의 걱정을 말했다.

“선생님, 사진 보니까 반 친구들 키도 크고 체격도 많이 크던데... 우리 쌍둥이들 친구들에게 치이지는 않나요?”

선생님은 생긋 웃으면서 답변을 이어가셨다.

“어머니, 친구들과 생활하면서 체격은 중요하지 않아요. 그리고 지금 성장하고 있는 시기이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선생님도 교사였을 때의 나와 같은 대답을 하는 모습을 보고 ‘선생님의 답은 정해져 있는데 내가 괜히 말했구나.’라는 후회가 들었다.

그런데 그때 선생님께서 말씀을 이어 가시며 나에게 새로운 제안을 하셨다.

“어머니, 어린이집에서도 먹지 않는 음식을 눈으로 보고 관련 동화책도 읽어주며 친밀해질 수 있도록 기회를 많이 제공할게요. 그리고 편식하던 음식을 먹었을 때 어머니께 말씀드릴 테니 가정에서도 자주 접할 수 있도록 해주세요.”

선생님들의 대답은 다 똑같다는 나의 주장에 반론이 제기되며 나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그리고 ‘그때의 학부모님들에게 나도 저렇게 이야기해 줬으면 어머니들께서 조금은 안심하지 않을셨을까?’라는 아쉬움이 밀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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